AI 발생 178개 농장중 156곳, '엉터리 소독제' 사용

김소연 오윤주 안관옥 최예린 2016. 12. 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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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당국, 회수 요청한 뒤 뒷짐
농가 151곳, 겨울철 효과 낮아
사용말라 권고된 소독제 사용
지자체는 농가에 제대로 전달안해
발생농가 "약효없었다니.." 분통
닭·오리 2231만 마리 살처분 피해
정부, 계란 '매점매석' 행위 조사

[한겨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농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보니 에이아이가 번지던 초기 한달간 대다수 농장에서 효력이 떨어지는 ‘엉터리 소독제’를 썼던 것으로 조사됐다. 방역의 가장 기본인 소독에서부터 구멍이 뚫려 에이아이 확산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이달 15일 기준으로 에이아이 확진을 받은 농가를 역학조사한 결과 178곳 중 156곳에서 부적합한 소독제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에서는 에이아이를 막기 위해 평소에도 소독을 해왔고 지난달 16일 에이아이가 발생하면서부터 소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사실상 ‘헛수고’를 한 셈이다. 방역의 총체적인 부실로 현재 231개 농가에서 에이아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살처분된 닭·오리는 2231만6천마리에 이른다.

소독약품 관리는 전반적으로 취약했다. 농가 31곳은 효과가 미흡해 정부의 회수 명령까지 떨어진 소독약품을 쓰고 있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올해 1~5월 에이아이 방역용 소독약품을 전수조사해 27개 품목에 대해 효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검역본부는 해당 품목에 대해 출고 중단, 판매 중지, 기존 제품 회수를 하도록 했지만, 상당수 농가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축산 생산자 단체들은 지난 10월 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회수조치가 전혀 되지 않거나 극히 미흡하다”며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151곳의 농가는 정부가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는 효과가 떨어져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 산성제 계열의 소독제로 방역을 하고 있었다. 2곳은 효력 자체가 검증되지 않은 소독제를 뿌렸고, 아예 소독제를 쓰지 않은 농가도 5곳이나 됐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회도 소독약품 사용에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재홍 에이아이 역학조사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정부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소독제가 농가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위원회에서도 지적이 됐다. 일제 조사를 통해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아이 소독제 선정 방식은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충북은 시·도방역협의회가 소독제를 선정해 축산농가에 보급하고, 전남도는 원칙적으로 농가에서 소독제를 선택해 살포한다. 충남도는 축종별 생산자협의회를 거쳐 소독제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군이 알아서 판단해 구입하기도 한다. 부적합한 소독제로 지방자치단체도 혼란을 겪었다. 김창섭 충북도 동물방역팀장은 “소독제는 생산자단체가 참여하는 협의회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증한 제품 가운데 선정한다. 올해 제조업체 쪽에서 불량 제품을 공급해 축산농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법적 제재 등을 농림부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농가에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나주지역 에이아이 발생 농가 ㄱ씨는 “여러 차례 축사 안팎을 소독했지만 에이아이를 막지 못했다. 소독제 약효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재홍 역학조사위원장은 “겨울철에 효과가 뛰어난 에이아이 소독제가 많지 않다. 지자체는 전문 인력이 적다 보니, 싼 소독제를 구매해 농가에 나눠주는 경우도 있고 관리·감독이 잘 되지 않는다”며 “중앙정부가 효과가 좋은 소독제를 선정해 지자체와 농가에 권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위성곤 의원도 “부적합한 소독약품이 사용됐다는 것은 정부 방역정책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농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소독제 관리 강화 등 방역당국의 즉각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계란값이 치솟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부 계란 수집판매상들의 ‘매점매석’ 행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일부에서 계란 사재기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사전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실무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협조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60% 이상이 농가에서 수집판매상을 거쳐 유통된다. 업계에서는 일부 수집판매상들이 농가에서 계란을 싼값에 대량 사재기한 뒤 바로 시장에 풀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농림부와 공정위는 계란 유통 과정에서 사재기, 가격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실태를 파악한 후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합동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김소연 기자, 청주 광주 대전/오윤주 안관옥 최예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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