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의심 철새 들고 창원서 인천까지 오라니..

박동민,지홍구,최승균,우성덕 입력 2016. 12. 22. 17:42 수정 2016. 12.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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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도 장비 있는데 환경부 연구원만 '확진판정'..인력·시간 낭비
지난 8일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큰고니 폐사체가 발견됐다. 경남도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닐까 염려됐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AI 1차 검사기관 인증을 받은 도 산하 경남축산진흥연구소에 곧바로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다행히 당일에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환경부에서 예기치 않은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야생조류 질병 검사기관은 환경부 소관인데 왜 도에서 검사를 하느냐"며 "이같은 일이 또 발생하면 기관경고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에는 '앞으로 야생조류 검사는 환경부로 직접 이송하라'는 공문까지 받았다. 이후부터 경남도는 AI가 의심되는 철새 폐사체는 이송에 5시간이나 걸리는 인천의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직접 보내고 있다.

정부가 고병원성 AI 대응 시스템에 또다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자체가 AI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도 정부가 확진 권한을 독점하면서 검사가 지연돼 재난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환경부 농식품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야생조류의 AI는 인천 소재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농장 가금류의 AI는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각각 최종 확진 판정을 내리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AI 확진을 할 수 있는 고가의 유전자 검사장비를 갖추고 있는 지자체마저 멀리 있는 정부 산하 검사기관으로 폐사체를 직접 이송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통상 지자체 자체 장비로 하루면 음성인지 양성인지에 대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국립환경과학원으로 무조건 이송해 검사를 받느라 아까운 시간과 인력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전국적인 AI 확산 탓에 정부 기관으로 확진 요구가 몰리면서 검사에 6~7일 이상이 걸리는 사례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창원 주남저수지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는 19일 최종 음성으로 판정 나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일이나 걸렸다. 지난 14일 부산 동래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폐사체는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는 야생조류에서 AI가 발생한 지난달 13일부터 현재까지 86건의 야생동물 폐사체가 접수됐다.

이 중 58건에 대한 검사가 끝났고, 27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 연구요원 7명이 검사에 참여하고 있으나 몰려드는 폐사체에 대한 확진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검사를 완료한 58건 중 무려 12%에 해당하는 7건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온 상황에서 검사는 더디고 야생조류 폐사는 급격히 늘고 있어 농가의 2차 전파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금류 AI 검사는 환경부와 달리 지자체에서 고병원성인 H5까지 판단할 수 있는 1차 검진이 가능하나 최종 확진은 여전히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몫이다.

현재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가금류 검사 대기 건수는 총 3260건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100여 건밖에 소화하지 못해 최종 판정을 받기까지 한 달이 걸려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자체에 확진 권한에 대한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식품부에서 1차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5곳을 비롯해 부산시와 경남도 산하 보건환경연구원 등은 유전자분석기 등 설비를 갖추고 있어 사실상 AI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선 시도는 지난 15일 농식품부 장관 주재 AI 일제 점검 영상회의에서 "지자체에도 확진 권한을 달라"고 건의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AI의 경우 그나마 농식품부는 지자체에 일정한 검사 권한을 주고 있지만 환경부는 음성 양성을 판단할 수 있는 1차 검사 권한조차 전혀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확진받는 데 시간이 걸리면 그만큼 초동 대처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환경연구원은 최종 확진 검사능력에서 차이가 있다"며 "폐사체에 따라선 추가검사 등을 하느라 일부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최승균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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