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적십자, '국민 혈액 관리' 다국적사에 넘긴다

안정준 기자 2016. 12. 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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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가 다국적사만을 대상으로 국민 혈액 관리사업 입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 참여업체 자격 기준은 혈액 관리를 위한 진단 '시약'과 '기기' 서비스 모두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다.

적십자 관계자는 "혈액관리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며 "한 업체가 시약과 기기 서비스를 공급하면 추후 문제 발생 시 정확하고 빠른 원인 파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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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 혈액관리사업 입찰기준 변경으로 다국적사만 자격 획득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적십자, 혈액관리사업 입찰기준 변경으로 다국적사만 자격 획득]

대한적십자사(이하 적십자)가 다국적사만을 대상으로 국민 혈액 관리사업 입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 기준을 바꿔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국내 업체들이 배제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입찰 기준 변경 자체가 특정 다국적사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2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적십자는 다국적기업 지멘스와 애보트를 대상으로 혈액관리 시스템 공급자 수의계약 입찰을 위한 관련 제품 성능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주 성능 검사가 마무리되고 연내 입찰 업체가 선정될 전망이다.

입찰 참여업체 자격 기준은 혈액 관리를 위한 진단 '시약'과 '기기' 서비스 모두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다. 또 HIV(에이즈유발바이러스), HCV(C형간염바이러스), HBV(B형간염바이러스), HTLV(백혈병유발바이러스) 등 혈액 진단대상 바이러스 4가지를 모두 진단할 수 있는 업체여야 한다. 지멘스와 애보트 중 낙찰된 업체는 앞으로 5년간 적십자와 8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게 된다.

올해 입찰 기준은 적십자의 혈액 관리 '일원화 통합시스템' 구축에 맞춰 변경됐다. 지난해까지 적십자는 진단 시약 공급업체와 기기업체를 이원화해 입찰을 받았다.

변경된 입찰 기준에 따라 기존에 적십자에 시약을 공급하던 LG생명과학과 녹십자MS는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두 업체는 시약만 공급할 뿐, 진단기기까지 통합 관리할 수 없어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적십자 관계자는 "혈액관리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며 "한 업체가 시약과 기기 서비스를 공급하면 추후 문제 발생 시 정확하고 빠른 원인 파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찰 기준 변경으로 국민 수혈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시약과 기기 공급을 한 업체에 몰아줄 경우, 해당 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수혈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혈액검사에 다원화된 시약과 장비를 채택한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하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2개 제조사의 시약과 장비를 사용해 혹시 모를 제조사 사고에 대비한다.

입찰 기준 변경과 관련, 특정 다국적사에 대한 특혜 의혹도 나온다.

적십자는 올해 두 차례 변경된 기준을 바탕으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지멘스 1개사만 입찰을 신청해 모두 유찰됐다.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지멘스를 포함한 2개 다국적사를 대상으로 성능평가를 하는데, 이는 지멘스를 선정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지멘스의 고위 관계자가 과거 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서 근무했다는 점이 입찰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면 국내 업체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 자격에 맞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바이오산업 육성이 정부 목표인데 공공기관에서 판로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십자 관계자는 "1년가량 공식·비공식 루트를 통해 혈액관리시스템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며 "그 시간 동안 해결책을 못 찾은 것은 업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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