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의 리썰웨펀] 軍 "수류탄 결함은 없었지만, 성능은 개선하겠다"..어이없는 해명 일관

2016. 12. 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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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지난 2014년과 2015년 발생한 신병교육대 수류탄 폭발사고 원인에 대해 “결함은 없었다”며 “그러나 수류탄 품질은 개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의 수류탄 사고 해명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모 연예인의 발언과 비슷해 국민들은 실소하고 있다.

국방부는 22일 수류탄 사고 관련 품질결함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조사 결과, 수류탄 품질결함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수류탄에 대한 품질결함 요인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수류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수류탄 신관 구조를 개선하는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조치를 실시했고, 교육훈련 체계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수류탄 품질결함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민간인 7명, 군 관계자 6명이 참여한 수류탄 품질결함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사고가 발생한 로트 전량인 5만5155발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완성탄 기능시험, 신관 관련 시험으로 구분해 실시됐다. 이 중 품질결함 여부 규명의 핵심 부품인 신관에 대해 전량 기능시험을 실시했고, 신관을 추가로 제작해 신관의 정상적 기능 발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원인을 조사했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수류탄 품질결함 조사 중에 4차례의 이상 폭발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조사위원회는 시험기 내부 분진에 의한 이상 폭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수류탄 자체적인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그러나 향후 원인을 좀 더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이상 폭발에 대한 원인을 추가 규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수류탄의 품질결함 요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수류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는 다방면으로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 손 안에서 격발될 위험을 없애기 위해 신관 구조를 개선하고, 내년부터 개선된 신관이 적용된 수류탄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 공정에서 엑스레이 판독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수류탄 고유의 품질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관 안전 손잡이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기로 했다.

수류탄 교육훈련 시 수류탄 잡는 방법도 구체화해 교리에 반영했다고 한다. 훈련이 안전하게 진행되는 지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50여개의 수류탄 투척교장에 CCTV도 설치했다.

군은 오는 2020년 이후 전력화 예정인 열 압력 수류탄 개발 시에는 즉시폭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신관을 포함하는 등 보다 안전성이 강화된 수류탄을 개발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수류탄은 결함이 없었으나, 신관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신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즉, 결함은 없으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관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군의 수류탄 품질 개선작업에 합리성이 있느냐는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또한 수류탄 신관 안전 손잡이에 고유번호가 부여되지 않아 문제의 수류탄에 대한 품질이력을 확인할 수 없었고, 수류탄 훈련 시 수류탄 잡는 법에 이상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결론을 공식적으로 내림으로써 군의 책임 회피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년여에 걸친 조사 결과가 ”결함 없음”과 “수류탄 투척방법 결함 가능성” 등으로 모아지면서 피해자 당사자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이런 의문에 대해 “훈련 당시 인적인 과실은 없었다”며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규명을 위해 추가적으로 후속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결국 ‘수류탄 결함은 없었고, 인적 과실도 없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사고는 났는데, 책임 소재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조사 과정에서 조사위원회와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류탄 내 틈새 폭발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조사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후속 조치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사건 원인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방부가 구미에 맞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꾸리는 게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병주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은 “우리 수류탄은 기본적으로 미국 수류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한국인의 신체 특성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수류탄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류탄 사고는 2014년 9월 16일 해병대 교육훈련단 훈련 중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으며, 2015년 9월 11일에는 50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중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2015년 사고 당시 수류탄 로트번호는 한화보05마625-035로 2005년 5월 생산된 것으로 총량이 5만5155발에 달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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