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먼저 부회장' 위상 높아진 SK하이닉스..중간지주사·반도체 중심 車사업 속도낼 듯

박성우 기자 2016. 12.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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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피인수 4년 만에 그룹 내 권력 서열이 급상승하고 있다. 21일 SK그룹 정기 인사에서 부회장을 배출하는 등 다수 승진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다. 지배구조상 형인 SK텔레콤에도 부회장은 없다.

지난 2011년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하이닉스 인수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이천 공장을 방문해 당시 박성욱 하이닉스 부사장(가운데)의 공장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가 아닌 SK의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중간지주사 출범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문한 혁신과 변화의 방점도 ‘4차 산업혁명’에 찍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SK하이닉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최태원 회장은 그룹 내부의 반대를 뚫고 당시 적자 상태였던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옥중(獄中)에서도 하이닉스의 실적을 보고받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 형은 사장인데, 동생은 부회장?…SK그룹 중간지주사 전환 속도 붙나

SK그룹은 지난 21일 사장단과 임원 인사에서 “박성욱 사장이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 및 실적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인수 당시 2200억원 적자이던 SK 하이닉스(구 하이닉스)를 흑자전환시켰고 지난 2015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박 사장은 SK그룹 최고의결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정보통신기술(ICT) 위원장으로도 선임됐다. 또 이석희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전무)도 사업총괄(COO)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SK텔레콤의 수장은 박정호 SKC&C 사장이 선임됐다. 지배구조상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의 손자회사다. 이번 인사로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의 직급(職級)이 모기업들보다 더 높은 모양새가 됐다.

자료:하이투자증권

투자업계에서는 박 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대해 SK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지주회사)란 타 기업의 주식 소유를 통해 상대기업의 경영을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그룹내 사업체 많은 경우 지주사 아래 사업 시너지가 나는 계열사끼리 다시 묶어주는 중간지주사를 만들기도 한다. SK에 중간지주사를 만들고 지분 교환 등을 통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SK 안팎의 관측이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유망한 기업을 인수합병(M&A)을 하려면 해당 기업 지분 100%를 사야 한다.

퀄컴의 NXP인수, 소프트뱅크의 암(ARM) 인수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M&A를 통해 스마트카, 사물인터넷(IoT) 등 제 4차산업 혁명 시장을 발 빠르게 준비하는 것에 비해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빠른 의사 결정과 변화를 위해서, SK 자회사로 끌어올릴 이유는 충분하다는 게 SK 관계자의 말이다.

SK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매출액(약 18조7980억원)이 모기업인 SK텔레콤(약 17조1367억원)을 뛰어넘어, 규모 면에서 SK하이닉스를 자회사라고 말하기에는 덩치가 크다”며 “침체된 통신 사업보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好況) 상태고,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만큼 그룹 내 조직 변화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 최태원, CEO 세미나에서도 중간 지주회사 언급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CEO세미나에 참석해 그룹사 경영진에게 혁신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SK 제공

SK그룹의 중간지주사 전환은 이미 지난 10월 최 회장이 그룹사 CEO가 모인 CEO세미나에서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일부 계열사들은 중간 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하라”고 지시했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현재 투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을 투자부문(SKT홀딩스)과 사업부문(SKT사업)으로 인적분할하는 방법이 가장 유력한 중간지주사 전환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적분할이란 주주들의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을 뜻한다. SK의 자회사로 SKT홀딩스가 자리잡고, SKT홀딩스 자회사로 SKT사업(통신), SKT플래닛, SK하이닉스 등을 거느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자체 사업인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문과 SKT홀딩스가 소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을 교환(스왑)하면서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최 회장은 SKT사업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고, SK하이닉스로부터 직접 배당을 받게 돼 수익이 늘어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이 중간지주회사로 개편되면 자원이 집중되면서 사업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될 수 있다”며 “반도체를 SK의 핵심사업으로 만들고 반도체 관련사업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지배구조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SK, 車 전장부품·반도체 사업 진출?…반도체 중심의 그룹사 시너지 기대

/그래픽=박성우

SK하이닉스(000660)가 자회사가 되면, SK하이닉스가 유망 기업의 M&A를 통해 차량 반도체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5월 최 회장은 이란 2위 자동차 제조사인 사이파(SAIPA)와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등 자동차 시장에 관심을 보여 왔다.

최근에는 SKC를 통해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인 쌍용머티리얼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최 회장으로서는 SK하이닉스를 통한 차량용 반도체 분야는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박 신임 부회장은 지난 3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이미 몇몇 고객에게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으며, 현재 고객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일부 업체들에 인포테인먼트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왔고, 차량용 DDR2과 DDR3 SD램 등을 양산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마그네티마렐리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의 모습 /SK하이닉스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과 함께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C&C 등 그룹사들의 자동차 부품·솔루션 경쟁력이 더해질 경우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SK텔레콤(017670)은 매월 약 800만명이 사용 중인 T맵을 앞세워 커넥티드카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기아자동차, 르노삼성, 재규어 일부 차종에는 T맵이 탑재됐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차기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2018년 준공을 목표로 한해 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현재 생산량(1GWh)의 4배 수준이다.

이외에도 SK네트웍스는 전기차 충전시설과 렌터카, 중고차 사업을 펼치고 있고 SKC&C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정 자동화 시스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과 교수는 “SK그룹이 보유한 통신, 지리정보서비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배터리·충전기술·인프라 등의 기술은 모두 반도체를 기반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부회장 인사는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발빠른 기술개발과 영역 확대, 그룹사 간의 협업을 위한 분위기 제공을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차량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은 매년 평균 8.8%씩 성장해 2019년에는 405억달러(48조411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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