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트럼프의 기술에 문재인 게임이 되나

김세형 2016. 12. 2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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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트럼프가 2주 전 미국 IT업계 거물들을 만나는 한장의 사진은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애플 CEO 팀쿡, 아마존의 제프베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셰릴 센드버그, 그리고 피터 틸 같은 인물들이 함께 자리했다.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WP)를 인수하고 트럼프를 선거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저격수 팀을 꾸려 선거기간 내내 괴롭혔다. 트럼프는 애플 불매운동을 벌일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첨단업종 사업가들은 대놓고 트럼프 낙선운동을 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전통제조업보다 이들을 먼저 만났다. 트럼프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나는 개인적 복수심 정도는 접을 줄 안다"는 말을 했다. 에너지 장관으로 뽑은 릭 페리는 한때 테드 크루즈 후보를 지지하며 "트럼프는 보수주의의 암 덩어리"라고 공격했던 인물이다.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아베 총리도, 빌게이츠도 모두 트럼프 타워로 몰려든다. 그가 머무는 꼭대기층은 가장 큰 아파트 3채를 터서 합쳐놓은 공간으로 600평에 500억 정도의 가치는 되는 것 같다.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거래의 기술'에 트럼프타워를 건설, 분양할 때의 이야기를 읽으면 트럼프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다. 그는 뉴욕에서 가장 좋은 땅은 5번로 57번가라고 판단하고 여기에 최고의 건물을 짓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자기 돈 한푼도 안들이고 기존에 서 있는 건물과 주변 땅들을 사모으면서 무려 11년을 소비하는 인내심과 치밀함은 그의 정신상태를 말해준다. 가장 부유층이 사는 유일한 장소, 인기 있는 곳에 자리잡은 호화 아파트는 인간의 환상을 부추켰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트럼프타워 아파트를 살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트럼프는 부정도 긍정도 않기로 다짐한다. 찰스 황태자 소문을 타고 아파트 분양가를 계속 올려 처음보다 12배나 높게 팔았다. 263채를 팔아 거의 1조원을 순익으로 남긴 게 약관 33세 때의 일이다.

 트럼프가 뽑은 장관들의 면면은 현장의 검투사(gladiator)들 같다. 경제분야를 맡은 스티븐 무느신 재무, 윌버로스 상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은 골드만삭스나 헤지펀드 출신들이다. FT는 "왜 골드만삭스인가"를 여러차례 분석했다. 성공하기 어려운 곳으로 유명한 골드만삭스에서 살아남은 톱맨은 죽어라 열심히 일하고 성공쪽으로 몰아갈 줄 안다. 그들의 네트웍은 전세계다. 이미 루빈, 행크 폴슨이 그걸 증명했다.

 트럼프의 안보라인은 모두 군인 출신으로 전쟁도 많이 해본 현장파다. 장관들은 엄청나게 돈도 벌어봤고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하다. 윌버로스 상무장관의 재산은 3조4000억원, 므누신도 500억원 가량 된다. 트럼프는 부자감세, 상속증여세 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 장관이 가장 혜택을 많이 본다. 미국인들은 장관직에 안들어 왔으면 매년 수십, 수백억원을 벌었을텐데 입각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본다고 칭찬해 준다고 한다. 한국은 김종훈 재미교포사업가를 미래부장관에 발탁하려 했다가 도덕성을 문제삼은 여론재판에 걸려 그를 쫓아내다 시피 했다. 돈도 벌었으며 명예를 취하려 한다는 대중의 질투심 때문이었다.

 내친 김에 국회의원 출신 분포도를 봤더니 상원 100명 가운데 기업인 7명, 부동산 2명. 회계사 2명 등 최소 비즈니스를 해본 사람이 10%는 넘는다. 하원의원은 기업인이 187명, 공무원 184명, 변호사 156명, 교육계 77명 순이다. 기업인이 가장 많다. 트럼프 당선자와 그의 장관들은 사업면에서 입신의 경지인 10단들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과 미국이 정상회담, 장관부처에서 FTA재협상을 한다면 애들 팔 비틀기처럼 쉬운 일일 것이다.

 미국의 역대 내각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비즈니스맨이 많아 총수가 기업 사장들을 뽑은 것 같기도 하다. 이게 과연 성공할지, 중상주의로 흘러 미국의 이익만 챙기는 나머지 세계와 충돌해 파탄으로 갈지 궁금하다.

 한국의 장관, 국회의원들은 교수, 고시 출신, 변호사, 운동권으로 도배돼 있다. 경제, 기업을 아는 실전 경험자는 없다. 문재인측은 조만간 섀도내각 명단을 발표한다니 어디 한번 트럼프와 비교해보자. 대학교수 500명으로 구성된 지지부대가 있고 국민공감 같은 뜬구름 슬로건이 거기서 나왔다. 대통령의 용인술이 큰 차이가 난다. 어찌된 일인지 한국의 대통령이나 후보들은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레이저를 쏘거나 벌컥 화부터 낸다. 문재인은 지지율 1위인데 촛불혁명을 입에 달고 산다. 헌재가 탄핵 통과를 안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말을 했다. 이런 소견으로 트럼프를 상대할 수 있나. 국민을 잘 살게 한다는 구체적 비전이 없다. 그래서 마음이 놓이질 않고 표심은 그를 박스권에 가둬 놓는다. 트럼프의 기술을 문재인이 상대할 수 있겠나.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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