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저가' 꼬리표 떼고 중견항공사 도약 노리는 제주항공..신규 LCC 등은 '변수'
국내 저가항공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이 출범 11년을 맞이하는 내년부터 ‘LCC(저가항공사)’ 수식어를 떼고 중견항공사를 표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항공기와 인력을 공격적으로 늘려 몸집 키우기에 나선다.
제주항공은 2020년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7400억~7500억원, 영업이익은 620억~7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514억원보다 최소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내실을 갖춘 성장을 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부상했다.
제주항공이 출범 10년만에 항공업계에 안착한 것은 저가항공의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객 수요가 많은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단거리 황금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제주항공의 평균 여객 탑승률은 80%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 내년 항공기 30대·정기노선 50개·승객 1000만명 넘어…LCC 넘어 중견항공사로
제주항공 관계자는 22일 “출범 11년인 내년에는 저가항공사 수식어 대신 중견항공사를 사용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대형 항공사와 저가항공사의 중간에 회사를 포지셔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항공기 보유대수와 탑승객 수 등에서 경쟁 저가항공사들과의 차이가 커지는 만큼 ‘저가’ 꼬리표를 떼고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등 대형사들과 저비용 항공사의 중간에 위치한 ‘중견 항공사’로 시장의 인정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항공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항공기 도입과 인력 채용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내년에는 737-800 기종 6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제주항공이 보유하는 항공기는 총 32대로 늘어난다. 올해는 당초 계획했던 4대를 넘어선 6대의 항공기를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국내선 1개, 국제선 9개 등 총 10개 정기노선을 추가해 국내선 5개, 국제선 34 등 총 39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를 임대해 사용했던 기존의 운용리스 방식와 함께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운용하는 방식을 병행할 방침이다. 또 국내선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취항편수도 확대해 정기노선 수를 50개 이상으로 늘리고 연간 탑승객 수도 1000만명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고용도 확대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조종사와 승무원, 일반직원 등 약 400명을 뽑았다. 내년에는 신규 채용인력 수를 6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단일회사 기준으로 저비용항공사가 항공기 30대 이상을 보유하고 정기노선 50개를 운용하면서 매년 1000만명 이상을 수송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라며 “내년부터 국내 1위 LCC를 넘어 중견 국적항공사의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가항공 2위 업체인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액 4613억원, 영업이익 297억원을 기록했다. 항공기 보유대수는 22대다. 진에어의 지난해 탑승객 수는 537만명이다. 올해는 11월까지 712만명이 진에어를 이용했다.
◆ 10년 지속된 ‘내실화’ 전략...항공기 단일 기종으로 통일해 교육비 ↓ 정비효율성↑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항공정보포탈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13일까지 제주항공 이용객 수는 1657만명에 이른다.(에어포탈 집계는 출발 이용객과 도착 이용객을 모두 계산한다. 반면 항공사는 출발 이용객수만 집계한다.) 4456만명이 이용한 대한항공과 3340만명의 아시아나항공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 회사가 보유한 항공기 수와 규모 등을 반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제주항공보다 5배 이상 많은 130대의 여객기를 운용하고 있다. 제주항공보다 이용객 수가 2배 많은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여객기 수는 83대로 3배 이상 많다. 보유한 항공기수 당 이용객 수는 제주항공이 대형 국적항공사들보다 훨씬 많다.
제주항공은 또 189석 규모의 보잉 737-800 항공기만을 단일 기종으로 운용하고 있다. 모든 운용 기종을 하나로 통일해 조종사 훈련비를 절감하고 정비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면서 단일 기종 운용으로 운영비용을 아끼는 전략으로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며 “이와 함께 아시아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영화배우 이민호씨나 가수 빅뱅 등을 모델로 기용하며 한류 마케팅을 강화한 점도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 대구·포항·양양 등 지자체 LCC 진출은 실적에 변수될 수도
항공업계에서는 새로운 저가 항공사 등장에 따른 경쟁 가열을 제주항공의 당면 과제로 꼽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강원도 양양을 기점으로 하는 플라이양양이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에 이은 국내 7번째 저비용항공사로 운항을 시작한다. 플라이양양은 우선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노선을 취항하고 향후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도 중국 자본 등과 손잡고 저비용항공사인 포항에어 출범을 준비 중이다. 포항시는 내년 초 법인을 설립한 뒤 국토부에서 면허를 취득하는 대로 내년 9월부터 서울, 제주 등을 오가는 노선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 대구와 청주 등 공항을 보유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저가항공사 시장 진출이 모색되고 있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항공 국제여객 시장에서 공급증가율이 수요증가율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이 몰린 단거리 노선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간의 가격 경쟁이 지속될 경우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며 “핵심 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적절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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