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大國' 야심.. 설계까지 넘본다

채민기 기자 2016. 12.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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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분야서 한국 맹추격 이어.. 설계 전문기업 집중 육성]
중국 정부가 펀드 조성해 투자
자국 기업간 M&A로 덩치 키워 반도체 설계社 1년 만에 2배로
해외 自國인력 대거 불러들이고 한국 반도체 인력 빼내가기도

중국의 반도체 전문 설계 회사가 1년여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가 작년 초 736개에서 현재 1362개로 늘었다고 21일 밝혔다. 수년째 200여개 선에서 제자리걸음하는 한국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일으켜 세움)가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한국을 추격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 산업의 두뇌에 해당하는 설계 회사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설계사는 스마트폰·PC의 핵심인 연산장치 등 회로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기술 인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설계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창업자에게 파격적인 자금 지원을 제공하면서 외국에서 공부한 자국 반도체 인력을 대거 불러들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설계·생산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설계 투자 늘릴 것"

중국이 반도체 설계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미래 IT(정보기술)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이다.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대부분 정보의 연산·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PC·스마트폰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 산업에서도 핵심 기술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의 각축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은 작년 결성된 국영 반도체투자펀드를 중심으로 이 분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미 ZXIC(24억위안·한화 4128억원), BD스타내비게이션(15억위안) 등 국영 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반도체 설계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국영 펀드가 지금까지는 총 투자 금액 700억위안(약 12조원) 중 60%를 생산 라인 조성에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설계 분야 비중을 대폭 늘릴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 설계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반도체 생산에는 이미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1위인 메모리(정보 저장) 반도체 분야에서 올 초 칭화유니그룹이 300억달러(약 35조원), XMC가 240억달러를 공장 조성에 투자하겠다고 각각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아예 두 회사를 합병해 창장스토리지를 출범시켰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자체 설계·생산한 반도체를 자국 시장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기술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할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강소기업 중심으로 역량 키워야"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국내 설계 전문업체 피델릭스는 지난해 중국 자본에 인수됐다. 어보브반도체·지니틱스·넥스트칩 등 중국에 지사를 세우거나 실리콘마이터스처럼 현지에서 R&D(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는 설계사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우수한 기술 인력이 한국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한국 반도체 인력을 빼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주력 제품인 D램(임시기억장치)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황철성 교수(재료공학)는 "중국이 메모리 분야에서 무섭게 추격하고 있어 한국은 다음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반도체 장비·소재·설계 등 분야에서 강소(强小) 기업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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