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없이 개인끼리 바뀌는 공유경제
[경향신문] ㆍ이노션의 트렌드 분석 보고서
ㆍ개인 간 연계 앱 설치 60%나 늘고 숙박·나눔차 등 언급량 두드러져
심야 할증 택시비를 나눠 내고 ‘급전’을 서로 빌려주며, 개인용 항공기를 나눠 쓴다. 공유경제가 기업이 아닌 ‘개인’을 주축으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시간과 공간을 세분화해 나눠 쓰는 거래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유경제에 대한 트렌드 분석 보고서 ‘MICRO(마이크로)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를 발표했다. 회사 내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인 디지털 커맨드 센터(Digital Command Center)가 지난해 1월부터 올 10월까지 주요 포털사이트와 블로그·카페, 동호회·커뮤니티에서 생산된 관련 소셜미디어 자료 90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개인이 공유경제의 핵심 주체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B2P)에서 개인 간 거래(P2P)로 바뀐 것이다.
사람들은 심야에 택시 동승자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찾아 같은 방향 승객끼리 할증이 붙는 택시비 부담을 나눈다. 심부름 일자리를 공유하는 앱에서 1만원의 수고비를 제시하고 당장 우체국에 택배를 맡겨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여행의 지식·경험도 공유한다. 현지 거주자가 사진이나 그림을 취미로 가진 여행객에게 풍경이 좋은 공간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견학에 동행하면서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이 같은 개인 간 공유 연계 앱을 설치한 건수는 연초 대비 60% 이상 늘어났다. 특히 ‘숙박’과 ‘카셰어링’(나눔차), ‘지식·경험’과 ‘일자리’ ‘크라우드펀딩’ 등의 언급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공유 방식이 세분화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특정해 거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새벽’(1만1205건)과 ‘카풀’(8266건), ‘출퇴근’(6649건), ‘심야’(4023건) 등의 키워드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정 시간에만 이용이 가능한 카풀과 라이드 셰어링, 주차 서비스와 관련된 앱 설치도 연간 58% 급증했다. 카페와 파티룸, 회의실과 공연장, 음식점 등 공간을 일정 시간 대여하거나 다른 업종이 한 점포를 공유하는 공간 세분화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공유에 들어가는 비용도 다양해졌다. 공유 관련 소셜 데이터를 보면 ‘브랜드’(3만5908건)와 ‘고급’(9346건), ‘프리미엄’(5955건), ‘명품’(4394건) 등 고급 제품을 나타내는 연관어와 ‘무료’(6만5096건), ‘나누다’(4만9678건), ‘봉사’(3만7546건), ‘기부하다’(1만5662건)와 같은 대가를 받지 않는 나눔 관련 연관어가 동시에 자주 언급됐다.
카풀과 중고품 거래, 숙박 등에 한정됐던 품목이 명품 가방에서 무료 기부까지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용 제트기까지 공유 대상이 됐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비스타젯’은 30억원 정도를 내면 연간 200시간 동안 원하는 시간에 항공기를 빌려 타게 한다. 여행가방 전문 브랜드에서 가격대가 100만원 안팎으로 비싼 여행용 가방을 하루 1만~2만원을 내고 사용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한다.
또 상품·서비스를 공유해 비용을 줄이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식·경험·취미를 함께하며 얻는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특정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얻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공략법을 나누고 신기록 보유자가 큐브를 맞추는 방법도 공유한다. 결혼·진로 고민을 들어주고 사주를 봐주는 식으로 상담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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