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두테르테의 '마약사범 즉결처형'은 사법살인"
[경향신문] ㆍ필리핀 ‘마약 전쟁’에 제동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사진)의 초법적인 마약사범 단속에 유엔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이드 라아드 알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20일 성명을 내고 마약사범을 직접 처형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필리핀 사법당국이 정식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즉결처형은 명백한 사법살인”이라면서 “사법체계가 작동하는 나라에서 공개적으로 살인했다고 말하는 사람을 수사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자이드는 사법당국이 그의 살인 혐의를 조사함으로써 필리핀이 즉결처분을 금지하는 법치국가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사업가들을 만나 과거 다바오 시장 시절 오토바이로 시내를 순찰하다가 마약사범 3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마틴 안다나르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과격하긴 했지만 살인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16일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재차 살인을 했다고 확인해줬다. 그는 “총알 몇 발이 그들 몸속을 뚫고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거짓말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12일 발언 때 “경찰들에게 시장인 나도 (마약과의 전쟁을) 한다는, 일종의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이드 최고대표는 “정부 공무원에게 두테르테 대통령을 본보기로 삼으라고 한다면 살인과 폭력을 선동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6월 말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경찰과 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사람은 6000명이 넘는다. 한 달에 1000명꼴, 사실상 학살에 가까운 처형작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 때부터 마약사범들을 살해하는 경찰 비밀 특수부대까지 운영하며 야만적으로 진압하는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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