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 AI..'계란절벽'에 소비까지 얼어붙나

함정선 입력 2016. 12. 21. 18:01 수정 2016. 12.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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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로 계란 가격 인상·수급 부족 타격 이어져
식품 전반 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에 소비자 지갑 '꽁꽁'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함정선 박종오 기자]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내 소비 전반이 위축되는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계란 품귀 현상 때문에 계란값이 치솟은 데다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 제과, 가공식품 업계와 외식업계로까지 그 타격이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소주부터 두부, 맥주, 라면까지 서민들의 먹거리 가격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계란 절벽’이 빵과 케이크, 가공식품 등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커졌다. 이미 일부 식당에서는 계란말이나 계란찜 등 계란을 사용하는 음식의 가격을 올리거나 팔지 않고 있다. 연말·연초 대목에도 소비자들이 얇아진 지갑을 꽁꽁 싸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AI 진화가 늦어질수록 조류와 계란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은 원가 부담에 생산 중단 위기까지 겪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 위축에 원가 부담 증가, 생산 차질 우려 등 삼중고를 겪어야 할 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계란의 수급 부족이다. 닭이나 오리 등은 냉동 닭고기 수입, 다른 육류로의 대체가 가능하지만 계란은 다르다.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수입이 어렵고 대체품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계란은 식품 업계 전반에서 꼭 필요한 원재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제빵, 제과업계뿐만 아니라 냉동밥 등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점과 레스토랑 등 외식업계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계란값 폭등이 지속되고 수급까지 끊길 경우 식품·외식 기업으로서는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계란 한 판의 가격이 7000원에 육박하는 등 이미 계란 가격 폭등으로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은 소비가 늘어나는 연말임에도 외식을 줄이고 식품 소비를 줄이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을 우려해서다.

계란 가격을 잡거나 공급을 확대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11월16일 AI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후 이달 20일까지 도살 처분한 가금류는 2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살처분된 가금류의 대부분이다. 국내 농가에서 사육하는 산란계 10마리 중 2마리가 사라졌다. AI가 진화된다 해도 달걀 공급 부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사상 최악의 사태에 정부가 마련한 ‘고육지책’은 항공기를 통한 초유의 달걀 수입이다. 계란에 붙는 관세를 낮추고 항공 운송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계란의 항공 수입이라는 정부의 대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항공 수입 자체가 쉽지 않다. 정부가 운송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높은 운송료, 적은 수송 물량 때문에 수입업체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계란 수입에 나서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계란을 항공 수입한다고 해도 제빵, 제과 등 식품 업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제빵, 제과, 가공식품 업계에서는 계란의 껍질을 제거해 가공한 ‘전란액’을 쓰고 있다. 이 전란액은 유통기한이 겨우 72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계란을 수입할 수 있는 나라는 비교적 거리가 먼 미국과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이다. 항공편을 이용한다고 해도 72시간은 제품을 운송하고 업계에 전달, 제품을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업들은 최대한 원재료 가격 상승을 내부적으로 방어하겠다는 입장이나 연말이 되면 수급 부족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제빵 업계 1위인 SPC의 경우 하루 쓰는 전란액이 70~80톤에 이른다. 이를 약 30개 원재료 업체로부터 받고 있는데, AI가 장기화되며 연말 대목에는 전란액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의 물량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뚜레쥬르 역시 계란 수급이 부족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뚜레쥬르는 최근 빵값을 인상한 파리바게뜨와 달리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계란값 상승에 예정에 없던 빵값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제빵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란을 덜 쓰는 제과나 가공식품 업계는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계란을 구하지 못하면 파이, 스낵이나 간편식 등의 공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외식업계에서는 계란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맥도날드 등과 같은 대형 업체들이나 프랜차이즈는 계란을 받을 수 있는 공급망을 가지고 있어 당분간은 문제가 없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란을 확보하지 못하니 메뉴를 내지 못하거나 오른 계란값만큼 메뉴의 가격을 올리다 보니 손님이 줄어드는 진퇴양난 상태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계란값 상승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겨울이 지나야 AI 종식이 선언될테고, 병아리 사육까지는 살처분 마무리, 심사, 소독, 유예기간 등을 거쳐야 해 최대한 2~3달은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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