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송의 미래, 제도 정비로 맞아야

김용주 2016. 12.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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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오래 전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지상파 방송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었다. 12열차, 통금시간, 전당포, 보릿고개 등 당시 세대에게 이미 잊힌 과거를 일깨워 주고 달라진 오늘날과 비교해 보여 주는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꽤 높았다. 요즈음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동영상을 즐기는 젊은이를 보면 TV 인기 드라마를 시청하기 위해 귀가를 서두르고, 방영 시간에는 거리까지 한산하기도 하던 얼마 전의 우리네 일상은 `그때를 아십니까?`의 소재로 전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 의미의 TV 방송은 방송사에서 보내 주는 프로그램을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청하는 `가구(家口)` 미디어였다. 휴일에 별다른 여가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절대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가정에서 방송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1990년 9%에서 지난해 27.2%로 증가했고, 전화기 기능보다 멀티미디어 기기에 가까운 스마트폰의 보편화는 점점 개인화되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 TV라는 가구 미디어의 입지를 점차 좁게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 방송 프로그램을 주문형 비디오(VoD)로 시청하는 이용자 비율이 2011년 5.2%에서 2016년 25%로 증가, 우리 국민 4명 가운데 1명꼴로 본방송이 아닌 VoD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이용자는 전년 대비 TV 시청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10대 37.6%, 20대 42.4%, 30대 36.5%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망이 고도화되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방송 콘텐츠 이용의 시·공간 제약이 사라지고, TV 방송의 아성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OTT(Over the Top)라고 불리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확산은 방송의 지위를 위협하면서 방송 광고, 수신료 등 전통의 방송 재원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지구촌 곳곳의 방송사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기업 규모를 대형화하면서 방송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는 기술 혁신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의 TV 기반 방송 사업 모델은 개인은 물론 개별 가구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미국의 대표 케이블 TV사인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버라이어존 등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시켜서 가정 보안, 검침, 헬스케어 등 개인·가구별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촌 방송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원을 확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2015년 미국 AT&T와 위성방송사 디렉TV의 합병, 스페인 텔레포니카와 위성방송사 카날플러스의 합병, 2016년 미국 차터커뮤니케이션·타임워너케이블·브라이트하우스네트워크의 합병으로 인한 거대 공룡 케이블TV사 탄생 등이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 방송사들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제도가 혁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은 융합 환경에 대응해 이미 10여년 전에 칸막이식 허가 구조를 서비스 유사성에 따른 수평 형태의 규제로 전환했고, 소유·겸영 규제를 폐지하는 등 제도를 정비한 상태다. 그럼에도 기존 제도로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 확산에 따른 경쟁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와 새로운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낡은 제도 때문에 새로운 투자와 혁신을 끌어내지 못하면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의 지평을 넓혀 나아가기 위해서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다시 한 번 강조돼야 한다. 그 중심에 제도 정비가 있다. 제도 정비는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수준을 넘어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김도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dhkim@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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