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증언을 해야 할 이영선과 윤전추

2016. 12. 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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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두 행정관

이영선 행정관(왼쪽)과 윤전추 행정관은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마지막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두 사람이다. 연합뉴스, TV조선 화면 갈무리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쩔 수 없이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에 나왔다. 국가 사정을 총괄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이없게도 ‘셀프’ 도망자가 되어 수취인불명자가 됐다. 그러나 행정관급 2명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이영선, 윤전추 행정관이다.

이영선 행정관은 청와대 경호실 소속이고, 윤전추 행정관은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이다. 두 행정관은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받고 그 날짜에 맞춰 ‘연가’를 냈다. 이를 허락한 청와대는 국회에서 두 행정관의 청문회 출석 동행명령장 수령을 요구하자 ‘당사자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은 내팽개쳐놓고 행정관을 끌어안은 모양새다.

두 행정관은 최순실의 수하처럼 일했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의 시중을 들었다.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는 오랜 수사 격언이 맞는 말이라면 ‘세월호 7시간’의 최종 진실은 두 행정관이 쥐고 있을지 모른다.

관저에 홀로 있던 대통령 곁에 누가 있었나

지금까지 밝혀진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종합하면 ‘관저에 있었고, 홀로 점심과 저녁을 먹었고, 오후 3시께 머리를 했다’는 것이다. 굿이나 마취 시술 같은 대단히 유별난 행위의 가능성은 점점 기각되는 분위기다.

물론 여전히 빈 시간은 있다. 지난 12월14일 국회 청문회에선 이 비어 있는 시간에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궁이 집중됐다. 주로 오전 시간과 관련된 의혹이다. 하지만 뾰족한 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필러 등의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것은 확실한데, 그게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사를 맞은 것도 분명한데 주치의, 자문의, 비선 의사, 간호장교 그 누구도 주사를 놓았다는 사람이 없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에 “미구조된 인원들이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는 보고를 이미 오전 11시23분 유선으로 들었다. 이 보고를 받고도 오후 2시11분까지 무려 2시간48분 동안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선내에 울려퍼진 “가만히 있어라”를 철저히 실천했던 건 다름 아닌 대통령이었다.

세월호 침몰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되던 2시11분에 내려졌다는 대통령의 지시가 무엇이었는지는 구체적이지 않다. 여러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도 여전히 두루뭉술하다.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비상한 상황에서 내려진 평이한 지시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행정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지시는 ‘상관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상관이 관심 없는 사안을 독단적으로 열심히 하는 관료는 없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청와대의 함구와 비호는 ‘홀로 관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홀로 관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던 대통령의 문제를 설명해내기 위해 무수한 조직의 여러 사람들이 아직도 복잡한 고생과 곤란을 겪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눈을 뜨면 그곳이 곧 집무실” “여성 대통령에게 결례라고 생각했다” 등의 어록을 남겼다. 청문회에 출석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소재를 몰라, 서면보고를 두 곳에 올렸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행여 그 시간에 대통령이 차움의원이나 관저에서 위법적인 의료시술을 받은 것이 아닐까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아직도 고생 중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까지 날아가 조여옥 간호장교의 진실을 파헤쳐보려 했으나 아직 빈손이다. 이 곤란한 상황들을 지켜보며 청와대는 스무고개 하듯 찔끔찔끔 확인된 사실에만 반응을 흘리고 있다.

감추는 자, 정호성·안봉근·이영선·윤전추

이영선·윤전추 두 행정관의 청문회 불출석사유서 우편 봉투. 청와대는 두 행정관의 출석요구서를 대리 수령했고, 불출석사유서 역시 같은 필체로 보이는 봉투에 적어 국회로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 제공

그러나 홀로 관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던 대통령의 곁에 누군가는 있었을 것이다. 관저에 상주하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이들이다.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같은 ‘윗선’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을 보지 못했지만, 대통령의 문고리를 지키는 이들은 어쨌든 당일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당시 정호성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대통령 집무실 담당)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관저 담당)이다. 비서실장과 안보실장은 ‘대통령의 행적을 왜 모르냐’는 물음에 “죄송하다”고 답변할 수 있지만 정호성과 안봉근은 그럴 수 없다. 비서급인 ‘문고리 3인방’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바람에 실장이나 수석급이 대통령과 대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대통령의 배우자를 돕는 제2부속실을 존치하면서 박 대통령이 이를 안봉근에게 맡긴 것은 애초부터 제2부속실 업무가 ‘비선’ 관리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안봉근 비서관 밑에 이영선과 윤전추가 있었다.

이영선은 최순실을 보좌하며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고 청와대에 들어오는 ‘보안손님’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고,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는 남성 비서가 보필하기 어려운 여성 대통령의 ‘사생활’ 시중을 들었다.

경북 경산 진량고를 나온 이영선은 경기대에서 유도를 전공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운동선수답게 위아래 구분이 명확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순실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며 셔츠에 닦아 깍듯하게 건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이영선과 연락을 주고받은 한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이영선은) 운동만 했던 형인데 이런 일에 연루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주도적으로 일을 도모하기보다는 위에서 시키는 일에 의문을 갖지 않는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영선은 안봉근의 고교 직속 후배다. 경호실 소속인 그가 제2부속실에 파견 나온 맥락이다. 이영선은 청와대에 드나든 보안손님을 전담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정도 되는 손님은 때때로 안봉근이 모시기도 했지만, 그 외의 손님을 실어 나르는 것은 이영선의 몫이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누군가 밝힐 수 없는 손님이 관저에 있었다면 이 손님은 이영선이 모시고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김상만(전 대통령 자문의)인지, 김영재(최순실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그가 누구일지라도 이영선과 함께 들어온 것은 확실하다.

이영선 행정관이 그저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 할지라도 그 윗선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일을 한 이영선이 키를 쥔 셈이다.

TV조선의 의상실 동영상 보도 이후 대부분 언론들은 이영선을 ‘전 행정관’이라고 써왔다. 청와대 조직의 특성상 이영선이 실제로 행정관을 그만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영선과 윤전추가 그만뒀는지 여러 차례 대변인에게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선 관리와 대통령 사생활 시중

윤전추 행정관도 마찬가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버킹엄궁에서 2박3일간 머물 때 박 대통령을 궁 안에서 수행한 이는 딱 5명뿐이다. 이 중 2명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올림머리를 한 미용사 자매다. 청와대 인사는 3명으로 정호성·안봉근 비서관, 그리고 윤전추 행정관이다.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근무하다 무슨 까닭인지 곧장 청와대 3급 행정관이 된 윤 행정관은 대통령의 의상, 미용, 운동 등 사적 영역을 전담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청와대 입성을 두고 “대통령이 연예인 트레이너에게 나랏돈을 주고 PT를 받는다”는 세간의 비아냥이 있었지만 윤 행정관의 역할은 ‘전공 분야’가 아닌 ‘여성’이라는 성별 그 자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의료용 ‘가글’을 가져다준 간호장교 신보라는 청문회에 출석해 가글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이 아니라 “부속실 남자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게 누구냐는 질문에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모른다”고 답했다. 그게 이영선이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가글을 받은 이영선은 그걸 누구에게 전달해 대통령의 방에 넣었을까.

이영선·윤전추 행정관을 감추려는 청와대의 노력은 지속적이고, 비범하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와중에도 두 행정관의 사의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두 행정관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뒤 국회 행정실은 청와대에 “두 행정관의 개인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세종로 1번지’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청와대의 누군가가 대리 수령했다.

동행명령장 발부에 맞춰 나란히 휴가

두 행정관이 밝힌 불출석 사유는 같았다. ‘검찰 수사 중이라 출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동행명령장이 발부될 것을 뻔히 알고 있던 청와대는 청문회 기간에 맞춰 두 행정관에게 휴가를 허락했다. 그 뒤로는 두 행정관이 휴가라는 이유로 명령장 수령조차 거부했다.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의 시간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줄 사람은 이 두 명으로 좁혀졌다.

수취인불명  출석요구서
우병우는  청문회에  나올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순실 국정 농단’ 국회 청문회에 출석할까. 그의 출석이 예정된 12월22일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다. 우 전 수석은 13일, 전 국민적 유희로 진행된 ‘우병우 찾기’ 현상금이 2천만원을 돌파하자 갑자기 <연합뉴스>에 등장해 청문회 출석을 예고했다. 그런데 예고 시점과 내용이 희한했다. 두문불출하던 우 전 수석은 언론의 언론이라고 할 <연합뉴스>에 청문회 출석을 불쑥 알리는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 하지만 그가 출석하겠다고 한 ‘19일 청문회’ 일정은 폐기된 상태였다. 법률 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다녀 ‘법꾸라지’라는 악명까지 얻은 우 전 수석이 청문회 출석 일주일 전에 증인 채택이 돼야 하는 국회 청문회법 절차를 몰랐을까. ‘우병우 청문회 출석’이란 보도 한 줄 띄워놓고 좁혀오는 포위망을 벗어나려던 계략은 아니었을까. 청문회 출석 입장을 밝힌 뒤에도 우 전 수석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설악산, 부산에서 봤단 목격자도 있다. 서울 강남 집에 돌아왔는지, 장모 소유의 경기도 화성시 소재 골프장 기흥컨트리클럽 별장에서 노트북 켜놓고 청문회 출석을 준비하는지 신출귀몰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제대로 수령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여전히 그에게 ‘출석명령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국조 특위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문자를 보내와, 출석요구서 수령 거소 확인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이 “주소를 알려주지 않은 채 문자로 출석요구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조 특위는 결국 출석요구서를 사진으로 찍어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국조 특위 관계자는 거꾸로 기자에게 “전달된 것이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하려 했으나 출석요구서를 법적 절차에 따라 못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출석요구서를 사진으로 전달받았을 뿐 수령은 안 했다고 할 수도 있다. 설마, 그렇겠냐고?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으로 도망쳐온 우 전 수석 아닌가. 22일 청문회에 우 전 수석이 출석하면 묻고 싶다. “어디 계셨습니까?”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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