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보안손님' 다녀갔나

2016. 12. 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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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국조특위에서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지목된 김상만과 김영재씨는 2014년 4월16일 청와대 출입 부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월 14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필러 시술 의혹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관저’와 ‘보안손님’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설명하는 열쇳말이다. ‘세월호 7시간’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종합 서면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오후 5시15분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그 시간 동안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다고 밝힌 청와대 참모는 아무도 없고,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해경청장 통화부터 오후 2시11분 국가안보실장 통화까지 3시간41분간 세월호 참사 관련 지시를 하지 않았다.

경호실 출입기록 남지 않는 사적 손님

청와대는 지난 11월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주로 관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12월5일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청와대 ‘보안손님’의 존재를 확인했다.

보안손님은 대통령이 지목한 사적 손님으로서, 청와대 출입시 경호실에서 소지품 검문·검색을 받을 뿐 인적사항을 요구받지 않는다. 경호실 출입기록엔 남지 않고 관저 부속실만 인적사항을 알 수 있다. 참사 당일에도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보안손님을 만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참사 2년8개월이 지나도록 ‘세월호 7시간’의 박근혜 대통령 행적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오직 홈페이지를 통해 주로 관저에 머물면서 총 7차례 통화했다고 밝힌 게 전부다. 오전 10시15분부터 10시30분 사이에 국가안보실장 또는 해경청장과 3차례 통화, 14시11분부터 14시57분 사이에 국가안보실장과 2차례 통화, 11시34분 외교안보수석실과 1차례 통화(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관련 보고), 12시50분 고용복지수석과 1차례 통화(기초연금법 관련 보고) 등이다.

이 7차례 통화 외에,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12시에 점심 식사를 했고, 오후에 올림머리 손질을 했다는 것이다. <여성동아>는 청와대 조리장 인터뷰를 통해, 참사 당일 “낮 12시에 평소처럼 1인분 식사가 들어갔고 그릇이 비워져 나왔다”고 12월7일 보도했다. <한겨레>는 “참사 당일 강남 유명 미용사 정아무개씨가 낮 12시에 청와대 호출을 받고 오후 1시~4시30분 사이에 90분가량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 손질을 했다”고 12월6일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미용사가 오후 3시22분에 청와대로 들어왔고, 머리 손질에 걸린 시간은 20여 분”이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구체적 사실과 정황만 모아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동안 관저에 머물며 전화 통화 7차례, 점심 식사, 올림머리 손질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그 시간 동안 세월호 참사 대처와 무관한 다른 일을 했을 것이란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골든타임’에 올림머리를 하느라 90분 안팎의 시간을 허비했고, 중대본에 처음 나타나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참사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질문을 던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주사제를 그분 손에 쥐어줬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왼쪽)와 김영재 성형외과 의원. 연합뉴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대표적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당일 주사·시술설이다. 지난 12월5일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는 ‘보안손님’인 비선 의료진이 관저로 드나든 정황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관저에 주로 머물렀고, 평소 관저로 비선 의료진이 드나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12월14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선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주사·시술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와 김영재 성형외과 의사 부부가 ‘보안손님’으로 관저에 출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의심받고 있다. 김상만씨는 대통령 자문의 위촉(2013년 7월25일) 이후는 물론이고 그 전에도 두세 차례 대통령 관저에 출입해 진료·치료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움의원 소속 의사였던 김씨는 11월11~14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 차움의원 조사 때 ‘2011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최순득·최순실 자매 이름으로 19차례 박 대통령 주사를 놓은 적이 있으며 그중 12차례는 대통령 취임 뒤 청와대로 주사제를 직접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12월14일 청문회에서 이병석 전 대통령 주치의는 “김상만씨를 추천하지 않았지만 자문의로 이미 위촉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만씨는 관저에서 대통령을 만나 태반·백옥 주사제 등을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주사제 사용법이 자세히 적힌 문서도 같이 전달했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에겐 태반주사만 놨고 다른 주사는 놓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주사제를 그분 손에 쥐어줬다. 그 주사를 어떻게 맞아야 되는지 다 확인하고 설명 다 해드리고 직접 해드렸다. 간호장교가 아니라 그분한테.”

“가르친 것이 아니고 주사를 주면서 주사의 사용 방법을 자세히 쓴 것을 대통령한테 전달했다.”

“제가 직접 놓은 주사는 라이넥이라고 하는 태반주사밖에 없다. (백옥주사 등) 정맥주사는 누가 놨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전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건네받은 주사제를 관저에서 누군가 사용법을 보고 처치했다고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김상만씨는 서창석 대통령 주치의 취임(2014년 9월) 전까지는 주치의나 의무실에 따로 통보 없이 대통령 관저 진료를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주치의나 의무실장이 아닌 김상만씨를 따로 불러 주사제를 건네받아 사용법을 전달받았다면 주사 처치 또한 공식 주치의·의무실장을 통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치의·의무실장을 거치지 않은 대통령 혈액검사가 있었다. 2013년 9월2일 박 대통령의 혈액이 최순실씨 이름으로 청와대에서 반출됐다. 혈액은 당시 차움의원 의사 김상만씨에게 전달됐다. 김상만씨는 12월14일 청문회에서 “제가 건강 상태를 설명드리고 ‘이러이러해서 검진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했더니 대통령께서 동의하셨고, 그래서 ‘혈액을 가지고 오시면 제가 검사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혈액검사 용도에 대해 ‘면역기능 관련 호르몬 검사’라고만 밝혔다. 당시 대통령의 혈액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가져왔다고 김상만씨는 말했다.

하지만 이선우 당시 청와대 의무실장은 12월5일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2013년 9월2일 대통령 혈액검사) 과정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고 그 사실을 모른다”고 밝혔다. 대통령 건강 검사·진료가 청와대 공식 라인 밖에서 이뤄진 단적인 사례다. 김상만씨가 전달한 주사제를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누군가가 대통령에게 처치했고,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주사·시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12월14일 청문회에서 이병석 전 주치의와 서창석 전 주치의는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이외엔 대통령에게 주사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진료 사실 또한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조 대위는 미국 연수를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해 그가 김상만씨가 전달한 주사제를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으로 처치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비공식적 주사·시술 가능성

또 한 명의 대통령 ‘비선 의료진’으로 지목받는 인물은 김영재 의원이다. 그는 최순실씨를 ‘최보정’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36차례 진료했다. 12월16일 서울 논현동 김영재의원 국회 현장조사에선 “최순실씨가 진료받을 때마다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영재씨는 2013년 4월 이병석 대통령 주치의를 통해 최순실씨를 처음 소개받았다고 12월14일 청문회에서 밝혔다. 이병석 주치의는 최순실씨를 5~6년 전 진료한 인연으로 알게 됐다고 했다.

김영재씨는 2014년 2월 부인 박채윤씨와 청와대 관저에 처음 들어간 뒤로 5차례 이상 관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보통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김영재씨 부부를 데리고 들어갔다고 했다. 김영재씨의 부인 박씨는 성형시술용 봉합사 제조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이며, 박씨의 동생은 화장품 제조업체 존제이콥스를 운영한다. 와이제이콥스는 중동 진출과 연구·개발비 지원 등에서 청와대의 뜻에 따라 특혜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김영재씨는 전문의가 아닌데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의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김영재씨는 12월14일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 관저에서 만나 피부와 화장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을 뿐 시술을 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이 화장품을 저희 것을 공급해서 쓰고 있는데 (피부) 트러블이 났다고 해서 들어갔고 얼굴이 많이 부었다고 해서 또 들어간 적이 있다. 처음엔 이쪽의 (커터칼 테러) 흉터 때문에 마비도 오고 경련이 일어난다고 하고 얼굴이 많이 비대칭이 심해진다고 그래서 관저에 들어갔는데 여기 의료 시스템(여건)이나 수술한 다음에 부기도 오래가고 (얼굴 양쪽) 차이도 많이 나서 시술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다. (대통령이) 색조화장품인가 이런 것을 잘 모르고 계시니까 그런 것을 사가지고 와이프가 같이 설명드렸다.”

김상만·김영재씨 둘 다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영재씨는 11월10일 언론에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부터 골프장에 갔다고 설명했지만, 참사 당일 프로포폴 15㎖를 처방한 기록이 11월23일 언론에 공개되자, 골프장에 가기 전 자신의 장모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했다고 추가 해명했다.

김영재씨는 12월14일 청문회에서 “장모는 미용시술이 아니고 허리, 척추디스크 수술하고 고관절 수술을 했기 때문에 통증과 그 부분의 재생을 위해서 주사한 것이다. 통증이 좀 심해서 (장모가) 전화한 것 같다. 저희는 그것밖에 없어서 그것을 쓰고 있다. 당일 오전 9시에 시술해서 9시40분에 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프로포폴이 이완 효과가 있긴 하지만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프로포폴을 70대 고령의 장모에게 통증 완화용으로, 그것도 휴진일에 주사한 것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재씨는 당시 장모가 75살이었다고 밝혔다.

김영재씨 알리바이 조작 의혹 논란

이날 청문회에선 김씨가 참사 당일 골프장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행료 요금 영수증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에 제출된 영수증에 기록된 요금이 2014년 기준 요금과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요금은 7600원인데 영수증에는 현재 요금인 6600원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김영재씨는 “톨게이트 측에서 국회에 지금 가격으로 보내줬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전후 박근혜 대통령 얼굴 사진에서 드러난 입꼬리 아래 멍자국에 대해 김영재씨는 “필러 같지만 확실하진 않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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