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현쥬니+김덥' 스칼렛모조핀 "내년에는 페스티벌 휩쓸래요"

2016. 12. 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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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관명 칼럼] 전천후 남녀 아티스트 2명이 만났다. 가수 겸 배우 현쥬니와 음악 프로듀서 겸 연극영상 연출가 김덥이다. 현쥬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아이리스’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고 지난해에는 ‘복면가왕’에도 나왔다. 사실 그녀는 배우 일을 하기에 앞서 2008년 여성 4인조 록밴드 ‘벨라 마피아’로 데뷔, 200여회가 넘는 라이브 무대에 섰던 재야의 고수다. 김덥은 2004년 4인조 로큰롤밴드 ‘신신버스’로 데뷔한 뮤지션이자, 대학로 연극과 독립영화를 연출해온 베테랑. 현쥬니와 김덥은 “운명적으로 만난” 자신들을 ‘스칼렛 모조핀’(Scarlet mojo-Pin)이라 이름 붙이고 지난 10월 첫 작업 결과물인 앨범 ‘A Sad Story Of The Near Future’를 냈다. 오는 25일 홍대 클럽 ‘고고스2’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들을 [3시의 인디살롱]으로 초대했다.

= 반갑다. 먼저 현쥬니씨. 평소 궁금했다. 왜 ’주니’도 아니고 ‘쥬니’인가. 

(현쥬니)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한글이름이다. 획수 위주로 지었기 때문에 큰 뜻은 없다.”

= 김덥씨. 본명은 아닐 것 같다. 영어 표기를 보니까 소문자 ‘dub’이다.

(김덥) “‘더빙’에서 온 말로 예전부터 써왔다. 본명은 김정현이다. 소문자로 쓴 것은 일종의 표식이다.”

=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김덥) “3,4년 전부터 전자음악을 혼자 해왔다. 그러다 내가 노래를 해서 녹음을 해봤는데 ‘안되겠다’ 싶더라. 보컬리스트가 필요했다. 그러다 지인(현쥬니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대표 손석우)이 현쥬니를 소개해줬다. 벨라 마피아 시절 공연에서 현쥬니를 본 적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처음 봤다. 단순한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창작자로서 잠재력이 대단한 친구였다. ‘촉’까지 좋았다. 그리고 쥬니는 그동안 직선적이며 직관적인 음악을 해왔는데, 만약 나와 음악을 같이 하게 되면 쥬니의 숨어있는 몽환적 느낌이 잘 살아날 것 같았다.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현쥬니) “한마디로 자라섬에서 오빠한테 ‘스캐닝’을 받은 거다(웃음).”

= ‘스칼렛 모조핀’은 무슨 뜻이고 왜 이렇게 지었나.

(현쥬니) “팀이름에 무조건 ‘스칼렛’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칼렛’이 지닌 그 어감이 좋았다. 진홍빛, 그 붉은 느낌이 좋았다.”

(김덥) “‘모조핀’은 내가 좋아하는 제프 버클리의 1994년 앨범 ‘Grace’의 1번 트랙 이름이다. ‘마법의 턴테이블 바늘’(카트리지)이라는 뜻이다. 바늘, 뭔가 애시드하고 몽환적이지 않나?”

= 앨범 재킷에 나오는 여자를 보니 얼굴에 점이 있다. 현쥬니씨가 모델인가. 마릴린 먼로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현쥬니) 맞다. 나다. 그리고 앨범의 여주인공 스칼렛이기도 하다. 작업실에는 마릴린 먼로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다. 그녀 사진을 다 찾아봤는데 뼛속까지 섹시다. 그 기를 받기 위해 붙여놓았다.

(김덥) 일러스트는 기린 작가가 해주셨다.

= CD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픽 노블이라니.(속지가 그래픽 노블 형식(by 기린, 소임)으로 돼 있다. 꼭 CD를 사야만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인 셈이다.)

(김덥) “내가 음악을 하다가 연극연출을 하고 영상연출을 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음반 작업을 하는게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발표했던 음반도 이런 형식이었다. 쥬니가 노래도 했고 연기자이기 때문에 잘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어느날 쥬니가 이러는 거다. ‘오빠, 그거 봤어? 이세돌이 알파고한테 졌어! 오빠, 바둑 좀 알아?’ 순간, 재미있겠다 싶었다. (1983년에 데뷔한 미국밴드) 플레이밍 립스 앨범 중에 ‘요시미가 핑크로봇과 싸운다’는 제목의 앨범이 떠올랐다(2002년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사이보그가 인류를 정복하려는 로봇과 대결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A.I.’도 떠올랐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로봇 이야기다. 다음날 A4 2장짜리 시놉시스를 완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그 이야기를 트랙별로 나눠 담고, 그래픽 노블도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이번 앨범 ‘A Sad Story Of The Near Future’의 속지에 실린 그래픽 노블 사진과 줄거리, 트랙을 조금은 자세히 소개한다. 김덥의 얘기처럼 각 트랙이 줄거리와 맞물려 배치됐기 때문이다. 또한 각 트랙에 대한 스칼렛모조핀의 친절한 코멘터리도 가감없이 붙였다.]

1번트랙 ‘I Am Scarlet’ =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도시가 사라지고 인공지능 로봇이 판을 치는 근미래, ‘Scarlet’이라는 미녀 인공지능 로봇이 탄생한다. 내장 프로그램은 ‘Vinyl mojo 3.0’. 양산을 앞둔 최종 테스터는 제임스라는 남자다. 스칼렛은 제임스를 사랑했지만 결국 버림받는다. 자아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스칼렛.

“근미래의 공간을 생각했다. 스칼렛의 직업은 무도장에서 춤을 추는 댄서다. DJ는 굉장히 큰 턴테이블이고, 스칼렛이 신은 하이힐이 바늘(카트리지)이 돼 음악을 재생시킨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부터 LP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턴테이블과 LP에 대한 향수가 있다. ‘스칼렛 모조핀’이라는 말 자체도 ‘진홍색의 마법 턴테이블’이다. LP 소리를 재가공한다면 새로운 전자음악이 나올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그래픽 노블도 일부러 컴퓨터 대신 직접 펜으로 그린 것으로 알고 있다. 1번트랙은 일종의 인트로다. 다음에 나오는 5곡의 마디마디가 모두 이 2분짜리 인트로 안에 다 들어가 있다.”

= 중간에 나오는 하이힐 굽소리가 섹시하다. 예전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도 초반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나온다.

(현쥬니) “나도 구두 굽소리가 들어간 게 좋다. 이 인트로에서 ‘스칼렛’이 여성임을 상징하는 유일한 도구가 바로 하이힐이다.”

2번트랙 ‘흔들리네요’ = 정체성 고민을 계속하는 스칼렛.

“이 곡에서 들리는 뮤트 트럼펫 소리는 원래 굉장히 느리게 연주됐었다. 믹싱 과정에서 템포를 당긴 것이다.”

3번트랙 ‘시티’ = 스칼렛은 길거리에서 자신을 사랑해줄 누군가를 계속 찾아 헤맨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사람들과 로봇들과 함께 춤을 추는 스칼렛.

“원래는 ‘흔들리네요’처럼 주 라인이 있었는데 좀더 단조롭게 가기위해 많이 비웠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이 곡을 좋아하더라. 꼭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어도 내용을 공감할 수 있도록 가사를 썼다. 그냥 사랑 얘기, 이별 얘기, 차가운 현실의 도시 얘기도 된다.”

4번트랙 ’S.M.P(What am I) = 스칼렛의 고민은 점점 더해가고.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처음에는 스칼렛이 눈을 뜨고 있지만(왼쪽 위), 사랑이 없는 인간들(왼쪽 아래)을 보고 눈을 감아버린다(오른쪽). 이 곡의 스캣은 빅마마의 신연아가 불렀다. 이 곡은 무엇보다 전자음악 본연의 자세를 간직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 중에 가장 음악적인 트랙이다. 각 악기들이 느닷없이 모호하게 튀어나온다. 음악에도 느닷없는 음들이 필요하다.”

5번트랙 ‘분노의 Dr.know’ = 스칼렛은 결국 인간들이 자신을 조종하고 있음을 깨닫고 멀리 떠난다. 안드로이드들 사이에서 ‘현자’로 추앙받는 ‘Dr.know’를 만나 ‘나는 누구이며 왜 만들어졌고 인간들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 닥터노가 말한다. ‘인간들은 더이상 사랑을 할 줄 모른다. 그리고 스칼렛을 만든 건 인간이 아니라 ‘Babel’이라 불리는 핵심 인공지능이다’. 다시 바벨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스칼렛.

“닥터노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인공지능이고, 바벨은 그 인공지능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인공지능이다. CD 찍어내듯이 바벨이 로봇을 찍어냈던 것이다. 물론 바벨이라는 이름은 성경에서 가져왔다.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음악적으로는 색소폰과 트럼펫의 배틀에 주목해달라.”

6번트랙 ‘NosTalGia’ = 자신이 만들어진 공장에서 커다란 턴테이블처럼 생긴 바벨을 만나는 스칼렛. 바벨이 말한다. ‘너는 나를 찾아온 첫번째 로봇이다. 너는 이제 인간이다. 인간은 나를 만들었지만 나는 인간을 만들었다. 나는 이제 신이다. 인간은 더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심지어 사랑을 잃었다. 살아갈 가치가 없는 인류를 순식간에 없앨 수 있는 좋은 계획이 있다.’ 인류몰살계획을 들은 뒤 바벨과 함께 심해로 가라앉는 스칼렛. 그리고는 대폭발.

“스칼렛은 결국 이런 존재다. 즉, 인간을 사랑하라고 보냈는데 인간에게 사랑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바벨을 찾아온 존재다. 그림을 보면 아시겠지만 바벨은 LP를 찍어내는 기계처럼 생겼다. 막판에 강렬한 트럼펫 솔로가 나오는데 이는 바벨이 폭파되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 ‘인류몰살계획’, 어디서 많이 들은 단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김덥) “맞다. 만화에는 ‘인류소멸계획’이라고 나온다(웃음).”

(현쥬니) “이 곡은 원래 오빠의 다른 앨범에 있던 곡이다. 처음으로 여자가 부른 버전이다.”

(김덥) “처음 만났을 때 통기타로 쳐줬는데 쥬니가 꼭 부르고 싶다고 우겨서 넣게 됐다(웃음).”

= 가사 중에 나오는 버스 노선번호는 왜 ‘704번’인가.

(김덥) “어렸을 적 대구에서 살았는데, 그때 작업실 가는 버스가 704번이었다. 작업실은 없어졌다.”

= 앨범은 전체적으로 일렉트로 라운지 장르 같다. 그리고 턴테이블, LP, 아날로그, 이런 이미지가 많이 출몰한다.

(현쥬니) “집에 LP가 엄청 많다. 요즘은 일렉트로닉이 유행하지만 예전에는 따뜻한 LP 사운드였다. 앨범에 일부러 라디오 잡음을 집어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뜻함과 일렉트로닉의 접목이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엄마 아빠도 이번 앨범을 좋아하신다.”  

= 끝으로 향후 활동계획을 들려달라.

(김덥) “전자음악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짧든 길든 이야기 컨셉트를 갖고 음악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보다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할 것 같다.“

(현쥬니) “내년 1,2월 사이에 싱글을 낼 계획이다. 내년에는 기필코 페스티벌을 휩쓸고 다닐 것이다. 최대한 관객을 많이 만나는 게 중요하다. 연기를 하면서 조금 멀어졌었는데 뮤지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 문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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