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속살]자전거-'주황'과 '노란색'의 공유서비스 전쟁

입력 2016. 12. 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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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는 노란색 자전거를, 모바이크는 주황색 자전거를 지칭하는데, 아무 데나 주차해놓을 수 있어 이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관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에 대해 알게 된 건 중국인 친구와 그 스테이크 집에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집은 ‘베이징의 이태원’으로 유명한 싼리툰(三裏屯) 중심에 있는데, 복잡한 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데다 지하철역에서도 멀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다 겨우 도착한 나와 달리 친구는 여유가 넘쳤다.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아 역시 막힐 땐 자전거지.’

스테이크는 맛있었지만 막히는 도로를 뚫고 집에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자전거가 부러웠다. 친구에게 “네 자전거는 어디다 세워놨어?”라고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다른 사람이 타고 갔어”였다. ‘아 그새 도둑맞은 건가?’

도로에 세워져 있는 공유 자전거. 정해진 보관소가 아니라 아무 데나 반납할 수 있어 편리하다. / 박은경

걱정하는 날 보더니 그가 휴대전화를 꺼내 ‘모바이크(Mobike·摩拜)’라는 어플을 보여줬다. 어플을 켜면 휴대전화 GPS가 내 위치를 확인해 주변에 있는 자전거들을 지도 위에 펼쳐놓는다. 그 중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전거를 선택해 클릭하면 거리와 소요시간이 나오고 ‘예약’할 수 있다. 15분 내에 예약된 자전거를 찾아 자전거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잠금장치를 풀고 타면 된다. 자전거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알림 소리도 난다. 중국인은 신분증 번호를 입력해 회원가입을 하지만 외국인은 여권과 얼굴 사진을 업로드해 등록한다. 보증금 299위안(약 5만원), 30분 이용하는 데 0.5∼1위안(약 85∼170원)이다. 그제야 베이징 도로를 질주하는 모바이크의 주황색 자전거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

자전거 공유 어플인 모바이크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자전거를 지도에 표시해 알려준다. / 박은경

자전거 공유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것은 오포(ofo)다. 2014년 4월 3명의 베이징 대학생들이 자전거 여행업으로 창업했다가 2015년 5월 자전거 공유서비스를 시작했다. 1년 만에 자전거는 7만대로 늘어났고, 20여개 도시에서 15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우버 중국법인까지 인수한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지난 9월 오포에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후발업체인 모바이크는 우버 상하이 대표가 올해 4월 창업했다. 상하이에서 시작해 9월에는 베이징, 광저우로 영역을 넓혔고, 반 년도 채 안 돼 20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당겼다. 오포는 노란색 자전거를, 모바이크는 주황색 자전거를 사용해 언론들은 ‘주황과 노란색의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따릉이’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정해진 보관소에만 반납해야 한다는 점은 불편했다. 모바이크나 오포는 아무 데나 주차해 놓을 수 있어 이용하기에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관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베이징시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도 정해진 장소에 주차하도록 돼 있다. 중국 매체인 21CN은 “환승 지하철역 앞에 각 회사의 공유 자전거들이 쓰러져 있지만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거리의 흉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에는 참다 못한 청두(成都)시가 ‘도로 무단점유 불법영업행위’를 한다는 이유를 들어 200여대의 공유 자전거를 압수한 일도 있었다. QR코드를 인식해 잠금장치를 풀어야 하는데, 일부 상인들이 광고 스티커를 붙여 QR코드를 훼손하면서 장기간 방치되기도 한다. 업체들은 고의로 자전거를 훼손해 중고 시장에 내다파는 나쁜 이용자들 처리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체들은 신용등급제를 통해 자전거를 분실하거나 훼손하는 이용자에게는 더 비싼 이용료를 받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박은경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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