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36전 37기' 허정한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 우승"

서장원 2016. 1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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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다음 목표는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입니다."

지난 2006년 당구 선수의 길을 걸은 이후 당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허정한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뚝뚝 묻어나왔다.

2016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12월 중순, 한국 당구계에 낭보가 들려왔다. 2016년도 마지막 대회인 후루가다 세계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당구의 간판' 허정한(경남당구연맹)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8년 동안 37번의 도전끝에 거머쥔 우승 트로피다. 허정한에겐 남다른 우승일 수 밖에 없다. 20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허정한은 "37번만에 우승한 줄은 몰랐다"며 웃어보였다. 그의 환한 미소에서 '드디어 해냈다'는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졌다.

허정한은 우승을 하게 된 원동력으로 고 이상천 전 대한당구연맹 회장과 고 김경률 선수를 꼽았다. 두 선수는 당구 불모지였던 한국 당구를 당구 선진국에 알리는 개척자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허정한은 "한국당구가 유럽 등 당구 선진국을 개척해 나간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고 이상천 회장님부터 고 김경률 선수까지 개척자들의 도전 정신이 제가 이렇게 우승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토대가 됐다"고 전했다.

허정한은 국내에서 당구 '4대천왕'에 꼽힐 만큼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했다. 모든 대회에서 1위를 해봤으며, 한 해 성적을 점수로 매기는 랭킹 포인트로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국제대회만 나가면 힘을 쓰지 못했다. 2015년 포루투칼 월드컵에서 거둔 공동 5위가 그의 국제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이 때문에 허정한은 '국내용', '새가슴'이라는 달갑지 않은 말을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허정한은 "예전에는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땐 실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 할 것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올해 유독 한국 당구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부진했다. 허정한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지 못했다. 올해 마지막 대회인 후루가다 세계3쿠션 당구월드컵에 출전하는 허정한의 어깨도 무거울 법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허정한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는 솔직히 우승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국제대회 최고 성적이 8강이었다. 최고 성적을 뛰어 넘어보자는 생각만 하고 대회에 임했다. 요즘 당구 페이스가 하락세 였다. 내년부터 진짜 가다듬고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마지막 시합은 최고 성적만 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며 신기해했다.

우승의 기운이 있어서였을까. 후루가다 월드컵에서 허정한은 말그대로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랐다.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했고, 본선에서도 상대선수들을 비교적 압도하며 올라간 허정한의 결승상대는 선수경력 동안 맞붙은 상대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압박감을 안겨준 '인간줄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였다. 허정한은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로 못이기겠단 생각을 했다. 시합 전에 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경기에 임했다. 마음을 편히 먹으니 결승에 처음 올라갔는데도 떨리지 않고 긴장도 안되더라. 경기를 즐기면서 내 스타일대로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승리 요인으로 멘탈을 꼽았다.

그렇다면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그가 가장 먼저 했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허정한은 "'해냈구나. 드디어 해냈구나'라고 되뇌었다. 기뻐서 뛰어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후루가다 월드컵 우승으로 허정한은 세계 랭킹이 17위에서 10위로 수직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고 김경률, 강동궁, 최성원, 조재호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5번째 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기록됐다. 자신의 우승을 더해 한국 당구의 개척자로 불리는 선수들이 차례로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지켜본 허정한은 "실력 뿐만 아니라 여러 대회를 거치며 축적된 경험이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는 뒷 세대의 선수들이 이어서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8년만에 우승을 했지만 허정한은 우승의 기쁨에 취해있을 여유가 없다. 내년 초까지 빼곡하게 차있는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당연히 모든 일정은 당구와 관련된 것이다. "보기보다 당구선수들이 바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허정한의 얼굴에서 당구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허정한의 당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뉴미디어국 superpower@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대한당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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