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우울증 치료? 무술만 한 게 없답니다
지난해 직장 그만두고 체육관 오픈
태극권·킥복싱 등 11개 무술 선보여
장은하(29) CTOC 대표는 직접 태극권의 동작을 선보이며 무술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설립한 CTOC(Challenge to change)는 맞춤형 무술 프로그램으로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8일 찾아간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의 CTOC 사옥은 사무실이라기보다는 도장에 가까웠다. 매트 위에는 샌드백과 각종 운동도구가 놓여 있고, 벽에는 절권도 고수인 이소룡과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선 정적인 태극권에서부터 동적인 킥복싱, 무에타이까지 개인의 성향에 맞게 11가지 무술을 연마할 수 있어요. 4명의 사범들도 모두 4~5가지 이상의 무술을 섭렵한 20년 이상의 고수들이죠.”
장 대표는 3년 전 만 해도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할 정도로 대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무술을 접하게 된 건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나면서부터다. “야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어느 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모든 장기를 재검해야 할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는 말에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매일 아침 체육관에서 킥복싱과 무에타이를 수련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1년 뒤 다시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40대였던 신체나이가 22세로 젊어졌고, 마음가짐도 완전히 달라졌다”며 “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주택을 빌려 체육관으로 꾸몄다. 다양한 무술을 배울 수 있다는 호기심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회원 은 현재 50여 명으로 늘었다. 장 대표는 “회사 임원, 연예인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의 사람들이 주로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사회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 정신질환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5명에게 8주간 무술을 가르쳐보니 우울감 등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는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였던 한 대학생을 꼽았다.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해 휴학을 한 상태였는데 무술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원도 춘천에서 매주 운동하러 이곳에 와요.”
장 대표는 내년부터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을 받는 취업준비생들에게도 무료로 무술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수련을 통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술은 최고의 자기계발 프로그램”이라며 “약물이 아닌 더 건강한 방법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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