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김제동 이승환은 평범한 연예인 틀을 뛰어넘어 시민운동가 수준"(인터뷰)

뉴스엔 2016. 12. 2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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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배우 정진영(52)에게 2016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상반기에는 드라마 ‘화려한 유혹’으로 중년의 치명적 유혹을 발산하는가 하면 끝자락에선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로 큰 울림을 던지고 있다. 12월19일 현재 324만 관객을 동원한 '판도라'(개봉 12월7일) 정진영을 최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울림이 조금씩 감지가 된다”며 “입소문이 좋게 나면서 고맙게도 개봉주보다 힘을 더 받는 듯하다”고 기분좋은 웃음을 머금었다.

1. '왕의 남자' 영예로운 작품, '판도라' 인생영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은 다큐멘터리나 작은 규모로 만들어지곤 하는데 ‘판도라’는 시나리오 자체가 큰 규모를 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야기 전달이 힘들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테 투자가 가능할까 우려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이런 소재(원전사고)를 영화로 만들 수 있나 싶어 놀라웠다. 밤에 퀵으로 시나리오를 받아 읽으며 흥분됐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일찍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상업영화가 꼭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에둘러 말하지 않고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데 끌렸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작품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제까지 ‘왕의 남자’(2005)가 내게 영예로운 작품이었다면, ‘판도라’는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거 같다. 내 인생에서 의미있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2. 현실이 된 가상스토리 착잡
재난영화의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가 사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고위층의 부패와 무능이다. 일선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해결하는 게 익숙한 문법이다. 현재 시국에서 그 모습이 영화에 덜컥 보여 관객이 현실의 이야기로 느끼는 듯하다.

안전한 원전 정책을 입안, 실행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를 상상해 대본을 구성하고 촬영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영화가 현실처럼 보이게 됐다. 아니 현실을 뛰어 넘었다. 그래선 안 되므로 놀랍고 착잡했다. 개봉을 앞두고 경주 강진이 발생하면서 거리감이 없어져 버렸을 때 당혹스러웠다. 관객들이 가상의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공포에 떨까봐 두려웠다.

3. 고3 아들 덕에 원전 관심
고3인 아들의 초등학생 시절 꿈이 핵 물리학자였기에 원자력, 핵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보니 대책없는 원전정책을 우려하게 됐다. 폐연료봉(고준위 폐기물) 반감기가 20만년이라고 한다. 지구상에 안전한 격납시설은 없고 다 임시시설이다. 탈 원전사회로 가고 있는 독일은 체르노빌의 공포스러운 경험 탓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전 찬성론자들은 경제성을 주장하는데 시설비용, 안정성을 따지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제까진 '원전 안전지대'란 맹신 아래 남의 일처럼 여기느라 수면 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는데 ‘판도라’를 통해 같이 생각해보고 제대로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4. 내부고발자들, 부패 사회 바꿔나가
낙하산 본부장이 온 뒤 발전소장 박평섭은 원전 실태보고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낸다. 내부 고발자다. 해고당한 뒤 발전소가 폭발하자 재난현장으로 달려와 현장을 진두지휘한다. 그에게 발전소는 애증의 애인일 거다. “애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악마가 돼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을 때 악마와 맞서 싸우는 구나”로 여길 뿐 따로 감정을 표현하진 않는다.

이런 캐릭터는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보통은 후에 보복을 강하게 당한다. 폐쇄된 시스템은 대개 비밀을 감추는데 한 사람이 밝혀준다. 부패한 사회일수록 내부 고발자들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세상을 바꾸는 시발점이 된다. 우리 국민들이 여러 가지 학습이 돼 입체적으로 인물과 상황을 파악하는 듯하다. 바로 이해하더라.

5. 자극 많았던 2016년
다른 해는 헐렁했는데 올해는 바빴다. 특히 11월부터 정신없는 나날이다. 지난 5월 홍상수 감독님의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프랑스 칸에서 촬영했고, 러시아에 다녀왔다. 독립영화 촬영에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투자 준비가 안돼 연기됐다. tvN 역사토크 프로그램 ‘동네의 사생활’에 출연하고 있다. 여러 경험을 하며 다른 식으로 자극을 많이 받았던 한해다. 잘 충전됐으니 이제 새로운 일을 할 준비를 착착 진행해나가면 된다.

충전이란 게 비운 다음에 자극을 받는 게 중요하다. 나이가 50대다 보니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하던 대로 하면 되지”가 아니라 또 어떻게 다른 식으로 나를 깨울 지를 생각하게 된다. 술 마시고 쉬는 것보다 그런 자극이 더 의미가 있다.

6. '아재파탈' 겟! 이경영 선배 역 스틸?
50대 남자배우들인 한석규, 최민식, 손현주씨는 톱으로 활동하는데 난 톱은 아니다.(웃음)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꾸준히는 해온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역할 비중이 작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서운해 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나이 먹으며 모르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 많은 경험을 했으니 진한 감정을 알게 되는 게 아닌가. 깊은 감정을 연기할 롤을 갖게 돼 기쁘다. 앞으로 머리가 더 하애지면 어쩔까 궁금하다. (이)경영이 형 역할을 이어받아볼까. 하하.

그동안 대부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직하게 지켜내거나 중심을 잡아주는 역을 많이 해왔는데 올해 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는 전 국무총리 강석현 역을 맡아 감정을 많이 드러냈다. 이토록 감정을 많이 표현한 건 ‘왕의 남자’ 이후 처음이었던 듯하다. 재밌었다. ‘아재파탈’ 소리도 들었고.

7. '그것이 알고싶다' 하차...이준익 감독 페르소나, 이유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을 맡으면서 대중이 느끼는 나의 어떤 이미지가 형성됐을 거다. 그 이미지를 영화 제작자들도 편하게 사용했다. 너무나 훌륭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영광이었으나 4년만에 관둔 이유는 고정된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후 이준익 감독님과 계속 기존 다른 캐릭터로 갔다. ‘즐거운 인생’의 허당, ‘님은 먼 곳에’의 양아치, ‘평양성’의 김유신 등 이리저리 가봤는데 배우는 그때그때 맡은 역에 따라 그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전략을 세워서 이미지를 만드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작품 할 때마다 새로운 인물로 생각하고 다가갔다. 오래 했다고 잘하는 거 같지는 않고, 객관적 성적표가 있는 것도 아니라 자신만이 아는 자체 평가에 달린 듯하다. 만족이 있을까 싶다. 다만 촬영장에 있을 때가 제일 좋다. 다른 생각할 필요없이 연기할 거만 생각하면 되니까. 내가 오늘 살아야 할 부분이 명확히 보여서 그곳이 제일 편하다.

★에필로그- 연예인 ‘프로 촛불집회러’
배우가 시국에 대해 소신껏 발언하고 행동하는 거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별할 이유도 없고, 특별해서도 안 된다. 배우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할 수 있다. 드러내지 않고 시위에 나가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김제동 이승환씨는 평범한 연예인 틀을 뛰어넘은 대단한 분들이다. 시민운동가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지 않나. 경의를 표한다.

뉴스엔 객원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 사진= 최교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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