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 first"..혁신양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 플랫폼' 구축해야

신현규,김대기,신찬옥,임성현,원호섭,박은진,오찬종,김연주 2016. 12.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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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노조·중기도 동참, 예산 年 650억 사용
中 국무원, 공급·수요자 연결 공격적 육성
美 정부-연구개발, 민간-상용화 호흡 척척

◆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조건 1부 ② / 선도국서 배우는 생태계 혁신 전략 ◆

황웨이 피맥스(PMAX) 회장이 3D 프린터로 제작한 제품들과 반지를 보여주고 있다. [선전 = 김대기 기자]
황웨이 피맥스(PMAX) 회장이 2013년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한국의 용산전자상가 격) 골목에서 3D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관련 시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3D 프린터를 만들어도 한 달에 10대도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광둥성 정부가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함께 대학부터 찾아가자고 하더니 3D 프린터를 대학에 납품하자고 제안했다. 황 회장은 "황무지 같았던 시장이 그때부터 열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D 프린터 교육으로 인식이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시장이 열렸다. 지난해에는 후난성 정부에서 찾아와 무려 6만6100㎡(약 2만평) 규모 3D 프린터 공장 용지를 장기간 무상 임대해 주겠다고 했다.

황 회장은 "중국 정부는 3D 프린터 보급과 활용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을 대학·연구소·대기업과 연결해 주고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 줌으로써 3D 프린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피맥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원 수 100여 명의 중소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직원 수 1000여 명 규모의 중국 10대 3D 프린터 업체로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일·미국·중국이 과연 어떤 비법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비법은 혁신을 공급하는 이들이 '미친 듯이' 일할 수 있도록 혁신을 격려하고 받아주는 생태계 조성에 있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플랫폼 사업자들끼리도 더 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는다. 독일 대기업인 보쉬는 GE 프리딕스와 겹치는 산업인터넷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최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핵심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서로의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독일의 이 같은 협력 문화는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2011년 시작된 독일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의 핵심이 바로 스마트 제조업의 플랫폼과 생태계 조성이다. 2012년 독일 정부는 인공지능연구소(DFKI)와 BMW, 보쉬 등 대기업을 손잡게 하면서 스마트 제조업 플랫폼을 공동으로 연구하게 만들었다.

이 작업이 성공을 거두자 독일 정부는 2015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독일 전체 공장의 90% 이상을 스마트 공장으로 만들어서 100조원 이상 부가가치를 만들겠다는 이 프로젝트에는 BMW, 보쉬, 바스프 등 16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독일 정부가 2014년 '학문의 해(Das Wissenschaftsjahr)'를 열면서 노조, 예술가, 미디어 산업 관계자 등 사실상 모든 집단을 포함한 플랫폼을 만든 것이 한몫했다.

놀라운 사실은 독일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연평균 650억원의 예산만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혁신 3.0' 계획에 포함된 24조원의 민관 합동 자금(2017년까지)과 비교도 안 되는 푼돈인 셈이다.

데니스 괴를리흐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 전무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플랫폼과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어도 돈을 많이 쓰지 않고 산업정책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독일 정부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미국 4차 산업혁명 전략의 핵심도 어떤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면 복수의 기업, 주정부, 민간 단체가 달라붙어서 지원해 줄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이다. '아이디어 퍼스트' 방식의 조직체인 셈이다.

미국은 2011년부터 첨단제조파트너십(AMP)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제조혁신네트워크(NNMI)라는 일종의 혁신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안에는 연구소, 대기업, 중소기업은 물론 관련 스타트업들이 총망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정부, 비영리 단체까지 포함돼 있다.

현재 3D 프린팅, 하이브리드 전기소자, 클린에너지, 신소재 등 분야별로 총 14개 제조업혁신센터(MII)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은 앞으로 5년간 총 16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일부 기술 면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보다 앞서 있는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혁신공급자와 혁신수요자를 매칭해주는 공격적 스타일이다. 특히 '인터넷플러스'라는 중국 국무원 정책 프로그램은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을 위한 혁신 플랫폼 조성을 정부가 뚫어 주겠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버스를 만든 바이두가 주행 실험을 한다고 하면 국무원이 10개 지방도시에 시범운행을 하도록 주선해 준다거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이들이 더 많은 민간 엔지니어들과 일하게끔 하기 위해 공립 인공지능연구소에 알리바바를 붙여 주는 식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의 경계, 국가의 경계마저 무너지는 전 세계적 패러다임 전환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 대기업들도 서로 협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선전(중국) = 김대기 기자 / 신찬옥 기자 / 임성현 기자 / 원호섭 기자 / 박은진 기자 / 오찬종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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