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변호사는 꽃" "판사에 미인계"..변호사업계 성차별

강진아 2016. 12. 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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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협, 여성변호사 근무실태 조사 보고
성별 이용한 업무수행·성차별 발언 등 존재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여자변호사는 회사의 꽃이다."

최근 로펌 면접을 보러간 A변호사는 면접장에서 이같은 말을 듣고 황당했다. 법률을 다루는 변호사를 뽑는 면접장에서 "여자변호사의 미소가 회사를 밝게 한다"는 등의 말이 스스럼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변호사에게 소위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자의 편의를 봐주는 '집사변호사'를 권유하는 등 여성변호사에 대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20일 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 및 토론회'를 열고 "업무상 관계에서 언어적 성희롱, 신체접촉, 접대 요구 등의 다양한 성차별적 사례가 제시됐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여성변호사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취업에 있어 '외모, 나이 등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02명 중 423명(60.3%)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는 279명(39.7%)으로 나타났다.

면접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은 여성 변호사는 380명(54.1%)에 달했다. 또 동기나 지인의 경험상 외형적 조건이 평가기준이 된 사례는 382명(83.3%)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홍지혜 변호사는 "여성변호사의 경우 외형적 조건이 더욱 단편적으로 강조돼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채용과정 상 차별적 인식은 여성변호사에게 성별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는 업무내용상 차별로 연계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별을 이용한 업무수행을 요구받거나 직장 내 상사 또는 동료 변호사에게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들은 구체적 사례도 조사됐다.

여성변호사 706명 중 120명(17%)이 업무수행에 있어 성차별을 받았다고 답했고, 이들은 주로 접견이나 성폭력, 가사 등의 특정 업무를 배정받거나 회식자리 참석을 요청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B변호사는 1심 유죄사건을 수임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고용주로부터 "형사재판부에 미모가 통했나보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 다른 변호사들도 "재판에서 판사에게 미인계를 써라", "미인이라서 수임하는 데 유리하다", "가서 애교를 떨라"는 등의 말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의뢰인과 식사를 하는 중 '술을 따르라'거나 '재판부에 다 줄 것처럼 굴어야 한다'는 등의 성차별적인 말을 듣고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이유없는 수용자 접견을 강요하거나 집사변호사를 권유받기도 했다. C변호사는 "대표의 저녁 영업 술자리에 같이 가자고 한다거나 구속수감자의 접견전담 변호사로 활동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타인의 권리 침해를 해결하는 여성변호사들조차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직접 대처하기가 매우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며 "업무배당에 있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용주들에 대한 인식개선 계몽 및 교육, 남성변호사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며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매뉴얼 마련과 이에 대한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응답자 706명 중 여성변호사라서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응답한 이는 611명(86.54%)으로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등이 주요한 이유로 조사됐다. 진급 및 승진에 있어서도 응답자 704명 중 543명(77.13%)이 성별로 인해 불리하다고 답했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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