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소용량·가습기살균제·김영란법..유통업계 종사자가 뽑은 '2016 10대 뉴스'

김종민 2016. 12. 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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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2016년 유통업계를 달군 가장 뜨거운 이슈는 '경기 불황 및 저성장 고착화로 인한 가성비트렌드 확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지난달 14~21일까지 유통·제조업계 임직원 2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성비 트렌드'와 함께 '1인 가구와 고령층 증가에 따른 유통업계 전략 변화', '한국형 하드 디스카운터, 이마트 노브랜드 론칭' 등의 소식도 유통인들이 2016년 가장 주목한 뉴스였다.

설도원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부회장은 "경기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주류로 자리잡았다"며 "이에 따라 유통 및 제조업계는 가격대비 고품질 상품의 소싱 및 개발을 확대하는 등 소비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①경기 불황 및 저성장 고착화로 '가성비' 트렌드 확산

국내 유통시장은 올해도 저성장 가속화와 이로 인한 소비 침체를 겪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2.7%로 지난해에 이어 2%대 성장률이 고착화된 양상을 보였다. 가계 부채는 지난 3사분기 기준 1,300조 원에 육박했으며 하반기 시행된 김영란법 여파가 소매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 침체 현상은 더욱 심화돼 갔다. 이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됐고,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중시 트렌드는 더욱 확산됐다. 변화한 소비 트렌드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더욱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 호응을 끌자 유통업계는 가성비를 주요 골자로 자사만의 PB 강화에 나서며 차별화된 가치로 어필하는 PB상품을 선보였다.

②1인 가구·고령층 증가에 따라 유통업계 소형 포맷, 소포장 상품 확대

통계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수가 총 520만3000가구로 집계되며 전체 가구 수의 27.2%를 차지, 2인 가구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인 가구 유형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7년부터는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식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한 번에 많은 식재료를 사서 저장하기보다 필요한 상품을 소량씩 구매하거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 근린형 매장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유통·제조업계는 변화한 고객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용량 제품과 가정간편식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의 시니어 인구가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영양식 PB를 선보이는 등 이들을 이끌기 위한 대안도 모색 중이다.

③이마트, 한국형 하드 디스카운터 '노브랜드' 론칭

지난 8월 이마트가 자사 PB를 중심으로 한 노브랜드 단독 로드숍을 개점해 업계 이목을 끌었다. 가성비가 올해 핵심 소비 트렌드로 부각된 만큼 이에 최적화된 PB 전문 매장을 선보인 것이다. 노브랜드 매장은 PB 확대, SKU 압축, 불필요한 비용 제거 등 하드 디스카운터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매장운영부터 인력까지 저비용 구조를 취하고 상품 가성비에만 초점을 맞췄다.독일의 알디(Aldi)나 리들(Lidl)이 대표적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다. 이마트는 향후 노브랜드 제품을 확대해 선보일 예정으로 하드 디스카운터 포맷의 가능성을 실험 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 포맷을 본격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 실적이 부진했던 슈퍼마켓 에브리데이 점포를 리뉴얼해 노브랜드 매장으로 계속해서 탈바꿈 시켜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④오프라인 업태 위기 속 '편의점 나홀로 성장'

편의점 업계는 오프라인 업태의 부진 속 유일하게 성장가도를 달리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이미 3만점 시대를 연 편의점은 올해도 출점 속도를 높이며 CU에 이어 GS25까지 단일 점포 1만호 시대를 맞이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17조2000억 원을 뛰어넘는 20조 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성장세에는 1인 가구 전용상품과 PB 개발 등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편의점 업계는 도시락과 즉석커피 등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PB상품을 강화하며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소구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편의점 각사별로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기여도도 높아졌다. 세븐일레븐과 GS25 경우 올해 2사분기 기준 담배 매출을 제외한 전체 매출에서 PB 매출 비중이 35%대를 돌파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⑤옥시가습기 사태 발발, 안전 및 품질관리 인식 강화

올 상반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생활용품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살균제뿐 아니라 세제, 섬유유연제 등 관련 제품의 매출 전체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국내 제조사들의 치약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메칠이소치아졸리논 등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각종 생활용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점점 높아져 화학과 공포증(phobia)의 합성어 '화학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자 유통 및 제조업계는 안전과 품질관리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대형마트 업계는 세계적 공인인증 기관을 통해 PB 제조공장을 심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 생활용품 업체도 자사에서 판매 중인 상품의 화학제품 성분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섰다.

⑥소셜커머스, 적자 누적 및 경영 전략 수정으로 위기 봉착

적자폭이 매년 누적되며 위기에 처한 소셜커머스 업계가 올해 기존 사업 전략을 선회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쿠팡과 티몬은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오픈마켓은 상품 판매 과정을 중개하는 사업모델로 소셜커머스와 달리 상품 기획 및 마케팅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또한 소셜커머스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다룰 수 있어 상품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무료배송 서비스 역시 개편됐다. 위메프 경우 무료배송 프로모션을 전면 중단했으며, 쿠팡은 무료배송 이용 가능 주문금액을 기존의 2배로 높였다. MD 역량 강화, 제3자 물류 서비스를 통한 비용 구조 개선 등이 소셜커머스의 과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소셜커머스 업계의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⑦김영란법 시행, 소비 위축 우려 속 유통업계 대응책 마련 고심

지난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유통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공직자, 언론인 등의 선물을 5만 원 이하로 규제하는 항목이다. 명절 특수를 이끌던 선물세트 시장의 축소로 인해 객단가 및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선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소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가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5만 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트를 늘리며 사전 대응에 나섰다. 특히 백화점 경우 기존에 5만 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트가 전체 비중의 5~10%도 되지 않아 이를 확대하는 데 노력 중으로, 다양한 상품을 테스트하며 향후 전개 방향을 모색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관련 산업 경우 연간 2조 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더불어 소비심리 악화로 인한 내수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⑧유통업계, 디지털·옴니채널 전략 본격화

지난해 스마트픽과 비콘 서비스로 옴니채널 전략의 포문을 열었던 유통업체들이 올해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로 옴니채널 전략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유통업계는 매장에 IT기술을 접목하고 온라인쇼핑몰에 가상현실(VR)을 도입하는 등 O2O 서비스를 강화하며 온-오프라인 채널의 유기적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과 진열상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VR스토어’를 선보였다. 신세계 경우 지난 9월 개점한 스타필드 하남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O2O 전문매장 '슈퍼샵(Super Shop)'을 선보였다. 이마트 경우 ‘스마트 스캔’ 서비스를 도입해 바코드만 스캔하면 결제부터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진화된 O2O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편의 극대화를 꾀했다.

⑨이마트 'PK마켓', 롯데백화점 '엘큐브' 등 기존 포맷의 '스핀오프' 가속화

출점 한계에 직면한 유통업체들은 대형매장 내 하나의 코너로 운영하던 매장을 별도에 떼어내 전문점화하며 소형 전문점 시대를 알리는 전략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서울의 핵심 도심 상권 가운데 한 곳인 홍대에 패션 전문점 '엘큐브'를 개점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슈퍼마켓과 간편가정식 브랜드 '피코크'를 결합한 'PK마켓'을 단독 매장으로 하남 스타필드에 선보였다. 이마트타운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경우 로드숍으로도 개점했다. 롯데마트 역시 주방용품 전문매장 ‘룸바이홈 키친’을 선보인 데 이어 유아동 전문매장인 '로로떼떼'도 오픈했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큐레이션된 상품을 모아 적시에 제공할 수 있고, 차별화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 중소형 전문점 포맷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⑩백화점 업계, 기존점 증축·아웃렛 출점으로 돌파구 모색

순수 백화점 포맷으로 성장 한계를 느낀 백화점 업계는 기존점 증축과 아웃렛 매장 출점에 주력하며 성장 돌파구를 찾았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증축,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12.7% 증가한 8,700억 원의 매출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증축을 통해 매출 ‘2조 클럽’에 도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편 경기불황기에 아웃렛 출점을 통한 소비자 이끌기에도 힘썼다. 롯데백화점 경우 공격적인 아웃렛 출점을 이어가 올 한해 가산점, 의정부점, 진주점을 출점, 아웃렛 매장 18개점을 운영중이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송도아울렛 등 2개점을 출점한 데 이어 내년에도 가든파이브 아웃렛을 출점할 계획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설도원 부회장은 "2016년은 경기침체와 유통시장의 포화가 맞물리면서 유통업체들이 포맷 다각화, 고품질 PB개발로 성장 동력을 찾는 한편, O2O 서비스 등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면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한 해였다"며 "이러한 흐름은 2017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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