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던 세월호 불씨, 누가 지켜왔나?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입력 2016. 12. 20. 06:02 수정 2016. 12. 20. 09: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순실-촛불'이 견인? 유가족·특조위·시민단체 있었기에

"최순실의 말도 안 되는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세월호 관련 의혹들이 다시 점화가 됐네요. 그 점에서는 그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던 가족들에게 굉장히 기쁘고 환영할 만한 일이죠"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촉구’ 시국선언에 나선 세월호 희생자 가족 영석엄마 권미화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4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생중계를 통해 국회 '최순실게이트' 국정조사 3차 청문회를 보던 세월호참사 희생자 故수진 아빠 김종기 씨의 말이다.

이날 모인 유가족들은 맥빠진 청문회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최근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이후 베일에 가려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이 주목받고 '촛불민심'이 세월호로 향한 데 놀라워했다.

◇ 거리로 나온 유가족, 노숙·삭발·단식까지

'최순실-촛불'이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건 사실이지만, 2년 8개월 동안 숱한 역경속에서도 진상규명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지켜온 건 다름 아닌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들이었다.

실제로 세월호 진상규명에 힘써왔던 이들은 하나같이 "우린 한 것 없다. 유가족분들이 다 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650만 서명운동을 벌인 것도, 이를 통해 독립적인 조사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만든 것도, 감시단을 꾸려 선체 인양을 지켜본 것도, 관심이 식지 않도록 전국을 누비며 강연이나 증언을 이어간 것도 모두 유가족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제7차 촛불집회가 열렸던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벌의 구명조끼가 놓여져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진상규명이 난항에 빠질 때면 이들은 어김없이 '4·16가족협의회' 이름으로 노숙농성이나 삭발, 심지어 단식까지 불사하며 거리로 나왔다.

故임경빈 엄마 전인숙 씨는 "최순실게이트가 세월호 이슈화에 큰 몫을 한 건 사실이지만 주체성이 흐려지면 안될 것 같다"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매일같이 싸워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없는 부모들이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면서 "피해자를 돕고 억울함 풀어주는 건 국가의 일인 것 같은데 그런 국가와 싸워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도보순례나 노숙 등 험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유가족들은 상당수가 관절이나 호흡기 등의 건강이 악화해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몸이 아프다고 병원에 입원하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건설이라는 과제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없다"며 골병든 몸을 이끌고 촛불집회 등에 계속 나오고 있다.

특조위 조사관모임 사무실 (사진=김광일 기자)
◇ 월급도 없이 '진상규명' 놓지 않는 특조위

특조위가 1년여의 활동을 마치고 지난 9월 30일로 공식 종료했지만, 일부 조사관들은 여전히 아침 9시면 묵묵히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비록 3~4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YMCA 전국연맹에서 사무총장실을 비우고 마련해 준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이들은 '특조위 조사관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10여 명의 전직 조사관들은 조사 권한도, 모아뒀던 방대한 자료도 없지만 '참사 직후 청와대의 대응' 등에 대해 조사·정리하고 있다. 급여나 활동비도 물론 없다.

김경민 조사관은 "상황에 따라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시는 분도 있다"면서 "사실 월급은 특조위에 있던 지난 6월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진상규명을 마치지 못하고 활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남은 임무를 마치겠다는 마음에서 모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사관모임과는 별도로, 특조위는 공식 활동이 종료된 뒤에도 자체적으로 이석태 위원장 주재로 전원위원회를 열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1년여의 활동을 마치고 공식 종료되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 입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언젠간 타오를 불씨 달궈온 '국민조사위'

언젠간 진상규명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것으로 보고 밑바탕이 되는 작업을 준비해온 이들도 있다.

시민사회단체연합 4·16연대와 가족협의회 등은 특조위 종료 직전부터 중단 없는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4·16국민조사위원회' 출범을 준비해 왔다.

위원회 활동으로는 1기 특조위의 활동을 정리·평가하고, 추후 2기 특조위 등에서 진상규명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를 위해 유가족은 물론이고 특조위 조사관이나 일부 비상임위원, 민간 영역의 연구자, 언론인, 종교인, 참여연대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에서 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태호 준비위원(4·16연대 상임위원)은 "권한이 없으니 실제로는 연구작업에 가까운 일을 하겠지만 조사의 모멘텀(동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위원회는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촉진하는 게 또 하나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ogeerap@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