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신호 위반? 어차피 자동차 번호판도 안 보여요
[경향신문] “짙은 스모그에 시야가 가려 길을 찾기 어렵더라도 절대 차에서 내려 길을 묻지 마세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당신의 차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신고할 수도 없을 거예요. 왜냐면 교통경찰이 당신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교통경찰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유행하고 있는 글이다. 지난 16일부터 중국 전체 면적의 9분의 1이 최악의 스모그에 시달리는 상황을 빗댄 ‘웃픈(웃기면서 슬픈)’ 글이다. 한 운전자가 교통방송 진행자에게 “스모그 때문에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6번이나 신호를 위반했는데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하자, 진행자가 “스모그 때문에 번호판도 안 보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위로했다는 글도 널리 퍼져 있다. 베이징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자조 섞인 유머글을 통해 지옥 같은 스모그 안에 살고 있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듯하다.
중국의 베이징을 비롯한 동북부 지역이 4일째 최악의 스모그로 신음하고 있다. 16일 허난성 저우커우(周口)시의 고속도로에서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짧아져 24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항공기 연착도 이어져 톈진은 18일 오전 10시까지 항공기 35편이 연착 또는 운항 취소됐다. 스모그 때문에 가시거리가 현저히 줄어들자 고속도로 50곳의 일부 구간은 잠정 폐쇄됐다. 베이징 등 중국 23개 도시에 스모그 최고등급인 적색경보가 내려지면서 차량 홀짝제 운행에 들어갔고 초·중등학교와 유치원은 휴교 또는 탄력 수업에 돌입했다.
19일 북경신보(北京晨報) 보도에 따르면 적색경보가 내려진 첫날인 16일 음식 배달 앱 ‘으어러머’에는 중관춘, 우다코우, 궈마오, 둥지먼, 왕징 등 사무실 밀집 지역의 배달 주문이 폭주했다.
날씨가 좋아 대기질지수가 우수였던 14일과 비교하면 16일에는 주문이 27%나 더 몰렸고, 특히 저녁 골든타임에는 39%나 증가했다. 직장인들이나 가족들이 외식 대신 배달음식을 선택하는 등 ‘비자발적 자택연금’ 중이다.
외식도 꺼리게 되는 이런 스모그 날씨에도 꼭 나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도 있다. “이런 스모그 날씨에 만나는 친구야말로 진짜 친구”라는 말로 우정을 강조한다. 스스로 마음을 굳세게 다지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뜻의 ‘자강불식(自强不息)’은 중국어 발음이 같은 자강불흡(自强不吸)으로 바꾸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최대한 호흡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당국의 어떤 조치로도 해결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스모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베이징 사람들의 체념을 보여주는 듯하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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