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 연말결산①] '영웅' '침몰' '한류'..다섯가지 키워드로 돌아 본 2016년 방송가
연 초부터 이상한 어감때문에 수군거렸던 ‘병신년(丙申年)’ 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시사 교양 프로그램 등으로 시대의 흐름을 명민하게 반응하는 방송가 역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방송가는 미래 방송이 나아갈 방향을 위해 제시한 부분도 많았지만 경기 침체와 중국 등 외부적인 원인, 그리고 나라의 어려움 때문에 그늘도 많이 드리워졌다. 다섯 가지의 키워드로 올해 방송가를 정리한다.
■ 영웅(英雄)의 등장
난세(難世)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했던가. 올해 인기가 있었던 콘텐츠들은 협업이 아닌 오로지 ‘영웅적인’ 한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곳이 바로 드라마다. 봄에 방송됐던 KBS2 <태양의 후예>와 가을에 방송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모두 송중기, 박보검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하면서 크게 탄력을 받았다. 그밖에 인기가 있었던 tvN <또! 오해영>은 배우 서현진의 재탄생을 알리는 창구였고, tvN <시그널> 역시 조진웅이라는 이름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아로새겼다. 예능도 분위기는 비슷해 김구라나 전현무 등 대체불가능한 탁월한 장점을 가진 방송인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였다. 올해 뉴스 역시 JTBC <뉴스룸>의 손석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 거함의 침몰(沈沒)
유독 대형 자본이 투입된 프로그램들이나 긴 시간 명성을 얻었던 프로그램들이 힘을 못 쓴 한 해였다. 드라마로는 김우빈, 수지 등의 캐스팅과 100% 사전제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KBS2 <함부로 애틋하게>가 흥행참패에 고개를 숙였다. 이후 방송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역시 15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한류스타들이 즐비했으나 안방은 이들을 차갑게 외면했다. tvN 역시 방송 2개월 전부터 흥행에 열을 올렸던 <안투라지>가 서운한 성적표로 안타까움을 샀다. 예능도 비슷했다. 10주년을 넘긴 MBC의 대표 예능 <무한도전>은 PD까지도 시즌제를 언급할 정도로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며 정형돈의 하차 공백을 절감했고, SBS의 간판 <런닝맨>은 막판 출연자 교체 홍역으로 7년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 한류(韓流)로 울고 웃다
국내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제작 투자의 위축은 방송사나 제작사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외부를 둘러보게 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일본이 ‘혐한류’와 한일 정국경색으로 시장 가치가 하락하자, 모든 이들이 막대한 제작비와 인프라를 가진 중국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며 한국 진출에 나섰다. <태양의 후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빛의 일기> 등 올해 들어 유독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유행한 것도 다분히 중국의 사전 심의 때문이었다. 이렇게 막대한 부를 안겨줄 것 같은 중국 시장이었지만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갑자기 중국 측의 반응이 얼어붙으면서 중국 진출에 나선 연예인과 제작사, 제작PD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막대한 시장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 복고(復古)-‘혼자’의 유행
시대적으로는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 코드가, 생활양식으로는 ‘혼자’하는 일들이 방송에 적극 반영됐다. tvN에서 연 초 <응답하라 1988>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JTBC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은 구본승, 한경일 등의 예능인을 재발굴해 방송가에 공급했으며, SBS <불타는 청춘>은 과거 스타들을 소환해 김국진-강수지의 열애까지 일궈내는 등 화제에 중심에 섰다. 또한 특히 올해도 ‘먹방’에 ‘개인 방송’ 코드 등 주로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또는 1인 가구를 상대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으며, MBC <나 혼자 산다> 등이 ‘혼자족’과 리얼리티를 결합했다. tvN에서는 아예 제목에다 이 코드를 넣어 <혼술남녀>를 기획했다.
■ 웹툰-MCN, TV의 시대는 끝나나
이제 방송가를 ‘안방극장’ ‘브라운관’으로 통칭하는 예전의 수식어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게 됐다. 방송은 플랫폼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해져, ‘무엇으로 보느냐’보다는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해졌다. 대중들이 TV 앞이 아닌 컴퓨터나 태블릿PC, 모바일 등으로 프로그램을 감상하는 비율이 부쩍 커졌다. 이에 따라 방송가도 웹툰, 웹소설 원작에 집착해 <동네변호사 조들호> <구르미 그린 달빛> <마음의 소리> <운빨 로맨스> <싸우자 귀신아> 등이 제작됐다. TV가 아닌 웹에서만 방송하는 웹 드라마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또한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MCN(다중채널네트워크)에서 인기를 얻은 이들이 방송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TV는 방송의 지배적 매체로서의 힘을 유지하지 못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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