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러려고 유행어 만들었나∼"

안진용 기자 2016. 12. 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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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분노·감동 '올해의 유행어'..

영화 곡성 “뭣이 중헌디!”

본질 피하려는 이들에 일침



태양의후예 “~하지 말입니다”

드라마 주인공 軍人말투 인기



펜싱스타 박상영 “할 수 있다”

경제불황 국민에 용기·위안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끝,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물었다. “2016년 최고의 유행어를 꼽아봐.”

말없이 소주잔을 ‘원샷’으로 비운 친구는 소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시국에 그게 뭣이 중헌디?”

맞다.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재치있는 답변 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유행어를 담았다.

이게 바로 유행어의 힘이다.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문장 하나, 단어 하나로 속내를 드러내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힘. 그런 매력을 가졌던 2016년의 유행어를 정리해 봤다.

◇“뭣이 중헌디!”

영화계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 5월 개봉돼 687만 관객을 모은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에서 주인공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이 읊은 대사다. 몸에 상처가 난 이유를 묻는 아버지를 향해 귀신에 빙의된 채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라고 외치는 장면은 숱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 다양한 기사 제목을 통해 변주됐다. 본질은 피해가며 변죽만 울리는 이 시대의 모든 이에게 일침을 가하는 한마디이기도 했다.

◇“∼하지 말입니다.”

“살다가 이런 날을 보게 될 줄이야.” 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가 방송된 이후 여성들이 군복을 입은 군인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본 대한민국 남성들의 반응이다. 극 중 육군 장교인 유시진(송중기)이 말끝마다 붙이던 “∼하지 말입니다”는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정작 군대에서는 언어 순화 차원에서 사용을 지양하라는 말투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대한민국 군인의 상징이 돼버린 셈이다.

◇“할 수 있다.”

지난 8월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에페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10-14’로 몰린 상황에서 자기 다짐을 하듯 중얼거린 말이다. 정작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입 모양을 통해 또렷하게 전달된 “할 수 있다”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용기와 감동을 전했다. 결국 박상영은 내리 5점을 따며 ‘15-1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그의 마법 같은 주문은 CF를 통해 재탄생되기도 했다.

◇“○○○ 씨는 안 왔나요?”

참 희한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행사나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건만, 방송인 조세호는 이런 이유로 ‘프로불참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에서 가수 김흥국이 “안재욱 결혼식에 왜 안 왔냐?”라고 묻자 조세호가 황당해하며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SNS 등에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발표회, 가수들의 컴백 쇼케이스에서 “조세호 씨는 안 왔나요”라고 그를 찾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인기를 얻는 전대미문의 캐릭터였다.

◇“히트다 히트.”

MBC ‘무한도전’에서 방송인 하하가 자주 쓰며 유행어가 됐다. 그는 이 유행어 덕에 CF까지 찍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하는 방송인 박명수가 “내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나서며 무한도전에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게다가 개그우먼 김신영이 각종 예능과 라디오에서 먼저 “히트다 히트”를 사용했다는 네티즌 제보가 이어지며 “진짜 원조가 누구냐”는 논란 속에 2016년을 달군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내가 이러려고∼ 자괴감 들고 괴롭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후, 박근혜 대통령은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이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서 회자되며 2016년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든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했다.

용례를 들자면, 올 한 해 숱한 유행어를 배출했으나 뒷전으로 밀린 연예인들이 “내가 이러려고 유행어를 만들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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