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저승사자의 옷

아이즈 ize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 사진 tvN 2016. 12. 19. 09: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글 김선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 사진 tvN

tvN [도깨비] 김신(공유)의 패션이 화제다. 방송 직후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SNS에는 ‘도깨비 패션’, ‘공유 패션’ 식의 게시물이 넘친다. 네이버 블로그 글만 추려도 4회 방영에 그쳤던 지난 15일 이미 1만 건을 돌파했다. 인기 미니시리즈에 출연한 남성 배우들의 패션이 보통 종영 이후까지 많아야 3,000여 건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이다. 함께 출연하는 저승사자(이동욱)와 유덕화(육성재) 관련 게시물까지 합치면 [도깨비]의 ‘패션 화제성’은 한층 높아진다. 

신은 세계 곳곳을 떠도는 무직자이면서도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재물신, 도깨비다. 골드바 정도는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김수현)처럼 몇 세대에 걸쳐 땅을 사 모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 매회 지방시, 랑방, 보테가베네타, 버버리프로썸, 조르지오아르마니, 톰포드 등의 최신 컬렉션을 휘감고 등장할 수 있다. 이런 하이패션은 인간·저승사자와 부대끼며 살더라도 ‘수호신’의 위엄을 지키려는 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도구이기도 하다. 그는 도깨비 신부라 확신하지 못했던 지은탁(김고은) 앞에서도 “지적이고 빈틈없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 그는 외부에 노출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히 통제하길 원하고, 이에 따라 시간·장소·경우에 맞는 의상을 중시한다. 

자택에서는 라운드넥이나 터틀넥 스웨터로 여유로움을 표현하고, 은탁을 납치한 사채업자들을 단죄할 때처럼 공과 사의 중간지대에서는 롱코트를 덧입어 약간의 격식만 갖춘다. 반면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도깨비 본연의 업무에 임할 때에는 정통 슈트를 챙겨 입는다. 1960년대 파리의 주택가에서 양아버지의 학대에 시달리던 소년을 만날 때는 글렌 플래드 울 소재로 만든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에 원버튼하이넥 칼라가 달린 셔츠, 포켓치프로 소년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다. 그의 생활을 돕는 유씨 가문의 퀘벡 소재 가족묘를 방문했을 때는 은은한 광택이 감도는 울·모헤어 쓰리피스 턱시도 슈트를 선택, 가신 집안에 옷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췄다. 파리에서 구해줬던 소년을 떠나보낼 때에도 블랙 슈트를 입어 망자의 마지막 길을 정중하게 배웅했다. T.P.O에 맞는 슈트 패션은 화보 촬영지로도 손색없을 이국의 풍경과 어우러져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공유의 신체적 조건은 신의 패션을 완성한다. 다부진 얼굴선, 탄탄한 목둘레선, 거의 직각에 가깝게 떨어지는 어깨선은 180cm가 넘는 키와 어우러져 남성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저승사자도 ‘시퍼런 낯빛에 퀭한 눈’이란 본연의 이미지를 보기 좋게 배반했다. 검은 도포는 블랙 벨티드 트렌치코트, 검은 갓은 블랙 페도라로 대체했다. 저승사자는 신보다 더 확실하게 업무용‧일상용 의상을 분리했다. 망자를 데리러 갈 때는 꼭 블랙 슈트에 같은 색 트렌치코트를 챙겼다. 이따금 코트를 벗기도 하지만 일종의 유니폼이다. 왕관 모양 체인이 달린 부토니에, 스터드 장식이 달린 몽크 스트랩 슈즈 같은 소품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했지만 모두 적정선을 넘지 않는다. 잔무를 처리할 때는 자택일지라도 화이트 셔츠, 블랙 베스트, 블랙 팬츠 차림으로 임할 정도로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 모든 업무를 마쳤을 때에만 롱 카디건, 로브, 스웨터 등 루즈핏 홈웨어로 갈아입지만 그마저도 블랙, 그레이 등 무채색 계열이다. 다만 이동욱의 창백한 낯빛, 붉은 입술, 큰 키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저승사자 스타일에 음울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공유가 영국신사의 느낌을 가미한 도깨비를 만들어냈다면 이동욱은 저승사자에 뱀파이어를 결합한 것 같다. 그만큼 두 배우는 패션부터 명확한 대구를 이룬다.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는 SBS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과 이동건, [시크릿 가든]의 현빈과 윤상현, [온에어]의 이범수와 故 박용하,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김우빈 등 작품 속 두 남자의 패션을 상호보완적으로 연출했다. 한쪽이 전통적이면 다른 한쪽은 현대적이었고, 한쪽이 완고하면 다른 한쪽은 자유분방했다. 심지어 군인이었던 KBS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와 진구조차 극 중 사복은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그리고 [도깨비]는 기존 패션 공식을 충실히 따르되 ‘2+1’로 영역을 넓힌 확장판이다. 신과 저승사자가 30대 남성이 보여줄 수 있는 로맨틱, 젠틀, 클래식, 모던, 댄디, 내츄럴, 섹시 등 다양한 스타일을 주거니 받거니 보여주는 사이, 재벌 3세 유덕화는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남성 캐릭터들의 패션에 20대 남성의 발랄함을 첨가한다. 이 작품에서 세 남자가 모여 있을 때 ‘은혜로운 쓰리샷’ 같은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가난한 신데렐라의 패션이 부각될 여지는 없었던 것이다.

▶ 아이즈 ize 바로가기▶ 스타들의 다양한 사진을 더 크게! 포토 갤러리

▶ 아이즈 ize의 스타인터뷰

<아이즈 ize>와 사전협의 없는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