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종범, 김필승 검찰 소환 전날 '조사 대비 문건' 줬다
안씨, 청와대 행정관 통해 전달
수사상황·예상문답 11개 담아
'기억 못함' '잘 모름' 대응방식 지시
우병우가 수사내용 알려줬을 수도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10월 중순께 김필승(54)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 검찰 조사 대응과 관련한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김 이사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의 시점이었다. 문건에는 검찰 조사 진행 상황과 ‘예상 질문·답변’이 들어 있었다.
10월 23일은 김필승 이사의 소환일이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코앞에 둔 김 이사에게 청와대와 말을 맞추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 문건을 전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팀은 이 문건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현재 상황 및 법적 검토’라는 항목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 밑에 적힌 ‘어제 관계자 조사 상황’이 검찰의 당시 조사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어서다.
이 항목에는 검찰이 ▶미르재단과 관련해 이성한 관련 문제 집중 질문 ▶직원 선발 등의 경위와 추천인 여부 ▶현재의 조직체계 ▶비용 지출 관련 문제 등을 조사했다고 적혀 있다. 미르재단 관계자들에게는 직원 선발 경위, 추천 과정, 조직체계를, 정동구 전 이사장에게는 사퇴하게 된 배경을 캐물었다는 검찰 조사 내용을 키워드 방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문건에는 이 같은 검찰 조사에 대한 ‘법적 검토’도 기재돼 있다. ‘재단 재산의 불법적 유용이 없는 상황이므로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 ‘재단 인원 구성 문제 또한 검토 결과 아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또 ‘(직원과 임원 등) 인선 문제에 대해 전경련 등과 진술이 다를 경우 법적인 책임보다는 정치적 화살이 되어 여론 재판에 오를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는 전망에 대한 견해도 담겨 있다.
이 문건은 일종의 진술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검찰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애매한 사항엔 “기억 못함” “잘 모름” 등으로 답변하라고 적혀 있다.
특검팀은 이 문건이 검찰 조사에 대한 법리적 대응 방침, 대면 조사 시 진술 방향 등을 상세히 담은 것을 토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우병우(48)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내용을 파악해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뒤 이를 토대로 문건이 작성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건의 나머지 부분에는 검찰 조사에 대비한 11개의 예상 질문과 모범 답변이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김 이사는 재단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검사가 질문하면 “전경련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으로 기억함”, 재단 이사들에 대한 추천 경로나 배경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음. (재단) 설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신 없이 업무에 집중한 기간” 등으로 답변해야 했다.
문건에는 “정동구 전 이사장의 사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이사장이 재단에 잘 적응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고 한 달 후에 사퇴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는 답을 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앞서 정 전 이사장은 재단 설립 사퇴 이유에 대해 “재단 목적이 좋다고 생각해 (이사장직을) 맡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5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준 이유에 대해서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사업 목적에 맞지 않아 되돌려준 것으로 기억한다”는 답변을 하라고 제시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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