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구성 놓고 정면충돌 치닫는 친박-유승민

석진환 2016. 12. 1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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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카드 던진 친박 '여유'
당분간 정우택 대표대행으로 갈 듯

유승민 쪽 "전권 요구는 탈당 최후통첩"
"분열책 맞선 원론적 대응" 설명도
비박, 향후 진로 놓고 갑론을박만

[한겨레] 새누리당의 앞날이 첩첩산중 안갯속이다. 두 달 가까이 들끓었던 ‘탈당’과 ‘분당’ 외침이 잦아들고, 이번엔 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주도권을 둘러싼 집안 싸움을 시작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비대위를 꾸리자는 것이지만,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충돌이 오히려 당을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는 형국이다.

당 주도권 경쟁의 ‘1라운드’ 격이었던 지난 16일 원내대표 선거가 친박계의 승리로 끝나면서, ‘2라운드’ 비대위 구성을 앞둔 친박계는 한결 여유로운 태도로 다음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뚜렷한 구심점도, 전략도 마련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우택 원내대표 당선으로 주도권을 쥔 친박계는 일단 ‘비박계와 중립지대 의원들이 추천하는 비대위원장을 수용하겠다’며 공을 비박계에 넘겼다. 겉으론 ‘비주류 포용’인듯 보이지만, 비대위의 권한까지 넘겨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1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비대위에) 어떤 식으로든 친박계의 의견이 반영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려고 한다. (비박계가) 우리를 내치려고 전권을 달라고 하는데 그에 응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설사 비박계가 추천한 비대위원장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 비대위원의 절반 이상을 친박계로 채워 주도권은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 확실한 구심이 없는 비박계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리고 있다. 친박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한 비대위원장 추천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는 데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선도 탈당파로부터 거센 탈당 요구를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는 지난주 탄핵 국면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했던 ‘비상시국위원회’의 해체를 선언한 이후 별다른 소통 통로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비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아직 저쪽(친박계)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게 없어서 (해체한) 비상시국위가 다시 모이기도 그렇고, 아직은 (논의) 일정이 없다”고 전했다. 비대위원장 선출과 관련해서도 비박계 내부에선 ‘유승민 의원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김무성 전 대표 쪽과 가까운 의원들이나 중립 성향의 의원들은 “현실성이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박계가 ‘비대위 싸움’에서 지더라도, 집단 탈당 등 통일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지 않다.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16일 “탈당과 신당 창당 여부를 일주일가량 고민한 후 결심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유승민 의원이 당에 남아 싸우겠다고 버티고 있어 세를 규합해 뛰쳐나가기 쉽지 않다. 한 비박계 의원은 “비대위 구성 대응을 둘러싸고 내부 논의 과정이 길어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탈당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날 수도 있다”면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사이의 불신도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날 유 의원이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비박계 내부 해석이 엇갈린다. 탈당 쪽에 기운 이들은 ‘탈당을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지만, 유 의원 쪽은 손사래를 쳤다. 비대위원장 미끼로 한 ‘친박계의 분열책’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비박계가 뚜렷한 로드맵 없이 갈팡질팡할 가능성이 커진 탓에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공방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분간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가 지속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올해 안에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친박계와 비박계’, ‘비박계 내부’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친박계를 비롯한 정 원내대표가 대외적으로 당내 비주류를 포용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데 최소 열흘 이상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서청원·최경환·홍문종 등 친박계 핵심 의원들도 최근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 인선과 권한 등을 논의했으나 ‘비대위 구성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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