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막느라..정작 우리 바다는 '무법천지'

배명재 기자 2016. 12. 18. 21: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세월호 이후 해경 단속 공백 틈타 서·남해 ‘불법’ 판쳐
ㆍ촘촘한 그물로 ‘싹쓸이 조업’에 구역 침범도 멋대로
ㆍ정부·지자체, 선거 의식·인력 부족 이유 단속 ‘뒷짐’

지난 11월 전남 완도군 청산도 앞바다에서 한 선망 어선이 불법그물로 잡은 멸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수권현망협회 제공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의 주업무가 응급환자·선박 구조와 중국 어선 단속으로 전환된 틈을 타 서·남해안에 각종 불법어업이 성행하고 있다. 해경을 대신해 업무를 맡아야 할 지자체는 선거 영향을 우려하고, 해양수산부는 장비·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다. 전통 멸치잡이 어업인 낭장망을 하는 전남 완도군 보길면 보옥리 20가구는 앞바다에서 12월 말까지 멸치를 잡아 매년 가구당 1억5000만~2억원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선망·들망 어선들이 불법어망으로 멸치잡이를 하면서 이들 가구의 매출이 1억원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이 마을 정춘배씨(56)는 “소규모 가업으로 멸치를 잡으며 섬에서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젠 육지로 떠날 궁리를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선원 3명 월급 8000만원을 계산하고 나니 그들보다 수입이 오히려 적다”고 말했다.

선망·들망 어업은 첨단 어군탐지기를 설치한 선박 2~3척이 고기떼를 찾아다니며 그물로 에워싸거나, 미리 깔아둔 그물을 들어올려 고기를 잡도록 허가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이들 어선 중 상당수는 대형 자루형 그물로 만든 어망을 근해·연해 가리지 않고 끌고 다니며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 완도~군산~충남 바다엔 3개 지역 어선 300여척이 조업구역(도계)을 넘어 고기를 잡고 있다.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에서 연안 안강망업을 하는 김모씨(57)는 40년째 철따라 전어·멸치 등 온갖 고기를 잡고 있다. 김씨는 1시간 거리 바다에 3개 그물을 설치하고 있다. 연안엔 5개 이하, 근해엔 20개 이하로 허가된다. 하지만 36.3%의 어선들이 허가 건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그물을 바다에 놓고 있다. 그물코도 모기장 형태의 ‘세목망’을 사용, 고기들의 먹이사슬까지 깨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이 늘어나자 이런 불법어업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수산자원보존회·수산인경영인연합회·충남연안선망협회·부안수산자원보존회·제주선주협회·각 지역 수협 등 40여개 단체가 조사한 결과 지난 6월 이들 3개 업종의 허가 건수 1428건 중 326건이 불법어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단체가 해수부 등 관련 부처에 불법어업 단속을 건의하고 있으나 해수부는 여전히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수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소유한 지도선 13척 중 중국 어선 단속선을 제외하고 겨우 1~2척으로 이 넓은 서남해 연·근해를 모두 살필 수는 없다”면서 “각 지자체에 가장 먼저 단속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