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6년 경제]'일등' 조급증에..발목 잡힌 야심작

이윤주 기자 2016. 12. 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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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삼성 갤럭시노트7
ㆍ국내외 호평 쏟아졌지만 출시 두 달 만에 발화·리콜·단종
ㆍ원인 아직 못 찾고 7조 손실…제조업 등 국가 경제도 타격
ㆍ‘지배구조·조직문화 경직성’ 지적…내년 거듭날지 주목

한국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위기의 경고등이 켜지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16년은 성장률 둔화와 수출감소 등으로 위기가 현실화하는 시기였다. 경제의 활력은 떨어졌고 가계빚 증가로 소비 여력도 밑바닥에서 회복되지 않았다. 구조조정과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기업 역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인공지능(AI)이 우리 실생활을 파고들었으며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올해를 달군 경제 이슈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삼성전자의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은 지난 8월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원인 모를 발화사고가 이어지며 두 달 만인 지난 10월 쓸쓸하게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보다 혁신적이고, 보다 빨리’라는 목표에 ‘안전과 품질’이라는 기본 원칙이 가려진 결과였다.

삼성전자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갤노트7 단종’ 사태가 올 한 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저하와 한국 전체의 수출에도 타격이었다. 갤노트7 발화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진 것도 문제다. 삼성은 이와 동시에 내년 출시할 ‘갤럭시S8’에서 전작의 실패를 만회해야 하고 조직 내 경직된 의사결정구조도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0월11일 갤노트7을 단종하기로 결정한 뒤 현재까지 삼성은 자체 조사는 물론 미국 시험인증기관 UL,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과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내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갤노트7은 지난 8월2일 미국 뉴욕에서 최초로 공개된 뒤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노트 시리즈의 상품 출시 순서대로라면 ‘노트6’여야 했지만, 숫자 하나를 건너뛰었던 것은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제품 공개 뒤 홍채인식 기능과 방수·방진 기능, S펜의 성능 개선 등이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서만 사전 예약이 40만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8월24일 국내 온라인 게시판에 첫 발화 제보가 올라온 뒤 비슷한 발화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9월2일 첫번째 리콜조치를 단행했다. 판매된 물건과 재고로 풀린 것까지 총 250만대를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배터리 결함’을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가 공급한 일부 배터리 불량 때문에 발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중국 ATL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으로 무상 교환했다.

그러나 새 배터리를 넣은 새 기기에서도 국내외에서 발화가 이어지며 문제가 커졌다. 삼성전자의 발화 원인 파악이 정확하지 못했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조사에 착수했고, 각국 정부와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갤노트7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10월11일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갤럭시노트7의 판매 중단에 따라 생산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단종을 발표했다.

리콜과 단종에 따른 삼성의 손실은 총 7조원대에 달했고, 국가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리콜부터 재고 처리까지 약 4조원, 내년 1분기까지 판매 기회를 잃은 데 따른 기회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7조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의 무선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 4조3200억원에서 3분기 1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그 여파로 3분기 한국의 제조업 성장률은 마이너스 0.9%로 7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게 됐다. 10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6.8%, 휴대전화 완제품 수출액은 48.8% 감소했다.

갤노트7이 단종까지 된 원인으로 삼성의 수직적인 의사결정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물려 삼성의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위에서 지시하면 피드백이 불가능한 지배구조의 경직성이 이번 사고를 부른 것”이라며 “수직적이고 권한과 책임이 괴리되는 의사결정구조를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단종 이후에도 갤럭시S7·갤럭시S7 엣지가 선전하며 아이폰7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내년 인공지능을 탑재한 갤럭시S8 출시를 준비하며 자존심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7조원대의 값비싼 교훈을 계기로 얼마나 거듭날 수 있을지 2017년에도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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