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돌보기도 IoT시대.."누가 날 지켜주는 것 같아 든든"

홍진수 기자 2016. 12. 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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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달부터 보급되는 ‘에너지미터’

가난한 독거노인의 삶은 ‘섬’과 같다. 대부분 집에 갇혀 산다. 몸이 아프면 말할 것도 없고, 거동이 가능하더라도 경제적 제약 등의 이유로 주변과의 교류는 제한적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든 사람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는 21세기 한국의 일반적인 삶에서 독거노인들은 예외다.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찾아오는 사람이 전부일 때도 있다.

최근 독거노인들을 사회와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사람, 사물,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생성·수집·공유·활용하는 기술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기술이 사람과 만나 어려운 이웃의 삶에 온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 내기도 한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옥자 할머니가 지난 6일 자신의 옥탑방에서 웃으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김 할머니의 옥탑방 두꺼비집과 연결된 에너지미터.

한 이동통신사의 후원으로 최근 독거노인들의 집에 설치되기 시작한 ‘에너지미터’가 좋은 예다. 에너지미터는 원래 가구의 전기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달해 주는 사물인터넷이다. 이를 독거노인과 생활관리사를 연결해 주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 독거노인의 집 두꺼비집에 부착된 에너지미터는 실시간 전기사용 현황을 측정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독거노인생활관리사에게 전달한다. 관리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거노인의 현재 상황을 체크하고 응급상황이 벌어지지 않는지 체크한다. 이를테면 전기장판과 TV사용으로 전기사용량이 늘어나야 될 저녁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관리사의 앱에는 경고신호가 울린다. 외출을 했다면 다행이지만, 연락이 안된다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옥탑방에서 혼자 사는 김옥자 할머니(74)에겐 에너지미터와 생활관리사 윤일구씨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김 할머니는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하고 있지만 언제 또 극도의 우울증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지난달 에너지미터를 단 뒤로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누군가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일구씨 역시 “내가 살펴야 하는 독거노인만 30명이라 매일 찾아갈 수 없는 실정인데 간단하게 스마트폰으로 할머니의 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의 독거노인·중증장애인 가구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역시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활동감지센서, 화재감지센서, 가스감지센서, 출입감지센서 등 4개의 센서가 대상자를 지켜주고 있다. 활동감지센서는 독거노인의 집 안 활동 상태를 감지하여 활동량을 중앙으로 전송하고, 화재와 가스감지센서는 위험이 발생하면 버저를 울려 상황을 통보한다. 출입감지센서는 활동감지센서와 연동해 사용자의 외출 상태를 알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당장 독거노인들의 ‘생존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독거노인 전부가 이런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내년도 복지예산이 57조6628억원으로 올해에 비해서 1조8192억원이 올랐지만 여전히 취약지대는 존재한다.

에너지미터는 올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3년에 걸쳐 1000명에게만 보급될 예정이다. 현재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가 설치된 독거노인 가구도 전국적으로 7만여 곳에 불과하다. 반면 복지부가 집계한 전국 독거노인 숫자는 올해 기준으로 144만명이다. 2007년 6월 시작된 노인돌봄기본서비스(독거노인 안부확인 서비스) 대상자만 해도 22만여명이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윤일구씨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독거노인 숫자만 1000여명을 헤아린다”고 말했다.

비용이 가장 큰 장벽이다. 에너지미터 본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인터넷 라우터, 허브 등 한 세트 가격이 70만원이나 된다. 에너지미터를 후원하는 엘지유플러스 관계자는 “기계값만 70만원이고, 엘지유플러스 직원들이 설치하기 때문에 인건비는 합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중증장애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역시 설치비로만 33만원이 필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7만가구에만 이미 231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 복지현장에 첨단기기를 도입할 만큼의 예산 여유는 없다. 김기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화친화산업센터장은 “복지현장 사물인터넷 도입은 초기단계라고 부르기에도 모자란 상황”이라며 “일단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데 그만큼 예산이 없다”고 말했다. 독거노인들에게 설치비를 개인부담 시키는 것도 어렵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일하는 이해숙씨는 “우리가 관리하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월소득이 40만원 안팎”이라며 “방값으로 월세 30만원을 내고 나머지 1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분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점진적인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별도 예산 없이 기존 스마트폰 소지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개인동의를 하는 중증 장애인들의 스마트폰에 위치추적앱을 설치하는 것부터 고려해 볼 수 있다. 이후 조금씩 사물인터넷 등으로 영역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연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전문원은 “네덜란드는 2014년부터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독거노인이나 치매환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조력하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극복하는 데 정보통신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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