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덮친 '5중 한랭전선'

박관규 입력 2016. 12. 1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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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대출규제·입주 증가·대출금리 상승·정책 혼선

서울 아파트 매매가 3주째 하락

일부 지역 미분양ㆍ깡통전세 우려

美금리 인상까지 겹쳐 또 찬물

“정치불안도 악재… 종합 대책을”

이달 초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직장인 김선택(38ㆍ가명)씨는 고심 끝에 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 김씨가 당첨된 서울 관악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전용면적 84㎡는 45가구 모집에 13.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기 단지였다. 하지만 입주시점(2019년 6월)의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고, 내년 3~4월 확정될 중도금대출 이자율이 지금보다 높아질 게 걱정이었다. 김씨는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5년간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하지만 리스크를 지는 것보단 세입자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급과잉과 각종 규제에 움츠러든 국내 부동산 시장이 지난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재개 여파로 한층 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분양권 전매제한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 강화 등에 더해 내년 ▦입주물량 폭탄 ▦대출금리 상승 ▦부동산 관련 정책 혼선 등까지 이른바 ‘5대 악재’가 본격화될 경우, 부동산이 본격적인 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은 이미 조정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부동산114가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 주보다 0.01% 하락, 2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선 이달 2일 이후 3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주택가격 동향에서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0월17일 0.08% 상승 이후, 8주 연속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의 매매가는 6주 연속 뒷걸음치고 있다.

분양시장은 정부 규제의 여파로 투기수요가 빠지면서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총 청약자수(46만1,704명)는 10월(82만6,254명)보다 무려 44.1%나 급감했다. ‘11ㆍ3 대책’ 이후 서울에 공급된 5개 단지의 평균 1순위 청약 경쟁률(12.0 대 1) 역시 10월(33.6 대 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와 함께 시중은행들도 가산금리를 올리며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 매수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될지는 ‘계절적인 비수기’가 끝나는 내년 3월쯤 판가름 날 전망이다. 올해도 작년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연초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지만 3월 거래량이 전달보다 31.3%나 급증하면서 그 이후 7개월 가량 거래량이 상승세를 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통상 겨울 비수기를 마치는 3월엔 이사철 수요가 다른 악재들을 덮으며 거래를 되살려 왔다”며 “현재의 관망세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3월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입주예정 물량도 적정 공급물량보다 10만여가구나 많은 37만여가구에 달해, 최근 높아진 금리인상 우려가 이중삼중의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분양시장이 지금보다 더 냉각될 경우 입지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져 악성 미분양이 속출하고, 일부 지역에선 이른바 ‘깡통 전세’도 다시 등장할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내년 주택매매 가격은 0.8%, 전셋값은 1%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주택 구매자의 이자부담이 증가하면 전반적으로 매물이 늘고, 이는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최근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발 정치 불안도 내년 부동산 시장의 큰 변수로 꼽고 있다. 이미 국정이 마비된데다 조기 대선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지는 부동산 정책이 자칫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요즘도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만 보고, 기획재정부는 경제성장률만, 국토교통부는 집값 움직임만 보는 등 부처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 대응해야 효율이 크고, 충격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동시다발적 악재에 맞설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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