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정서에만 기대 무리한 탄핵".. 반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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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될 만한 중대한 잘못 없다”
박 대통령의 입장은 한마디로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사실이라 해도 나는 몰랐고, 알았다고 해도 사소한 일”로 요약된다. 대리인단은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 조성 의혹은 “기업들에게 직권을 남용하거나 강제적으로 재단 출연을 요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익을 추구한 목적이 없었고 최씨의 범죄를 알면서 공모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시켜 최씨 관련 회사에 대기업이 혜택을 주도록 한 것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박 대통령 측은 그러면서 대기업 강제모금 등에 관여한 최씨를 ‘키친 캐비닛’에 비유했다. 최씨는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아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격의 없는 지인이고, 박 대통령은 그런 최씨에게서 의견을 들어 정책을 추진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 측은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 주변에 자문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문 외에 지역 체육시설 개발안 등의 정책문서도 최씨에게 유출해 최씨 일가의 재산을 불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비밀에 해당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또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자체는 범죄행위이므로, 문건을 유출한 것이 국기문란이라는 (2014년 12월의)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부당하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18일 언론에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답변서.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 및 대리인단은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 전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박 대통령 측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의 경우 “대통령에게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인정하려는 국민적 정서에만 기대어 헌법과 법률의 책임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은 “대법원은 형법상 직무유기죄의 해석과 관련해 직무에 관한 의식적 방임 내지 포기 등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하지, 단순한 직무 수행의 태만은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해명과정 곳곳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억울함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삼성이 사재 8000억원을 출연하자 재단 이사진을 친노 인사들로 채웠다”, “이명박 정부도 1급 간부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적이 있다”, “노건평은 봉하대군, 이상득 전 의원은 만사형통이라고 불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 측은 촛불시위는 ‘질풍노도’로, 언론 보도는 ‘의혹 제기’로 묘사했다. 답변서는 “(탄핵 사유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 제기 기사뿐이고 명확하게 소추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언론탄압 의혹에 관해선 “피청구인이 세계일보 등 언론사에 임원 해임을 요구하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조한규 전 사장이 청와대 압력으로 해임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뇌물죄는 최순실 재판 끝난 뒤로”… ‘속도 늦추기’ 전략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절차를 늦추려는 의중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과 동일한 내용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경우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는 헌재법 51조를 근거로 “뇌물죄는 최순실에 대한 1심 재판을 거친 뒤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박한철 헌재소장과 상당수 헌법연구관들이 출근해 자료 검토와 법리 분석을 이어갔다. 대통령 측 답변서를 쟁점별로 정리해 검토하고 대리인단이 ‘검찰과 특검에 최순실 게이트 수사자료를 요청한 것은 법률 위반’이라는 내용의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헌재는 이르면 19일 대통령의 이의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고 첫 준비기일 일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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