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락 경위 죽음은 정치적 타살" '국정농단 1호 피해자' 유족 거리서명

김원진 기자 2016. 12. 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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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인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8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과 시청역 5번 출구 앞에서는 고 최경락 경위의 유족들이 한창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원진 기자

지난 2014년 11월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정권의 비선 실세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문건(이른바 ‘정윤회 동향 문건’)이 세계일보 보도로 공개됐다.당시 문건에는 정씨가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10명의 인사와 매달 두 차례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을 논의한 정황이 담겨 있다. 해당 문건에는 최순실씨의 이름도 등장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이던 최 경위는 동료인 한일 경위와 함께 ‘청와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의 당사자로 몰렸다. 검찰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박관천 경정이 서울경찰청으로 복귀하면서 ‘정윤회 동향문건’을 들고 나왔고, 이 문서를 최 경위와 한 경위가 복사해 외부에 유출했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이 최 경위에 대해 청구한 구속 영장은 기각됐지만 최 경위는 “문건 유출은 나와 무관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마티즈 차량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최 경위 유족 “내 동생은 결코 자살한 사람이 아니다”

이날 최 경위의 친형을 비롯한 유족 7명과 현직 경찰관 2명이 서명을 받고 있었다.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 거리 서명이다. 오후 1시부터 7시간 동안 진행된 ‘최 경위 명예회복을 위한 서명 운동’에는 1만여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구글 시트(고 최경락 경위 명예회복을 위한 서명 운동 홈페이지)에서도 온라인 서명도 진행 중이다. 유족들은 조만간 온·오프라인에서 모은 서명을 박영수 특검팀에 전달해 ‘정윤회 동향 문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김원진 기자

이날 서울광장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던 최 경위의 친형을 만났다. 그는 “한 번만 도와주십소”, “제발 서명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며 시민들에게 서명 용지를 건넸다. 최 경위의 친형은 “내 동생은 결코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며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제대로 조사했으면 나라가 이 모양 이꼴이 안 되고 내 동생도 억울하게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시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유족들에게 “꼭 억울함을 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유족들이 최 경위의 얼굴을 새겨 만든 입간판을 쓰다듬기도 했다. 최 경위의 형에게 악수를 청한 한 시민은 “조금만 더 힘내시라. 분명 진실이 드러날 겁니다”라고 말했다.

■현직 경찰관도 동참 “나라 부패 은폐 위해 정치적 타살 당해”

이날 서명 운동에는 최 경위의 동료 경찰관 2명도 동참했다. 경찰관 ㄱ씨는 “정권의 치부를 감추려 경찰관 1명이 희생된 사건”이라며 “경찰 조직이 보수적이어서 큰 움직임은 없지만 현직 경찰관들도 온·오프라인으로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 ㄴ씨는 “당시 정윤회씨의 국정농단이 담긴 문건을 봤던 경찰관이 했던 말도 최근 유행하는 ‘이게 나라냐?’였다”며 “나라의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최 경위가 정치적 타살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경위 유족은 여전히 누군가 감시하고 있을 것만 같은 공포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씨의 친형은 “그나마 최근에 동료였던 한일 경위가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고 증언을 해서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들이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랑 싸우려는 것은 오로지 진실을 밝히기 위함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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