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김동성-안톤 오노 "선수 시절 아직도 그립다"

박영진 2016. 12. 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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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악연에서 친구로.. 평창에서 선전 기원

[오마이뉴스박영진 기자]

과거 한국과 미국의 쇼트트랙을 책임졌던 김동성과 아폴로 안톤 오노가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이들은 적이 아닌 '동반자'로서 쇼트트랙의 세계화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

김동성과 오노는 17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KB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났다.

두 선수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 지울 수 없는 악연으로 이어져 있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있었던 '오노 사건' 때문이다. 당시 김동성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심판은 김동성에게 실격 판정을 내리고 오노에서 금메달을 수여했다. 오노는 당시 마지막 바퀴에서 김동성이 일부러 부딪혀, 자신이 피해를 본 것 같은 '할리우드액션'을 취했다. 결국 김동성은 올림픽 금메달을 타의에 의해 허무하게 빼앗겨야만 했다.

14년이나 지난 지금 이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현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들은 사이좋게 악수하며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동성은 "오노가 국제전화 요금이 많이 나온다며 연락을 자주 하지 않진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는 "만날 때마다 그래도 악수와 포옹을 한다"며 옛날의 상처가 조금은 아물었음을 드러냈다. 오노 역시 "한국에 올 때나 2년 전 소치올림픽 당시에 김동성을 만났었다. 은퇴했지만 서로 쇼트트랙을 좋아하니 빙판을 떠나지 않고 대회 때마다 만나는데 기쁘다"며 웃었다.

남자 쇼트트랙 평준화... "놀랍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월드컵 남자 쇼트트랙 평준화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남자 1000m 경기에서 한국 선수 3명(임경원, 홍경환, 한승수)가 올라가 '메달 독식'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신흥국인 카자흐스탄이 금메달을 차지했고 캐나다가 은, 동메달을 차지해 한국은 노메달에 그쳤다. 준결승까지 끈끈하고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로 경기장을 뜨겁게 만든 것과는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만 것.

김동성은 "최근 남자 선수들이 부진하다는 얘기가 많지만 그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모든 나라 선수들이 평준화가 되면서, 한국 선수들도 1위가 아니라 이젠 따라가는 입장이다. 후배들이 평창에서 메달을 따내 우리가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으면 한다"고 전통 강국으로서의 소망을 드러냈다. 오노 역시 세계화에 굉장히 놀랐다고 답했다. 그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흥 강국들이 좋은 성과를 드러냈다. 카자흐스탄이나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까진 한국, 중국, 캐나다가 쇼트트랙 선두주자였지만 이젠 다르다"고 달라진 상황을 짚었다. 그렇지만 "한국 쇼트트랙은 여전히 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오노는 "한국은 어린 선수들이 새벽부터 열심히 훈련을 한다. 좋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평창의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 대한 호평도 잊지 않았다. 김동성은 "세계선수권 대회가 지난 3월 목동에서 열렸지만, 그땐 목동이었다. 강릉은 처음인데 목동에 비해 빙질이나 모든 면에서 훨씬 우수한 경기장"이라고 경기장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남은 기간 보강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함을 암시했다.

오노는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팬들의 응원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올림픽에서도 인기가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오노는 자신이 홈그라운드에서 금메달을 딴 바 있기에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먼저 홈그라운드를 경험한 오노는 한국 선수들에게 그 '이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그는 "사람, 도시, 빙질 등이 모두 익숙하고 선수들의 자부심과 자국민의 응원이 합쳐져 특별한 힘이 나오게 된다. 또한 가족들도 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나를 응원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들은 이번 경기를 보면서 선수 시절을 다시 회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동성은 "선수로 뛰었던 기억도 나고 같이 시합했던 선수들도 다시 만났다"며 경험을 얘기했다. 오노 역시 "2010년에 은퇴를 했는데 선수 때가 아직도 그립다. 가끔 내가 했던 경기들도 보고 현재 경기도 보는데,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며 추억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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