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인줄" 지로용지로 날아든 적십자회비.."불쾌하다"

민정혜 기자 2016. 12. 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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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같은 지로용지 사용으로 혼란
대한적십자사 "자율 성금 표기..모금 방식 다원화 추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본사 외벽에 적십자 회비 납부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2015.8.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 우편물을 정리하던 박동완씨(가명·35·서울 은평구)는 아파트 관리비와 비슷한 형태의 적십자회비 납부용 지로용지를 발견했다. 적십자 회비는 '기부'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로용지가 마음에 걸렸다. 박씨는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이 붙을 것 같아 아파트 관리비와 함께 적십자 회비를 납부했다.

12월 적십자 회비 납부용 지로용지가 각 가정에 배송됐다. 적십자사 지로용지는 세금 등을 고지할 때 사용되는 양식과 비슷해 혼란을 준다. 그러나 적십자 회비는 의무 납부가 아니다.

적십자사가 이런 혼란을 감수하면서도 지로 납부를 고집하는 이유는 지로로 들어오는 기부금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적십자 회비로 모인 돈은 479억원 수준이다. 정기후원과 기부금(품)까지 모두 합치면 총 1037억원이 2015년 모금됐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이 기부금은 Δ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에 423억원 Δ국내 재난 구호 활동에 208억원 Δ국제 구호 활동에 83억원 Δ생명보호 활동에 56억원 등이 사용됐다.

공과금으로 착각하도록 하는 지로 납부에 대해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로용지에 '적십자 회비는 자율적으로 참여하시는 국민성금입니다.'라는 문구가 있지만 활자 크기가 작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박씨는 "적십자 회비 1만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이미 다른 곳에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의무 납부가 아닌 것을 알았다면 굳이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누가 지로용지에 적혀 있는 깨알 같은 크기의 글을 읽고 있느냐"며 불쾌해 했다.

또 지로배송 대상이 거의 모든 성인 세대주라는 점과 납부 고지 형태가 마치 공과금을 독촉하는 것과 비슷해 혼란과 불쾌감을 주고 있다. 현재 적십자 회비 납부 고지서는 25~70세 모든 세대주에게 발송된다. 납부 고지서는 매년 12월 1차,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2월 2차로 보내진다. 금액이 1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기부금 명칭을 '회비'라고 지칭하는 것도 기부금이라는 '자발적 성금'의 성격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적십자 회비 납부가 의무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로용지를 꼼꼼하게 읽어봤다는 김신혜씨(가명·34·여·강원 정선)는 "요즘 신용카드 포인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받던데 적십자 회비는 지로용지로 고지돼 세금인 척 납부를 독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지로용지를 세금으로 착각하는 국민들의 혼란을 알지만 지로용지를 이용한 모금을 없앨 계획은 없는 상태다. 적십자사는 "지로 안내를 통해 회비 모금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부금인 것을 홍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율적 국민성금'이란 표기가 작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지로용지는 은행의 수납처리시스템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적십자사에 지로용지가 도입된 것은 2000년이다. 적십자 회비가 지로용지로 각 세대에 배포되기 전에는 각 지역의 통장 등이 모금을 도왔는데 강제성 논란과 더불어 투명성도 담보할 수 없어 지로용지가 도입됐다.

현재 적십자사는 지로용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인터넷, 전화 기부, 가상 계좌, 신용카드 포인트 등 기부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적십자사는 "당시 유니세프 등도 지로용지를 통해 기부금을 받았지만 현재는 정기후원으로 추세가 변한 상황이어서 적십자사도 기부금 모금의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News1

m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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