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터뷰] "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 기계는 결코 인간의 공감 능력 이길 수 없어" 제프 콜빈 포춘 편집장

배정원 기자 2016. 12. 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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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생산성, 객관성, 정확성 모두 뛰어나도 인간의 공감(共感) 능력은 따라올 수 없어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인간적인 사람이 고연봉자될 것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콜센터 상담사 공감 능력 향상으로 매출 증대 효과 얻어

제프 콜빈 포춘 편집장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찾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며 “인간의 본성에 가장 밀접한 분야를 연구하라”고 말했다. /사진=제프 콜빈 제공

전 미국 재무장관이자 하버드 대학 총장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는 10년전만 해도 컨퍼런스 기조 연설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기술에 반대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동화가 모든 일자리를 없앨 것이며 결국 사람이 할 일은 남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죠.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자동화는 인류에게 축복이고 그들의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수십 년 동안 역사적 증거는 서머스 전 장관의 견해를 전적으로 뒷받침했다. 간단히 1800년대와 지금의 세계를 비교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던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뭇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가 이토록 복잡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러다이트(신기술 반대자)의 주장은 틀리고 기술의 진보를 믿었던 사람들의 생각이 옳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이 많은 중산층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등장으로 인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람의 업무를 편리하게 도와준 기계가 이제는 주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셈이다. 지금까지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축복이었는데, 이제는 왜 재앙으로 다가오는 걸까. 그렇다면 인류는 앞으로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보유해야 할까. 과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가 있을까.

미국 종합경제지 포춘의 편집장 제프 콜빈(Colvin)은 상호행위를 통한 공감(共感) 능력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계가 대체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같이 기뻐해 주는 공감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도 장례식장을 방문한 로봇에게 위안을 얻진 못할 것이다. 아울러, 화가 난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마음을 돌리는 것도 공감 능력을 갖춘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조선비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콜빈 편집장은 “인공지능의 등장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며 “기계를 이기려 하거나 인간보다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 마라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거의 없다고 본다. 컴퓨터는 2년마다 2배씩 성장한다. 이 힘이 어떤 것인지 인간의 머리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 속도라면 컴퓨터의 능력이 40년 동안 100만배만큼 향상되는 것이다.

지난 10월 국내에 출간된 제프 콜빈 편집장의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사진=교보문고

그래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은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찾아봤자, 몇년 뒤에 상황이 또 달라질 것이다.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찾으려면 기계를 이기려는 기존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컴퓨터가 습득할 수 없는 기술이 앞으로 가치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그런 기술이 어디 있겠는가?

1972년 MIT의 컴퓨터공학 교수는 체스 프로그램이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체스 컴퓨터는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경제학자 프랭크 레비는 운전을 하려면 감각기관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며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대단히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에 운전을 맡기기는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6년 뒤 구글은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19세기 기계가 노동자들을 실직자로 내몰거라고 한 러다이트(Luddite)의 주장이 맞는건가?

“사실 그간 학계에서는 ‘러다이트의 오류’라고 하며 그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지난 200년간 신기술 반대자들이 걱정해 온 일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반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은 역사상 다른 어떤 발전보다도 인류의 물질적인 평안과 행복을 크게 증진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틀렸다해도, 앞으로는 다르다. 그들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

-기술의 발달이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확신하나?

“그렇다. 그동안 서머스를 비롯해 경제학자들은 자본과 노동을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봤다. 자본은 몇몇 노동자를 쫓아내기도(대체하기도) 하지만, 신규 자본을 활용해 새롭고 더 생산적인 일자리를 창출했다. 최근 서머스 같은 학자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계을 사들인 다음 적절히 설계하면 과거에 노동자들이 했던 일을 기계가 정확히 대신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어는 ‘정확히’라는 단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정확히’ 운전자들이 하는 일을 해내기 때문에 운전자들을 대체한다.

콜빈 편집장은 “안타깝게도 현대인의 공감능력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사람을 대면하는 일보다 전화 통화로 대신하고, 심지어 최근엔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그들의 공감능력은 점점 퇴보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사진=제프 콜빈 제공

기존에는 농기계가 농부의 일을 대체해서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드는 한편으로 공장에서 기계를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식으로 변화가 진행됐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은 지금까지의 변화 방식과는 완연히 다르다. 인공지능 기술은 다재다능하며 그 능력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인간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즉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서 가장 많이 얻고자 하는 것을 제공하는 능력이 앞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무엇을 얻고자 하나?

“공감(empathy)이다. 정확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일은 어짜피 기계가 충분히 잘해낼 것이다. 이 때문에 기계보다 더 이성적인 업무를 인간이 해주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간적이고, 합리적이지 않고, 주관적인 일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이다. 예컨대, 공감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불쌍한 이들을 안타까워하고, 누가 다치면 내가 아픈것마냥 몸을 움츠리고, 행복한 사람을 보면 웃게 된다.

아울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출한 예측이 사람 의견보다 정확하더라도, 우리는 사람인 전문가의 판단을 듣고 싶어 한다. 인간의 본성은 합리성에 기반하지 않는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가 없으면 생존하거나 행복을 찾거나 생산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 공감은 그런 과정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기본 요소다.”

-앞으로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 인재로 평가받는다는 말인가?

콜빈 편집장은 “‘공감 능력과 그밖의 상호작용 기술은 유창한 영어 구사력이나 수학 실력만큼이나 학생들의 취업 전망을 높이는 데 중요하게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프 콜빈 제공

“그렇다. 우수성의 의미는 앞으로 바뀔 것이다. 과거에는 기계 같은 기능을 하는 사람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간다운 면에서 뛰어나고, 철저히 인간다운 사람이 되어야 우수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뛰어난 사람이 되는 과정은 인간의 지식보다는 인간의 본성적인 모습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감능력은 이미 직장에서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의 고용주들은 공감할 줄 아는 직원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구직 사이트 게시판을 조사한 결과 연봉이 10만 달러(1억원)가 넘는 구인 광고 중에 공감 능력이나 그와 연관된 특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1000건 이상이었다. 그런 능력을 강조했던 기관들이 자선 활동 단체였던 것도 아니다. 대다수가 맥킨지, 바클레이즈 캐피탈, 화이자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이었다.”

◆ 공감은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을 구별 짓는 기준이 될 것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는 공감능력이 화두다. 영국의 가장 큰 소매업체로 꼽히는 테스코의 기술담당 최고 책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감할 줄 알고 협동을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 제품 설계자들은 직원들 간의 의견이나 고객들의 생각과 느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그는 “아무리 훌륭한 IT 기술자라도 사무실에 꼼짝 않고 갇혀서 일하는 사람은 뽑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SAP의 CEO인 빌 맥더멋은 저서 ‘위너스 드림(Winners Dream)’ 에서 ‘공감’이라는 소제목을 두고 공감의 가치를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고위 임원 멕 베어는 공감은 21세기에 대단히 중요한 기술이라고 말하면서 “공감하는 기술은 나 스스로와 우리 팀, 내 아이들이 키워나가야 할 중요한 기술이다. 공감은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을 구별 짓는 기준이 될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공감능력이 기업의 매출을 늘린 사례가 있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콜센터 상담사는 일반적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매뉴얼이 제시되어서 주어진 원고대로 고객에 응대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해진 매뉴얼대로 읊조리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는 부서 담당자가 모니터에 고객 응대 매뉴얼이 아니라 고객 정보가 제시되도록 하고, 그들이 재량껏 고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했다. 그는 그런 변화로 “상담사들이 궁극적으로는 고객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상담 직원이 진심으로 대하는지 고객들은 금세 알아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후로 직원을 뽑을 때도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콜센터 경험이 있는 지원자보다는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인간관계 맺기를 좋아하고 고객과 공감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들을 뽑은 것이다. 놀랄 것도 없이 그런 변화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영국 과학 기술 평론가 벨린다 파머에 따르면 공감을 잘하는 웨이터들은 평균보다 팁을 20% 가까이 더 받았으며, 공감 능력이 있는 채권추심원들은 빚을 두배나 많이 추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도 레스토랑에 가면, 뛰어난 웨이터가 손님이 짜증 났는지, 피곤한지, 어리둥절해하는지, 신이 났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응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영원토록 인간이 누릴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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