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터뷰] 삼성전자 C랩 출신 '웰트' 강성지 대표 "예방 의학관심이 결국 창업으로"

이다비 기자 2016. 12. 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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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서 입사 제의가 왔을 때, 삼성전자에 적합한 헬스케어 사업은 무엇이 있을지 묻더라고요. 그때 지금의 ‘웰트(WELT)’와 같은 스마트 벨트를 제안했어요. 스마트 기기로 사람들의 건강을 측정, 기록하고 헬스케어를 서비스해야 차별화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웰트 제품을 들고 있는 강성지 웰트 대표. / 이다비 기자

강성지(30) 웰트 대표는 201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입사 제의를 받고 삼성전자 최초의 의사 사원이 됐다. 삼성전자가 헬스케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의사 출신인 강 대표를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당시 면접에서 강 대표가 한 말은 면접을 위한 ‘면피용 답변’이 아니었다. 강 대표의 ‘스마트 벨트 제안’은 삼성전자 사내벤처인 C랩(C-Lab)에서 이어졌다. 웰트는 C랩을 발판삼아 세상에 나왔다. 웰트는 사용자의 허리둘레와 걸음 수, 앉은 시간과 과식 여부를 감지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주는 세계 최초 스마트 벨트다.

강 대표는 올 7월 삼성전자에서 분사(스핀오프)하고 웰트를 설립했다. C랩에서 웰트를 만든 지 1년 5개월 만이었다. 삼성전자 내부와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등 외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반응도 뜨겁다. 미국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에 지난 8월 제품을 선보인 후 4일 만에 목표액인 3000만원을 달성했다. 케이글로벌 스타트업 IoT 신제품 개발지원 사업에서 대상인 미래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웰트는 곧 유명 의류 브랜드인 빈폴액세서리와 협업 제품도 내놓고 내년 중으로 잡화브랜드 일모(ILMO)와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13일 방배동 웰트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꾸준함이 만든 웰트, “건강을 미리 관리하면 어떨까?”

웰트는 강 대표의 ‘꾸준함’이 만들어낸 제품이다. 공중보건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건강 관리에 대한 그의 관심이 웰트를 만들었다.

강 대표는 의과대학을 마치고 보건복지부에서 3년간 근무할 당시 건강관리정책 업무를 맡았다. 공중보건의 3개월 차에 보건복지부 신종플루 대책본부에 들어갔다가 보건복지부 제안으로 건강정책과에 남아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당시 강 대표는 ‘사람들이 질병에 이르기 전에 민간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산업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주로 아픈 사람을 위한 치료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병을 예방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며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전에 민간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웰트 제품과 웰트 애플리케이션. 애플리케이션으로 허리둘레와 걸음 수, 앉은 시간과 과식 여부를 알려준다. / 웰트 제공

이후 그는 2011년에 5명이서 ‘모티브앱’이라는 스타트업을 만들고 ‘오늘의 미션’이라는 앱을 선보였다. 첫번째 창업이다. ‘오늘의 미션앱’은 게임처럼 주어진 미션을 완료하면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앱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운동하면서 병을 예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강 대표는 “운동은 하라고 해도 안 하는데, 게임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하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업은 잘 안 됐지만 이는 웰트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강 대표는 모티브앱 사업을 하면서 서울대학교 보건 대학원에도 진학해 보건학 석사를 땄다. 건강의 요소 중 ‘영양’이 중요한 만큼 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대학원을 마치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인턴 6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 삼성전자는 강 대표의 이력을 보고 입사 제의를 했다.

◆ C랩 유망주가 된 웰트, 사내·외서 검증

강 대표는 삼성전자에 입사해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헬스케어 제품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어떤 제품을 이용해야 건강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가격이 현실성 있는지 등을 계속 따져봤다. 정답은 강 대표가 면접에서 언급한 스마트 벨트였다.

그는 이 아이디어로 C랩을 두드렸다. 삼성전자 사내벤처인 C랩은 기존 조직(삼성전자)보다 의사소통이 빠르고 추진력을 낼 수 있다. 2015년 2월 C랩 팀을 구성하게 됐다. 강 대표는 팀원을 구하는 공고를 내고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실력 있는 팀원 5명과 같이 웰트를 시작했다. 현재는 총 7명이서 웰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앱)를 개발하고 웰트를 알리고 있다.

팀 구성 이후 시간과 장소, 출근에 제약을 받지 않고 웰트만 연구·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당시 사무실은 회사 식당 건물 2층의 빈 회의실이었다. 연구·개발과 동시에 삼성전자 안과 밖에서 까다로운 검증이 계속 이어졌다. 시제품이 나오면 삼성전자 직원들이 피드백을 준다. 이런 사내검증 과정을 거쳐 대표선수로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 참가했다.

웰트가 호응을 얻자 강 대표는 분사해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고 싶었다. 당시 웰트는 삼성그룹 사내방송인 SBC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C랩 유망주였다. 강 대표는 “웰트의 몇몇 C랩 과제들은 삼성전자에서 ‘해리포터’ 같은 느낌이었다”며 “분사할 때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명예롭게 회사를 나가는 거니 꼭 성공하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웰트는 올 6월 삼성전자서 분사해 한 달 후 최종적으로 웰트를 다시 설립했다.

웰트 제품 이미지. 빈폴액세서리, 일모와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 웰트 제공

◆ 대사증후군 예방하는 웰트, 기존 산업에서도 인정받아

웰니스(Wellness)와 벨트(Belt)를 합친 이름의 웰트(WELT)는 사용자의 허리둘레와 걸음 수, 앉은 시간, 과식 여부를 감지해 웰트 앱으로 알려준다. 이는 모두 ‘대사증후군’과 관련한 건강 측정 항목이다. 대사증후군이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여러 질환이 나타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웰트는 대사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측정된 데이터는 웰트 앱에 차곡차곡 쌓인다.

웰트는 대사증후군 관련 항목을 측정하기 위해 벨트 안에 허리둘레 센서와 가속도 센서를 집어넣었다. 강 대표는 “허리둘레를 재기 위해 벨트 가죽 안에 표식(marker)을 넣어 벨트가 채워지는 위치를 읽게 했다”며 “이 기술에 대한 특허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웰트는 이를 바탕으로 몇 달 만에 허리둘레가 몇 인치 증가했는지 알려준다.

현재 웰트는 기존 의류 브랜드와 병원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빈폴액세서리, 일모 등과 협력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며, 유럽 패션 브랜드와도 협업 논의를 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강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웰트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병원이 알아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웰트를 착용하게 하면 어떨까 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재 웰트는 세브란스병원 베타 테스트 피드백을 기반으로 웰트 소프트웨어인 웰트 앱을 점검하고 있다. 그는 “완벽하게 만드려다보니 이것저것 고칠 것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웰트가 ‘헬스케어 시장에서 처음 내놓는 벨트 형태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팔찌나 시계 형태의 헬스케어 스마트 기기는 시장에 여럿 나와 있지만 벨트 형태의 헬스케어 제품은 그간 선보인 적이 없다.

강 대표는 웰트를 제품을 발전시키고 알리기 위해 의사와 공학박사, 의류 디자이너 등과 활발히 의사소통하고 있다. 웰트가 벨트인만큼,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기술과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 대표는 웰트 기능뿐아니라 디자인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어디까지나 제품이 패션 소품인 벨트인만큼 에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착용하고 손이 가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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