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Notch]⑧ "실리콘밸리는 청정에너지 전쟁 중"

방성수 기자 2016. 12. 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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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경쟁이 치열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왼쪽)는 친석유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에게 맞서 10억달러짜리 에너지 펀드 출범을 알렸다./사진=블룸버그, 그래픽=방성수 기자

애플은 올해 6월 ‘애플에너지’를 설립하고 아예 태양광 생산·판매 사업자로 나섰다. 구글은 내년부터 100% 신재생에너지만 쓰겠다고 선언했고 페이스북과 아마존도 ‘화석연료 제로 플랜'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과감한 청정 에너지 투자는 친환경·사회적 책임 기업 등 브랜드 파워를 키우려는 전략적 차원도 있지만 데이터 센터 등 핵심 시설의 안정성을 높이고 막대한 전기료를 줄이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급증하는 데이터가 전기를 마구 잡아 먹고 있고 전기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테크놀로지 기업인들이 청정에너지 펀드를 고리로 뭉치는 등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와 실리콘밸리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연구 투자는 당파적이지 않다··· 빌 게이츠, 10억달러 에너지 펀드 전격 발표

"트럼프에게 빌 게이츠가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10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펀드 조성 계획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아침 폭스뉴스의 일요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구 온난화 때문에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기후 변화에 대한 회의론을 거듭 밝히자 빌 게이츠가 청정에너지 펀드 조성 사실을 미리 공개했다.”

미국의 유력 IT 전문 사이트 '매셔블(Mashable)’은 10억달러 에너지 펀드는 친석유 성향인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날린 반격이라고 보도했다.

초대 국무장관에 세계 최대 석유기업 최고 경영자를 지명한 트럼프 행정부가 신재생 에너지에 중점을 뒀던 오바마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들을 대거 폐기할 경우 에너지 신기술에 대한 투자 열기가 냉각될 것이란 IT 기업인들의 걱정과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청정 에너지의 생산, 저장, 이동, 효율을 개선하는 유망 기업에 투자하겠다"면서 "다행히 연구 투자는 좋은 것이란 생각은 당파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애플의 쿠퍼티노 신사옥은 주차장 2개의 지붕(위 사진 왼쪽 아래 검은 지붕 건물)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 생산한 전기를 쓴다. 아래 사진은 주차장 내부 모습. /사진=애플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EV)'로 명명된 이 펀드에는 빌 게이츠 외에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레이드 호프만 링크드인 창업자 등 IT 분야 거물 기업인 20명이 참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석유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선이 한창이던 올해 7월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유력 기업인 145명이 ‘트럼프는 미국의 혁신과 성장을 방해하는 재앙’이란 공개성명을 냈을 정도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대선 동안 "트럼프는 화성을 보내야 한다"며 각을 세웠다. 스페이스 X, 테슬라 전기차, 솔라시티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후 “트럼프 당선이 우주 탐사 계획과 전기차 보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머스크 테슬라 CEO는 고심 끝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자문에 응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태양광 사업자”···중국서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

애플의 경쟁자는 휴대전화의 삼성, 안드로이드의 구글만이 아니다. 애플은 에너지 대기업인 GE나 지멘스와도 경쟁하고 있다. 애플은 태양광설비 설치용량 기준으로 미국 4위 기업이다. 1위는 유통기업인 타깃, 2위는 월마트다.

애플은 올해 6월 ‘애플에너지LLC’를 설립하고 두 달 뒤 미국 연방에너지위원회에서 태양광 전기 판매 허가를 취득했다. 애플이 태양광 발전 및 판매 사업자가 되자 신재생에너지 주식을 집중 매집 중인 워런 버핏이 애플 주식을 10억달러어치 사기도 했다.

애플은 8억4000만달러를 들여 캘리포니아 북부 526만㎡(159만평)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는데 조만간 완공 예정이다. 앞으로 25년 동안 매년 130MW 전기를 생산, 공급한다. 캘리포니아의 모든 사무실, 52개 소매점, 컴퓨터 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 양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작년 2월 태양광 발전소 착공 계획을 밝히면서 "우리는 기후 변화가 진짜라는 사실을 안다. 대책을 얘기할 때는 지났다. 이젠 행동할 때"라고 공언했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제2 캠퍼스'는 100%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완벽한 ‘마이크로그리드’ 건물이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평가한 테크놀로지 기업들의 환경 점수. 애플이 1위다. /그래픽=그린피스

자동차 2만대를 수용하는 두 개 주차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1만3000명이 상주하는 사무실, 연구센터, 체육관 등 모든 시설이 쓰고도 남는 전기(16MW)를 생산한다.

내년부터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는 ‘우주선 캠퍼스’란 별명이 붙은 쿠퍼티노 ‘제2 캠퍼스’에서 열린다.

애플은 또 중국 3곳에서 2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다. 26만5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폭스콘 등 하청업체를 통해 2G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짓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의 애플스토어 건물 옥상에도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모든 해외 사업장과 시설도 100% 재생에너지만 쓴다.

덕분에 애플은 그린피스가 선정한 '2015년 친환경 에너지 기업 1위'에 선정됐다. 에너지 투명성, 에너지 효율, 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여도, 친환경 에너지 선호도 평가에서 ‘올 A’를 받았다. 2위는 에너지의 73%를 태양광으로 충당하는 야후였다. 구글은 46%, 페이스북은 49%를 태양광 에너지에서 얻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구글, “2017년부터 화석연료 안 쓴다”

모바일 운영 체제, 인공지능, 자율 자동차 등 거의 모든 미래 기술 분야에서 애플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구글이 가만있을 리 없다.

조 카바 구글 수석부사장(기술 인프라 담당)은 지난 6일 “2017년부터 구글은 세계의 모든 데이터 센터와 사무실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사실 '전기 먹는 초대형 공룡'이다. 10억명의 사용자가 매일 검색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지메일(Gmail)을 주고받는 등 데이터 수요가 엄청나다. 1분마다 업로드되는 유튜브 영상만 400시간 분량에 달한다. 데이터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구글의 전기 사용량은 2010년보다 10배나 늘었다.

구글은 작년 세계 60개국 150개 사업장, 13곳의 데이터 센터에서 5.6 테라와트시(TWh)의 전기를 썼다. 90만명에 육박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시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맘먹는다.

구글은 애플처럼 클린 에너지 사업자로 나서기보다는 대량 구매 전략을 쓰고 있다. 재생에너지 회사인 넥스트테라와 20여건의 장기 전력공급 계약을 맺는 등 구글의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로 세계적으로 35억달러가 넘는 사회 기반시설 투자가 이뤄졌다.

내년부터 친환경 에너지만 쓰겠다고 선언한 구글은 풍력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한다(사진 위).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는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쓴다(사진 아래)./사진=구글, 아마존

카바 부사장은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재생에너지 이용 고객”이라며 “공급 변동이 일정한 풍력 발전은 에너지 수급 계획을 세우기 쉽고 칠레에서는 화석에너지보다 가격이 더 싸다”고 말했다.

아마존, 페이스북도 100% 재생에너지 사업 고삐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이자 클라우드 서비스 1위 기업인 아마존도 전력 수요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 에너지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버지니아주 아코멕카운티의 364만㎡(110만평) 부지에 태양광 패널 27만개를 설치, 80M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다. 버지니아주에 산재한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AWC)에 사용할 전력을 얻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오하이오주에도 대용량 풍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페이스북도 텍사스주 포트워스 44만㎡(13만3000평) 부지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는데 100% 풍력에너지(생산용량 200MW)를 사용할 예정이다.

IT 기업들이 청정 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데이터 센터들이 전기 먹는 하마들이기 때문이다. 2001년 300억Kwh였던 IT 기업들의 전력 소비는 2006년 600억Kwh로 5년 만에 두 배 증가했고 2013년에는 1000억Kwh를 돌파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촉진한다는 분석도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장 큰 위협은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 미래 산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데이터를 생산하고 IT 기업들의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 도입 노력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에 부정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차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적지 않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전력 자급자족형 소규모 스마트그리드 시스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융·복합된 차세대 독립 전력망 체계다. 섬, 사막, 오지,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국가나 기업들이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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