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라는 게 무섭죠?.. <런닝맨>에게 팬들이 바라는 것들
[오마이뉴스김종성 기자]
지난 15일 오후 <런닝맨> 측은 해명을 내놓았다. "<런닝맨> 멤버들과의 충분한 소통 절차가 마무리 되지 못한 상황에서 김종국 씨와 송지효 씨에 관한 예상치 못한 개편 관련 기사가 나와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성급했던 기자 탓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없는 사실'을 꾸며 쓴 게 아닌 이상 책임을 떠넘기는 건 우스운 일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불충분한 소통'이었고, 절차와 배려 없는 구먹구구식 시스템이 아니겠는가. (김종국은 불과 이틀 전에야 하차 소식을 통보 받았다.)
24시간이 지난 사과. 결코 빠른 대처라고 보긴 어려웠다. 굳이 이렇게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을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테지만, 좀더 재빠르게 대응했다면 논란은 최소화 됐을 테고, 국내외 팬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호동이라는 대안이 사라지면서(15일 강호동은 출연을 고사하겠다고 밝혔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런닝맨>의 입장은 오히려 단순해졌으리라. '유종의 미'를 거두(는 쪽으로 드라마를 써보)자.
여기저기 산적한 문제들
▲ <런닝맨>의 한 장면 |
ⓒ SBS |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 라고 말하기엔 찜찜함이 남는다. 애초에 '잘렸던' 김종국과 송지효는 2개월 동안 <런닝맨>에 더 출연하게 됐다. 남아 있던 기존의 멤버(유재석, 지석진, 하하, 이광수)는 서운함을 토로했을 테고, 그러면서도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당위와 대의에 설득당했을 거다. 고용이 해지된 김종국과 송지효도 7년 간 누적된 정에 마음을 누그러뜨렸을 게 뻔하다. 필요에 따라 자신들을 내쳤던 프로그램을 위해 또 한번의 헌신을 하겠다니. 정이란 게 참 무섭긴 무섭다.
지난 2010년 <패밀리가 떴다2>의 조기 폐지 등 침체기에 빠졌던 SBS 예능의 구원 투수로 등장했던 <런닝맨>은 방송 초반에만 해도 평범한 콘셉트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었다. 하지만 이름표를 떼는 술래잡기에 참신한 발상 등을 덧대면서 조금씩 관심을 받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멤버들의 노력과 끈끈한 팀워크가 프로그램을 궤도 위에 올려놓았다. 급기야 시청률 20%를 돌파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 <런닝맨>의 한 장면 |
ⓒ SBS |
서둘러 <런닝맨>이 개편을 준비한 건 그러한 사정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조급함은 언제나 치명적인 실수를 유발하고, 눈앞의 위험을 놓치게 만든다. 정당히 평가받았어야 할 <런닝맨>의 위대했던 지난 7년은 이번 일로 통해 와장창 깨져버렸다. 애석하고 애처로운 일이다. 새로운 도약을 노렸지만, 스스로를 사면초가에 몰아넣는 자충수를 둔 끝에 '2개월 후 종영'이라는 찜찜한 결론에 도달한 모양새도 안타깝기만 하다. 이 답답한 사람들아!
7년 만에 기력이 모든 쇠한 <런닝맨>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하기 짝이 없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름다운 회자정리(會者定離)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남은 2개월 동안 <런닝맨>은 결자해지(結者解之) 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방송됐던 <런닝맨>의 부제가 '확률 여행 - 뭉치거나 흩어지거나'였다는 건 흥미롭다. '뭉치는 선택'을 한 <런닝맨> 제작진과 멤버들이 마지막 2개월을 후회 없이 달리고 또 달리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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