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자유총연맹 회장의 비리 공무원 낙하산 작전

백철 기자 입력 2016. 12. 17. 17:15 수정 2016. 12. 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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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경재 자유총연맹 회장이 11월 19일 서울역광장 보수단체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8000억원을 걷었다”고 말했다. / 자유총연맹 자유NET 화면캡처

신흥 ‘막말 강자’로 떠오른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74)이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사장에 비리 공무원을 낙하산으로 꽂았다. 자유총연맹은 2003년 3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전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현재 지분 31%)가 됐다. 한전산업의 원래 대주주였던 한전은 현재 29%의 지분을 소유해 2대 주주다.

당초 자유총연맹은 12월 20일 한전산업 이사회를 통해 주복원 한전산업 관리전무(55)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다. 한전산업 이사회는 보통 9명으로 구성되는데, 관례적으로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은 자유총연맹, 나머지 4명은 한전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례대로라면 주 전무는 대표로 승진하고 자유총연맹에서 새로운 인사를 한전산업 전무로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자유총연맹 측 한전산업 임원이 연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12월 7일 한전산업 윤기영 감사(81·자유총연맹 부회장 겸임)는 서울중앙지법에 한전산업 이사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윤 감사에게 주 전무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윤 감사는 “개인정보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으로 주 전무가 어떤 사람인가 알아봤다. 주복원씨는 과거 뇌물 전력으로 대법원에 확정 판결을 받은 하자가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주 전무는 2009년 12월까지 제주도에서 지식경제국장으로 근무했다가 직위해제됐다. 당시 주 전무는 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자로부터 36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주 전무는 1심에서 징역 2년·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1년 8월 25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추징금 902만원을 확정판결받았다.

한전산업 관계자 ㄱ씨는 주 전무가 올해 5월 12일 관리전무로 선임될 때부터 내부에서 잡음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한전산업 공시에는 주 전무의 제주도 지식경제국장 경력이 나오지 않는다. ㄱ씨는 “전임 관리전무 임기가 만료된 뒤 자유총연맹에서 주씨에 대한 선임통보 공문이 왔다. 범죄경력 조회서 등 신상조회 서류는 전혀 없었고 달랑 공문 한 장만 왔다. 주씨가 뇌물사건에 연루돼 있어서 (한전산업이) 자유총연맹에 다시 공문을 보냈지만 그대로 이사회에서 임명됐다”며 “출소한 지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전과 경력 때문에 입사를 할 수가 없는데도 그걸 초월해서 주씨가 전무로 입사를 한 것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ㄱ씨는 김경재 회장이 한전산업에 순천고등학교 후배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주씨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김경재 회장의 순천고 후배였다. 주 전무가 선임된 날 순천고 출신이 사외이사로 또 내려왔다. 내년 초에 임기가 끝나는 임원 자리의 후임에 순천고 출신이 온다는 말도 있다. 지금 회사 내부는 ‘순천고 출신이 또 온다’, ‘상장기업이 까딱하면 순천고 동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며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유총연맹 내부에서도 비리 공무원 낙하산 인사를 문제제기한 이가 있었다. 4월 26일 한전산업은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신규 이사 후보로 주복원, 황명화 2명을 공시했다. 두 사람 모두 자유총연맹에서 추천한 사람이다. 연맹 내부에서 주씨, 황씨를 한전산업 이사로 검토할 당시 자유총연맹 임원 ㄴ씨는 “김경재 회장이 자신과 친한 인사를 한전산업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낸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연맹은 ㄴ씨의 의견을 묵살하고 주씨, 황씨를 한전산업 이사로 올렸다. 뿐만 아니라 ㄴ임원에 대한 내부감찰을 실시해 ㄴ임원이 사서명(私署名) 위조죄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압박했다. ㄴ임원은 “속시원하게 이야기는 하고 싶다. 저는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비리와는 관계가 멀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 측은 “범죄경력과 관련한 한전산업 규정은 일반 사원에게 적용되는 것이고, 임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주복원 전무가 사장으로 선임되는 데 자격이나 절차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경재 회장이 취임 이후 자신과 친한 인사들을 대거 데려온 것에 대해서도 내부 잡음이 많다. 자유총연맹 관계자 ㄷ씨는 “과거 회장들도 비서 등 측근 2~3명을 연맹에 데려온 일은 있었다. 그런데 김 회장은 연맹과 한전산업에 측근과 지지자들을 10명가량 취업시켰다. 연맹이 김경재 지지자들의 실업자 구제소인지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렇게 김 회장이 데려온 인사 중 한 명이 변희재 자유총연맹 사회특보(42)다. 변 특보는 7월 12일 자유총연맹이 개국한 인터넷 방송 자유NET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변 특보와 함께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48·전 자유총연맹 홍보특보) 등이 주요 출연진이었다. 김경재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에서 8000억원을 걷었다”고 발언한 11월 19일 서울역 보수단체 집회 영상도 자유NET에서 볼 수 있다. 현재는 변 특보 대신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43·자유총연맹 정책위원)가 진행하는 남북관계 소식 위주의 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류 교수는 "소정의 출연료 외에 연맹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ㄷ씨는 자유NET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꼴통, 일베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자유총연맹이 정치와 거리를 둬야 자유민주주의를 연구한다든지 고차원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어버이연합, 박사모와 어울려 다니고 박근혜 전위대 활동을 하는 등 설립취지와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재 회장의 부실경영에 대한 내부의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맹의 횡성연수원 사업이다. ㄷ씨는 “연맹의 차입금이 300억원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연수원이 연맹에 도움될 리가 없다. 내부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 회장이 의지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낙하산 인사에 반대를 표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ㄴ임원도 횡성연수원 사업에 부정적이다. 9월 22일 자유총연맹은 횡성군과 ‘통일선봉대 100만 정예요원 연수원 건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0월 6일에는 이사회를 열어 횡성연수원 건립을 확정했다. 연맹은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을 연수원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들은 연수원 사업 예산이 30억원에서 50억원 사이일 것으로 추산한다.

연맹 지역간부들의 모임 자리에서 연수원 사업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0월 10일, 자유총연맹의 지역 간부들은 충남 보령시에서 체육대회 겸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는 연맹의 17개 지부장 중 9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지역간부 ㄹ씨는 “연맹의 시·도 지부장들은 다들 자기 사업을 경영하고 있어서 수익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10월 모임에서 ‘연수원을 수익사업으로 생각하면 오판이다’, ‘우리가 보기엔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사업’이라는 말이 많았다. 수익성에 대한 조사를 충분히 하고 이사회를 거쳤어야 하는데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추진해버리니 (지역간부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 관계자 ㄷ씨는 “연수원 리모델링 사업은 먹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맹 본부에는 젝시가든, 제이그랜하우스 등 수백 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다. 또한 서울 전쟁기념관이나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등 연맹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전국에 널려 있다”며 “사업비가 30억원이라고 하는데 건축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3분의 2는 빼먹는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 측은 “연수원 사업은 김 회장 이전부터 역대 회장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예산이 30억원이라고 정해진 건 아니고, 회원 모금이나 연맹의 가치를 공유하는 독지가들의 지원을 받아 연맹 부담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재 회장이 과거 감사에서 지적된 회장 급여를 신설한 점도 논란거리다. 10월 6일 자유총연맹 이사회는 횡성연수원 사업 확정과 더불어 김경재 회장에 대한 활동비 추가지급을 결정했다. 2013년 안전행정부 특별감사와 2014년 국회 국정감사는 명예직인 회장에게 매달 11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것은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연맹은 회장에게 업무추진비 성격의 법인카드만 지급했다가 이번에 활동비 명목으로 회장 급여가 부활한 것이다. 자유총연맹 측은 “김영란법 등 때문에 법인카드로 활동하는 데 여러 가지 제한이 많다. 그래서 이사회 결정을 통해 회장에게 추가로 활동비를 지급한 것”이라며 “액수가 1000만원까지는 아니고, 개인적인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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