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페미니즘' 웃고 '문단 성폭력'으로 얼룩지다

박다해 기자 2016. 12. 17.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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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출판 결산]'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독립서점↑ 시국 맞물린 정치·사회·역사 도서↑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 출판 결산]'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독립서점↑ 시국 맞물린 정치·사회·역사 도서↑]

한국문학은 웃고 페미니즘이 떴다. 연이은 성범죄 고발로 문단 권력은 얼룩졌으며 팝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016년 한 해 출판계에는 세태와 맞물린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했다.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출판계에서도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으며 과학 분야 교양서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1인 가구' 증가세를 반영하듯 혼자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알려주거나 뜨개질·자수 등 홀로 즐기는 취미생활을 담은 책의 출간도 늘었다. 불안한 미래에 기댈 수 있는 위안을 얻고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자신을 달래는 심리학 저서와 에세이도 꾸준히 인기 몰이했다.

친일문학상 제정 논란도 일었다. 한국문인협회는 지난 8월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 제정 계획을 밝혔다가 문단 안팎의 반발이 거세자 3일 만에 철회했다.

올 한 해 종합 베스트셀러는 교보문고 기준 △채식주의자 (한강)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미움받을 용기 2 (기시미 이치로) △자존감 수업 (윤홍균) 순으로 나타났다.

◇ '채식주의자'·'초판본 시집'으로 활짝 웃은 한국 문학

지난해 표절 논란으로 위축됐던 한국 문학이 한강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수상 직후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1분에 7권씩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한국소설 판매 신장률은 46%로 나타났다.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잇따른 신간 출간은 훈풍을 도왔다. 정유정 '종의 기원', 조정래 '풀꽃도 꽃이다'를 포함해 이기호, 윤대녕, 김중혁, 천명관, 장강명, 김금희, 정이현, 최은영 등이 새 책을 냈다. 사회 이슈와 맞닿은 소설도 주목받았다. 김숨의 'L의 운동화', '한 명'은 민주화 운동과 위안부 문제를 다뤘고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화두를 다시 던졌다.

시 분야의 급격한 성장세도 눈에 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시 분야 신장률은 30.6%다. 한국시 분야만 따로 보면 무려 505.7%가 늘었다. 초판본을 복간한 시집이 독자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며 판매 증가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김소월 '진달래꽃', 백석 '사슴' 초판본을 포함, 총 7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 '여자의 언어'를 살피다…페미니즘 도서 급성장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출판계 키워드는 바로 '여성'이다. '메갈리아' 티셔츠로 인한 성우 해고사태와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논쟁에 불을 붙였고 여성학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출판계로 이어졌다.

알라딘이 실시한 '올 한 해를 뜨겁게 장식한 출판계 이슈' 투표에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12.01%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올해 양적으로,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알라딘에 따르면 '여성학·젠더' 분야 의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도서의 출간 종수도 38% 가량 늘었다.

상반기 출간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1년 내내 독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았고, 하반기에는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맨박스' 등 남성이 바라본 페미니즘 서적도 출간됐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페미니즘 매거진 '소문자에프', 창간호로 페미니즘을 다룬 사진잡지 '보스토크' 등은 소셜펀딩 방식으로 후원을 받아 출간되기도 했다.

◇ '#문단_내_성폭력'…성폭력으로 얼룩진 문단권력을 고발하다 지난 가을, 트위터를 중심으로 문단 내 성추문 고발이 이어졌다. 김현 시인이 문예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글 '질문있습니다'에서 문단 내 여성혐오 현상을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문단_내_성폭력'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일부 문인들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작가 지망생 등에게 성희롱, 성추행 등 성범죄를 상습적으로 했다는 사례를 잇따라 폭로했다.

이번 성추문 고발은 미술계, 사진계, 영화계 등 문화예술계 전반의 성폭력 사건 고발로 이어지는가 하면 위계질서가 공고한 문단 권력과 폐쇄적인 등단제도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문학의 이름을 빌려 자행된 폭력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페미라이터' 모임도 생겨났다. 문학출판계 내 성폭력·위계질서에 의한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한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했다. 피해생존자들과 연대하고 관련 사례를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 등을 병행한다. 작가 671명으로부터 '문학출판계 성폭력, 위계폭력 재발을 막기 위한 서약'을 받기도 했다.

◇ '문화공간'으로 변한 책방…독립서점의 약진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시낭송, 음악회, 영화 상영, 북토크나 인문학 강연 등을 진행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독립서점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합서점 등 새로운 형태의 서점 창업 건수는 2014년 50개에서 2015년 71개, 올해 102개를 기록, 2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신·구간 상관없이 최대 15%만 할인하도록 규정한 개정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기존 서점과 가격경쟁력 면에서 밀릴 가능성이 줄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의 '최인아 책방'이나 방송인 노홍철의 '철든책방' 등 유명 인사들도 서점 창업에 나서 화제가 됐다. 유희경 시인의 '위트앤 시니컬'이나 정훈교 시인의 '시인보호구역'과 같은 시집 전문 서점을 비롯해 추리소설, 고양이책, 여행서 등 특정 장르만 취급하는 서점도 생겼다.

전국의 독립서점 정보를 한곳에 모은 포털사이트 '어나더북스'와 구글의 '동네서점지도', '동네서점'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가 하면 '어서오세요 오늘의 동네서점', '작고 아름다운 동네 책방 이야기', '탐방서점' 등 독립서점을 다룬 책도 여러 권 출간됐다.

◇ 최순실 게이트·국정교과서로 '정치·역사' 관심↑

하반기 사회를 달군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회·정치분야 도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11월 한 달 알라딘에선 7만 5000여권의 사회과학 분야 도서가 판매됐는데 이는 전월 대비 15%, 전년 동기 대비 31%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강원국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의 '대통령의 글쓰기', 주진우·함세웅의 '악마기자 정의사제',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가 성장률을 이끌었다.

한국사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각종 방송에 출연해 재치 있는 입담으로 주목받은 강사 설민석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예스24 기준 12월 둘째주까지 16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다. 역사 분야 도서의 판매 권수는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이 책은 인터파크도서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최고의 책'으로 꼽혔다. '최고의 작가' 역시 설민석이다. 국정교과서가 공개되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스24는 "정치 비평과 한국사 도서 구매자들 가운데 20대 여성의 증가가 눈에 띈다"고 밝혔다. 정치비평 분야에서 20대 여성의 구매 비율은 지난해 5%에서 올해 10.8%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한국사 분야에서도 14.6%를 기록, 전년(5.4%)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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