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선생님의 은밀한 희롱.. SNS 폭로로 맞서는 아이들

유소연 기자 입력 2016. 12. 17. 03:06 수정 2016. 12. 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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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여중·여고 학생들
트위터로 200여 건 폭로
졸업생까지 가세.. 8명 지목
경찰 수사 나서, 1명 해임

"우리 학교 출신인 가수 ○○○ 엉덩이를 대걸레로 때려봤다면서 자랑인 듯 말하고 다녔어요." "생리통으로 조퇴하고 싶다고 하자 '열 달 동안 배 안 아프게 해줄까?'라고 말하셨어요."

이달 초 생긴 한 트위터 계정에 200건 가까운 성희롱·성추행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글을 올린 이들은 서울 S여중·여고 학생들. 졸업생들까지 합세해 특정 교사들을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하고 나서면서 경찰에서도 조사에 나섰다.

이 학교에서 성희롱 폭로가 이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 S여고 댄스 동아리 학생들이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군부대에 위문 공연을 다녀오면서부터다. 이를 두고 학생들이 "성 상품화"라고 비판하자 한 교사가 "군부대에서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어 학생들은 일부 교사의 성희롱 발언들을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수위 높은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교육청과 국민신문고에는 해당 학교에 대해 감사를 하라는 민원이 쏟아졌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3일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교사 8명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이 교사들은 교과 수업과 담임 업무에서 빠진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했더니 트위터상 제보와 일치하는 내용이 다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경찰 수사 대상 중 한 명인 정모 교사의 경우 지난 8월 해임됐다. 학교 관계자는 "정 교사가 이전에도 성희롱으로 문제가 돼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 복직하자마자 또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며 "트위터 폭로전 이후 교사들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SNS상 폭로를 통해 학내 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식은 다른 학교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 C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지난 10일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교내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학교 김모 교사가 "여자는 말이 많으면 개, 돼지다" "동성애자들은 모두 모아서 불태워야 한다"고 말하고 특정 학생에게 "안경을 쓰고 벗는 모습이 섹시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해당 교사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부모나 교사가 아니라 트위터에 먼저 털어놓는 이유에 대해 "어른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S여고 한 학생은 "한 남자 선생님이 세게 끌어안은 적이 있다"며 "부모님을 통해 학교에 얘기를 해도 선생님들이 그냥 넘어갈 것 같아서 참았다"고 했다. C고 1학년 B군은 "다른 선생님들이 방관해 왔기 때문에 문제가 된 선생님이 지금까지 교단에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손동영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제도권의 문제 해결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만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가해자를 지목해 유포하는 방식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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