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시간 뒤 일어날 범죄 'AI 경찰'은 이미 알고 있다

류준영 기자 2016. 12.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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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하이테크 범죄 대응 R&D 선진국 보다 늦어.."치안과학기술 과감한 투자 필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韓, 하이테크 범죄 대응 R&D 선진국 보다 늦어…"치안과학기술 과감한 투자 필요"]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 등장한 ‘프리 크라임(Pre Crime)’. 범죄를 사전에 예측,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범인을 생포하는 범죄예방시스템이다. 영화의 배경은 2054년 미국 워싱턴. 그저 SF영화 속 설정만으로 존재할 것만 같던 이 기술이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미래 기술과 접목돼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슈퍼컴퓨터가 범죄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 범죄 발생 가능 지역과 시간을 예측하고, 심지어 용의자의 인상착의까지 알려주는 것이다.

◇범죄 예측·분석 프로그램 속속 개발=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인류학자 제프리 브랜팅엄 교수는 10~12시간 뒤 일어날 범죄를 예측하는 ‘프레드폴(PredPol)’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특정 범죄들의 유사성을 분석하고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다. 7년간의 범죄 정보를 분석한 후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도출한다. 연구진은 LA 풋힐 지역 경찰이 2013~2014년 프레드폴을 사용, 범죄율을 20%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미국 IBM이 개발한 ‘i2 캅링크 온 클라우드’는 데이터 분석 기능을 통해 범죄 패턴을 예측한다. 방화, 주거 침입, 절도 등 10억 여개의 사건 데이터를 특정 날짜·시간·장소에 따른 범죄 유형으로 분류·분석해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지도에 표시한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해당 지역의 순찰을 강화해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가 개발한 ‘행동 분석 CCTV 시스템’은 호의적인 행동과 비호의적 행위의 차이점을 구별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CCTV 영상분석 기술이다. 연구진은 “고화질 기술을 지원하는 CCTV가 안면인식 기술 및 빅데이터 기술과 접목돼 범죄자를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3년간 10억 달러(약 1조1671억원)를 투자해 개발한 차세대 신원확인 시스템 ‘NGI’는 각종 주 정부에 등록된 운전면허증 사진, 고속도로 CCTV 등에서 촬영된 얼굴 사진과 지문(7300만건, 2013년 기준), 홍채(8500건) 등 생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범죄자를 찾아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교외 지역에 위치한 ‘샷스포터’사. 이곳 상황실에선 계약을 맺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총성을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탐지해 해당 지역 911로 통보하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이름과 같은 ‘샷스포터’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도심 빌딩이나 거리 곳곳에 음양 감지장치를 설치, 총성이 울리면 그 즉시 발사된 위치를 분석한다. 총성이 센서에 도달한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총이 발사된 시간·위치를 경찰에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다.

정확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34차례 실험 결과 이 시스템이 놓친 건 단 1건이었다. 총격 지점을 12m 이내로 탐지한 비율은 90.9%에 이른다. 이 시스템은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등 미국 내 80개 지역에서 도입·운영되고 있다.

◇韓, 하이테크 범죄 대응 갈길 멀다=전자금융시장의 급성장과 전자화폐의 활용 증가로 핀테크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사이버상의 위협도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또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자율주행차, IoT와 드론(소형 무인기)과 같은 신기술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우리 역시 ‘하이테크 범죄’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 치안’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전의 양상과는 판이하게 달라지는 미래 각종 범죄 위협에 경찰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치안분야 R&D(연구·개발) 투자가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치안과학기술에 국가 R&D 예산을 본격적으로 투입하게 된 건 2014년 5월 경찰법 개정에 따라 출연 근거를 마련하면서부터다. 2015년 3월에 ‘치안과학기술 R&D 사업단’을 선정하고, 같은 해 10월 ‘재난·치안용 드론 개발과제’를 선정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이미 기술 격차가 상당 부분 벌어져 앞으로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정부는 앞으로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분석 기술 개발(2020년~2021년, 15억원) △범죄 빅데이터 구조화 기술 개발(2018~2019년, 5억원) △범죄 예측을 위한 심층학습 기반의 위험행동 인지 기술(2019~2021년, 15억원) 등의 R&D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구 기간이 짧은 데다 예산도 적어 제대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종수 교수는 “치안과학기술개발은 4차 산업을 대표하는 AI, 빅데이터, IoT 등의 미래유망 신사업 분야와 연관도가 높아 타 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치안 과학기술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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