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내 단어 쓰지 마라" 각국서 성 중립 언어 사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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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내, 그와 그녀, 소년과 소녀처럼 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단어보다는 성 중립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쓰자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퍼지고 있다.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LGBTI)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이들을 배려, 소통을 강화하자는 것이지만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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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남편과 아내, 그와 그녀, 소년과 소녀처럼 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단어보다는 성 중립성을 나타내는 단어를 쓰자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퍼지고 있다.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 소수자(LGBTI)들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이들을 배려, 소통을 강화하자는 것이지만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크다.
호주 2대 도시 멜버른을 포함하는 빅토리아 주정부는 최근 산하 모든 공무원에게 '남편'(husband)과 '아내'(wife)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남녀를 통칭하는 대명사들인 "지"(zie)나 "히어"(hir)를 쓰도록 공식 지침을 내렸다.
이번 지침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사람의 성, 성적 지향, 관계 상태를 모르면 '아내나 남편'보다는 '파트너'를 쓰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빅토리아주 평등부 장관인 마틴 폴리는 성 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이번 지침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에 대한 혐오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성 소수자 지원 단체 등은 이번 지침을 환영하면서 기업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지침이 성 소수자들이 겪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처하려는 것이라지만, 성에 대한 사회적 관념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소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려 한다는 반발도 거세다.
싱크탱크 독립연구센터(CIS)의 제러미 사무트 선임연구원은 이번 지침을 "권위주의적인 프로젝트"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것에 기대지 않고 타인을 존중해 대우한다거나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16일자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말했다.
호주를 넘어 영국 명문대인 옥스퍼드대 학생회는 최근 'she'와 'he' 대신 성 중립적인 대명사 '지'(ze)를 쓰자는 안내문을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학생회는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며 강의실과 세미나실에서 '지' 단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옥스퍼드대의 소식이 알려진 뒤 맞수인 케임브리지대학 학생회도 유사한 방향으로 나가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영국 학교들에는 '소년'(boys)이나 '소녀'(girls)처럼 성을 단지 두 개로 나누는 단어를 쓰지 말도록 조언하는 교사와 학부모, 학생용 지침서가 전달됐다고 영국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이 지침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초중고등학교에서 성 다양성(gender diversity)을 가르치는 단체에 의해 제작됐다.
지난 7월 호주의 한 여학교에서도 '소녀'나 '숙녀'(ladies), '여성'(women)이라는 말 대신 '학생'(students)처럼 성 중립적인 말만 쓰도록 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밖에 지난해 9월 미국 하버드대학 인문학부 교수진은 새 학년부터는 등록 때 '지'(ze)나 '히어'같은 성 중립적인 인칭대명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로서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더욱 편안하게 느끼고 교수들은 학생의 인칭 정보를 알게 돼 학생과의 관계를 증진할 수 있다는 게 교수진의 설명이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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