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톡] 신동빈 롯데 회장 "유통 최첨단 '아마존 고' 배워라"..내부 회의서 소개

박원익 기자 2016. 12. 1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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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61)이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아마존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무인(無人)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임원들에게 직접 소개하고 글로벌 유통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아마존을 적극적으로 배우라고 주문했다.

15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그룹 내부 회의에서 아마존 고 영상을 소개하면서 드론(drone·무인기) 배송, 로봇 ‘키바(Kiva)’를 활용한 물류 창고 등 끊임없는 혁신에 나선 아마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 직접 시연 동영상 소개 “무인 오프라인 매장 파급 효과 주목한 듯”

아마존 고는 지난 5일(현지시각)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에 선보인 167㎡(51평) 규모의 식료품 매장이다. 아마존 고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 공개(Beta program)했는데,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어 줄을 설 필요 없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다.

원리는 이렇다. 매장에 들어갈 때 지하철 게이트와 비슷한 인식대에 아마존 앱이 깔려 있는 스마트폰을 스캔한다. 그러고 나서 일반 할인마트처럼 원하는 물품을 골라 가지고 그냥 걸어 나오면(Just Walk Out)된다. 물품 가격 계산과 결제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s),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인공 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이를 가능케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신 회장이 아마존 고가 불러올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운영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아마존이 향후 비슷한 오프라인 매장을 계속 늘려간다면 글로벌 유통업계 지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고 소개 영상. /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아마존은 아마존 고 매장에서 수집한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 고 시스템 자체를 월마트 같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유료로 판매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은 4년 전부터 이와 관련한 개발을 시작했고, 내년 초엔 일반 소비자에게 매장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영국에서도 아마존 고 브랜드에 대한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로, 향후 영국 및 호주 등지로도 매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미국 계산원들의 평균 시급은 10달러 수준으로 향후 최저시급 15달러 정책이 도입된다면, 아마존 고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아마존은 경쟁상대“옴니채널 성공하면 경쟁력 갖출 수 있어”

신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아마존을 경쟁상대로 설정하고 끊임없는 내부 혁신을 주문해왔다.

롯데백화점 분당점 식품 매장에 적용된 ‘스마트 쇼퍼’. 별도의 계산원 없이 고객이 구매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 / 롯데백화점 블로그

2014년 8월 25일 열린 ‘롯데마케팅 포럼’에서 “앞으로 우리의 진짜 경쟁상대는 아마존과 구글 등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도 신 회장은 “옴니채널이 성공하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옴니채널(온·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으로 결합) 전략을 추진해왔다. 지난 10월엔 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바코드 스캐너를 사용해 계산원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스마트 쇼퍼)을 선보이는 등 유통업계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아마존이 오프라인으로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신 회장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신 회장이 형 신동주 SDJ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고, 올해 6월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도 일단락됐기 때문에 경영 정상화를 다시금 강조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목표 의식을 높이고 내부 결속을 주문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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