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이 영화 참 좋다', 취향저격 BEST 10 [연말결산]

황서연 기자 2016. 12. 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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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영화팀] 2016년 한 해 동안 충무로에서는 총 1481편(한국영화 318편·외국영화 1163편, 12월 13일 기준)의 영화가 스크린에 걸렸다. 수많은 작품 사이에서, 박스오피스 흥행 여부와 상관 없이 이대로 묻히기에는 아까운 10편의 취향 저격 '수작'을 골랐다.

◆ '대니쉬 걸' : 에디 레드메인, 어떤 연기를 해도 놀랍다

용기 있는 삶을 선택한 덴마크 화가 릴리 엘베의 대담하고 놀라운 러브스토리를 그린 매혹적인 작품이다. '사랑에 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 역을 맡아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최근 '신비한 동물사전'의 뉴트 스캐맨더를 연기해 인기 몰이를 한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그는 극 중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 풍경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 역을 맡아 여장남자를 연기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인 '릴리'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 '스포트라이트' : 현실을 거울로 비춘 듯한 '올해의 영화'

2002년, 가톨릭교회에서 수 십 년에 걸쳐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실화를 고스란히 영화에 담았다. '어벤저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크 러팔로를 비롯해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리브 슈라이버, 존 슬래터리 등 명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로 작품성을 높였다.

개봉 당시에도 입소문을 타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지만, 최근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이후에는 가히 '올해의 영화'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국내 현실과 맞닿은 작품이 됐다. 탐사 보도를 통해 등장한 수많은 진실들, 진실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를 자르는 수많은 성직자들의 모습은 2016년 우리나라의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 '룸' : 진짜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지난하다

7년 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 작은 방 한 칸이 세상의 전부였던 5살 아이 잭의 실화를 그린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은 가슴 찡한 모성애를 연기하며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끌어 들인다. 아역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연기력 또한 놀랍다.

'룸'은 크게 조이 모자가 7년 간 감금 생활을 겪던 작은 방 안, 그리고 방 밖의 새로운 세상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영화는 범죄의 희생양이 돼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스크린으로 끌어냈다. 동시에 동화 같은 해피엔딩 대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방황하고 후유증을 앓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 '4등' : 세상 모든 4등을 위해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12번째 인권 프로젝트 영화로 만년 4등인 수영 꿈나무 준호(유재상)가 코치 광수(박해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더 때려야 더 잘될 것'이라는 광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초등학생 준호는 그에게 맞으며 수영 강습을 받는다. '4등'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료하다. 영화는 성적만능주의 속에서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선생에게서 제자로 폭력이 대물림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스크린으로 옮겼고, 이 대물림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며 옳지 않은 일이라고 외친다. 1등만 기억하는 이 사회 속에서 매몰 당한 수많은 4등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서울역' : '부산역'과는 다른, 극명한 온도차

'서울역'은 첫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 좀비물의 성공 사례를 기록한 '괴물 감독' 연상호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이다. 실사로 구현할 때 다소 한계가 있던 좀비떼들의 극적 묘사가 실감난다. '부산행'이 상업영화로서의 본질을 중시하며 나름의 희망을 고지했다면, '서울역'은 지독한 절망을 담아냈다. 그 온도차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몹시 매력적이다.

좀비떼를 피해 도망친 시민들의 살려 달라는 아우성에도 폭동으로 간주돼 행해지는 처절한 사살 행위, 이어 충격 반전과 소름 끼치는 결말까지. 연상호 감독이 앞서 '사이비' '돼지의 왕' 등에서 보였던 무자비하고 극대화된 연출의 연장선이다. 첫 실사 상업 영화에서 꽤 얌전(?)했던 감독 본연의 파괴 본능이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오니 폭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 '메카닉: 리쿠르트' : '오늘만 사는 남자' 제이슨 스타뎀

여자친구가 납치된 후 도저히 불가능한 3개의 암살 미션을 수행하게 된 비숍(제이슨 스타뎀)의 고군분투를 그린 액션영화다. 2011년 개봉항 '메카닉'의 속편으로 '트랜스포터' 시리즈,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등으로 액션스타로 자리매김한 제이슨 스타뎀이 전편에 이어 원맨쇼를 펼친다. 제이슨 스타뎀은 여전히 섹시하며 액션 스킬은 한층 진화했다. 케이블카 액션을 펼치다 갑자기 뛰어내려 패러글라이딩에 올라탈 땐 정말 '오늘만 사는 남자'가 아닐까 싶다. 고층 빌딩 펜트하우스 수영장 바닥을 폭파해 타깃을 죽일 땐 짜릿하고 섬뜩하다. 스토리와 개연성을 차치하고 액션 쾌감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흥분감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 '아수라' : 현실이 영화보다 아수라장이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액션영화다. 하지만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호화로운 배우진을 데리고 이런 폭력만 난무하는 영화를 찍어냈느냐며 혹평일색인 영화였다. 정말 모르는 소리다.

사회 질서와 윤리 이념이 파괴된 도시, 그리고 음모와 모략, 욕망과 배반, 살인으로 점철된 '아수라' 세계 속 광기 어린 처절한 난투. 감독이 그려내고자 한 건 더욱 더 끔찍한 파괴와 폭력이었다. 그래야 현실성이 배제되고 가상 도시, 가상 인물들이란 안전 장치를 주려 했던 친절이다. 하지만 '최씨 일가' 게이트 여파가 수면 위로 떠오른 현 시국에서 '아수라'를 다시 보면 어떨까. '아수라'의 폭력성에 돌을 던졌던 이들은 도리어 현실의 거대한 음모와 폭력에 절망과 공포감이 덮칠 터. '아수라'는 결국 역설을 통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낸 영화다. 폭력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는 결국 사회와 맞닿아 있다. 현실은 '아수라'보다 억 곱절은 더 끔찍하다.

◆ '그물' : 우리는 모두 그물에 걸려있다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 남철우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을 담은 드라마로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영화다. 연출은 다소 투박하고 적은 예산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도 있지만, 영화는 명확한 비유법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를 '그물'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두를 66년째 그물에 걸린 '물고기'로 치환한다. 분단 현실을 단순명료한 메시지에 담아 극적인 스토리에 버무려내 충분히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 '춘몽' : 무료한 당신을 위로할 따스함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예리, 예리를 좋아하는 세 남자. 동네에서 한물간 건달 익준,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난 탈북자 정범, 간질을 앓고 있는 어설픈 금수저 종빈. 낡고 허름하고 가난한 동네에서 시시하게 저들끼리 시덥잖은 하루를 보내는 보잘것 없는 사람들. 그럼에도 '춘몽'은 따스하며 인간미가 넘치는 영화다. 정말 별것 없이, 무료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담아냈을 뿐인데 아련하고 아름답다. 연기파 세 감독의 골 때리는 캐릭터와 더불어 한예리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뚜렷한 메시지도, 사건도 없는 영화라 의도를 갖고 보기보단 그저 무료한 날, 꿈처럼 따스하고 몽롱한 여운을 느끼기엔 완벽한 영화다.

◆ '무현, 두 도시 이야기' : 걱정 말아요, 그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 탄생 70주년을 맞아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을 아끼고 함께 했던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역 구분 없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노무현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모습이 오늘날 현실과 맞물리며 울림을 자아낸다. 보고 싶은 마음이 애틋하고 간절한, 그런 그리운 사람을 마음 놓고 그리워하고 싶을 때,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이 세상 모든 실패한 자들에게 실패란 것도 사실은 실패하는 법을 안다면 충분히 멋짐을 말해주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티브이데일리 영화팀 news@tvdaily.co.kr / 사진=해당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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