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삼성, 정유라 지원에 재단 출연금까지 모두 440억 '베팅'

방준호 2016. 12.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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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코레 '220억 계약서' 드러나

계약한 220억 중 80억원 지급
정유라 14개월동안 혜택 독점

코레 수수료 15% 14억여원 별도
최씨모녀 '꿩먹고 알먹는' 구조

삼성 합병문제 해결 한달 뒤부터
승마 지원·재단 출연 돈 쏟아부어
'대가성 규명' 특검 핵심과제로

[한겨레]

삼성과 코레스포츠가 맺은 계약서가 14일 드러나며 승마를 매개로 한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한 삼성의 지원 실체가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며 지원이 중단됐지만 애초 삼성이 약속한 금액은 220억원으로 밝혀졌다. 이것 말고도 최순실씨가 실제 주인 노릇을 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액수는 204억원이다.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가 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한 돈도 16억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돈만 440억원이다. 이런 천문학적인 돈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공단이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직후부터 최씨 가족에게 넘어간다. 특검이 그 연결고리를 파헤쳐야 하는 이유다.

삼성과 코레스포츠 사이의 계약서는 명목상으로는 승마 선수 6명을 2018년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계약이 체결된 2015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지급된 80억원(코레스포츠 송금액 37억원, 말 구입비 43억원)은 오로지 정유라씨 혼자만을 위해 쓰였다. 계약서상에 기재된 예산액 220억원의 35%를 6명 가운데 한명이, 그것도 계약기간 41개월 가운데 14개월 동안에 썼다는 의미다. 최순실의 정체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220억원이 고스란히 최씨 모녀를 위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서에 A, B, C, D로 나뉘어 첨부된 4개의 부속서는 코레스포츠가 가져가게 되는 컨설팅 비용과 승마선수 지원 내용을 항목별로 꼼꼼히 구분했다. ‘부속서 C’는 코치와 트레이너, 말 관리사 등 12명의 인건비(31억여원), 장비구입비(1800만원), 차량유지비(1845만원), 식비·의료비 등 체류비용(1845만원) 등 운영비용을 담고 있다. 1년에 한번 한국 방문에 드는 선수단의 항공료(5000만원)도 예산으로 책정됐다. 최씨 모녀가 10명가량의 대식구를 거느리며 독일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돈이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유라씨가 훈련받았던 예거호프 승마장의 임대료 역시 부속서 C에 담겨 있는데, 계약 기간인 41개월 동안 총 82만유로(11억1723만원, 계약 당시 환율 기준)가 책정됐다. 이 승마장 주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이 2000만유로를 지원한다고 들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삼성이 지원하기로 한 220억원과 얼추 비슷한 액수다. 부속서 C에 따른 13개의 세세한 지원 항목에 집행될 금액은 94억여원에 달했다. 코레스포츠는 삼성으로부터 이 돈을 받아 쓰고 사용금액의 15%인 14억여원을 컨설팅 명목으로 별도로 받도록 돼 있다. 최순실 모녀로서는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부속서 D’는 말과 수송 차량, 선수단 차량 구입비다. 계약서대로 삼성은 지난해 9월 독일에 개설된 삼성전자 계좌로 43억원(319만유로)을 보내, 정유라씨가 탈 말을 샀다. 삼성 쪽은 이에 대해 “말과 차량은 최씨 모녀에게 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삼성 소유”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억원짜리 고가의 말을 사서 몇년 동안 타고 나면 전성기가 지나 말값이 폭락하게 마련이다. 서류상으로는 삼성 소유지만 사실상 정유라씨가 말의 ‘사용가치’를 다 쓰는 셈이다. 또 계약서대로라면 말이나 차량 구입 비용의 5%는 컨설팅비 명목으로 코레스포츠가 가져가게 된다.

계약을 맺은 시점도 전적으로 최씨 모녀를 위한 것이다. 계약은 지난해 8월 체결됐고, 정씨는 직후인 지난해 9월부터 독일에 머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정씨는 10월부터 훈련을 시작했다고 승마협회에 보고한다. 삼성도 정유라씨의 승마에 맞춰 지난해 9월부터 돈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런 계약을 체결하기 한달 전인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열쇠를 쥔 국민연금공단이 두 회사의 합병에 최소 수백억원의 손해를 보면서까지 찬성표를 던진다. 7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등을 비롯한 재벌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미르재단 설립 등에 투자를 하도록 운을 뗀다. 이후 하루 만에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독대를 했다. 삼성이 미르재단에 125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정한 날은 그로부터 석달 뒤인 10월26일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 대가성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수사를 하다가 지금은 특검에 넘긴 상태다. 검찰이 못다 푼 숙제를 특검이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방준호 류이근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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