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회로 바꾸면 원숭이도 말할 수 있을까

박건형 기자 입력 2016. 12. 15. 03:05 수정 2016. 12. 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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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 침팬지 시저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영향으로 뇌가 변화하면서 사람의 말을 하게 된다.

연구에 참여한 아시프 가잔파르 프린스턴대 교수는 "원숭이의 뇌는 발음을 연결해 말을 구성할 수 있는 신경 회로의 연결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화 과정에서 사람은 이런 능력이 발달하면서 원숭이와 차이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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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피치 교수 연구팀
"영장류 구강·성대 구조는 비슷.. 신경회로 달라 사람 말 못해"

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 침팬지 시저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영향으로 뇌가 변화하면서 사람의 말을 하게 된다. 이런 황당한 설정이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침팬지나 원숭이 같은 영장류가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구강이나 성대 구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뇌의 신경 회로가 달라 말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20세기 폭스

티컴세 피치 오스트리아 빈 대학 교수는 11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검정짧은꼬리원숭이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사람의 언어를 말할 수 있는 구강과 성대 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피치 교수 연구팀은 검정짧은꼬리원숭이에게 과일을 주면서 이들이 소리를 내는 모습을 휴대용 X선 비디오로 촬영해 99장의 사진을 얻었다. 이 사진들에는 입술과 혀, 후두 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담겨 있다. 이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사진을 재구성해 원숭이가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사람의 모음(母音)을 비롯해 다양한 발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치 교수는 "원숭이가 낸 소리를 짜깁기해서 '나와 결혼해달라(Will you marry me)'라는 문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대부분이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필립 리버먼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원숭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소리를 내는 구강·성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계도 이를 정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리버먼 교수의 제자인 피치 교수가 반세기 만에 스승의 학설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도 원숭이는 말을 하지 못할까. 연구에 참여한 아시프 가잔파르 프린스턴대 교수는 "원숭이의 뇌는 발음을 연결해 말을 구성할 수 있는 신경 회로의 연결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화 과정에서 사람은 이런 능력이 발달하면서 원숭이와 차이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성탈출처럼 원숭이의 뇌 신경 연결을 바꿔주는 획기적인 약물이 등장한다면 원숭이도 사람처럼 말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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